아. 망했다. 오늘 나는 영락없는 순악질 여사다. 오늘 하루 종일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것인가..... 내 나이 스물다섯이 되고서야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집으로 찾아온 화장품 방문판매 아줌마에게 처음으로 화장을 당해 보고, 엄마는 똑같은 것들 일체를 사주시는 걸로 당신의 딸에게 화장을 가르치셨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청바지에 티셔츠 짧은 머리, 세수만 하고 베이비 로션만 바르고 날쌘돌이처럼 다니는 나를 엄마는 달가워하지 않으셨다. 결혼 후 남의 나라에 와서 살면서 화장할 일이 거의 없었다. 예배당에 출석할 때는 일주일에 한 번은 차려 입고 화장을 했지만 다른 날들은 세수하고 로션이나 바르고, 어느 때는 세수도 안 하고 눈곱만 떼고, 어느 때는 로션도 생략하고 뜨거운 태양 아래 선글라스만 덮어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