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내안에 수다.

빼기 그리고 더하기.

북아프리카 2023. 1. 1. 10:32

 

< 빼기 >

 

 

1. 이.

 

코로나가 시작되기 직전 치과 진료를 받았다.

몇 개월 전에 싱싱한 오이를 베어 물다가 앞니 위쪽 잇몸을 다쳤다.

그 후로 가끔 그곳이 붓고 피가 나고를 반복했다. 아주 신경 쓰이고 짜증 나곤 했다.

얼마 전부터 이가 흔들렸다. 덜컥 겁이 나서 코로나가 시작될 즈음 치과 진료를 했다.

의사는 발치해야 한다고 했다. 발치하고 브리지를 하던지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정말 충격이었다. 신체발부는 수지 부모라고 엄마 아버지한테 물려받아 오십 년 넘게 썼던 신체 일부분을 없애야 한다니.... 진통제와 항염증약을 처방받아 왔다. 그리곤 코로나가 기승을 떨면서 shout down 오더가 내렸다. 한 달 반 동안 그냥저냥 버텼다.

 

shout down 오더가 서서히 풀리면서 다시 진통이 시작되었다.

결국 치과 예약을 하고 가서 결국 발치했다. 엄청 겁나고 심적으로 우울한 기분도 들고 그랬는데 의외로 너무 시시하게 끝났다. 마취를 서서히 하고 몇 번 흔들리는 이를 요리 조리 밀더니 뭔가 쑤~욱 빠져나갔다. " 땡그랑~" 하고 이가 스테인리스 쟁반 위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몇 분에 걸쳐 별별 소리가 다 나더니 하얀색 실로 얼기설기 꿰맨 휑~한 잇몸을 가졌다. 이제는 시간이 일을 해줘야 한다고.. 기다리고 기다려서 새로운 이를 만들어 넣을 때까지 기다려면 된다고..

임시로 휑~ 한 잇몸에 끼울 얄궂은 거 하나도 받았다.

 

그렇게,

앓던 이를 뺐다.

 

 

2. 점.

 

멀리 계신 엄마한테 어머니날 뭘 해드릴까? 하고 물었더니,

 

" 얘~ 큰이모가 그러는데 얼굴에 바르면 검버섯이니 점이니 기미 같은 게 홀딱 빠지는 약이 있단다...

한국에도 있는데 아무래도 거기가 더 싸지 않겠니? 함 알아봐라~~~"

 

여기저기 알아보니 요즘 화제 중인 어떤 바르는 약? 화장품? 모.. 그런 게 있더라.

그런데 사용법이나 성분을 읽어보니 노인네 그냥 얼굴에 처덕처덕 바르셨다간 얼굴 화상 입으시고 난리 날 거 같아서 안 되겠다고 대신 콜라겐 크림 같은 것만 사서 보내드렸다. 그 약은 내가 사서 함 해보고 괜찮으면 보내드리겠다고...

 

나이를 먹으면서 나도 원치 않는 잡티 같은 것도 생기고 운전하는 시간이 길고 태양이 따가워서 그런지 오른쪽보다 왼쪽에 거뭇거뭇 한 것들이 보인다. 약이 도착했길래 하라는 대로 몇 군데 점을 없애보겠다고 발라봤다. 다행히 요즘 너도나도 마스크를 쓰는지라 그런대로 가리고 다닐만했다. 일주일을 바르고 아프고 난리를 치더만 6 일째 되는 날 세수하고 나서 하나의 껍질이 벗겨지면서 작은 점 하나가 같이 떨어졌다.

 

그렇게,

점 하나를 뺏다.

 

 

3. 살.

 

내가 그리 모 유난히 날씬하거나 쭉쭉 빵빵한 스타일은 처음부터 아니었다.

나는 그냥 어려서부터 약간 통통한 스타일이었다. 이런 통통한 스타일 이면서도 한 번도 날씬하게 되고자 살을 빼는 수고로움이나 살을 빼야겠다는 결심 같은 걸 한 적이 없다. 그냥 나는 편하게 먹고 편하게 자고 편하게 사는 사람이었다.

 

작년에 완전 폐경이 되었다.

그야말로 완전히 공장이 멈추었다. 그래도 모 살아가는데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홀가분하고 좋았더랬다. 그런데 올해부터 아니 근래부터 뭔가 다르다. 다른 때 보다 많이 먹지도 않고 오히려 일주일에 5 일 정도 가벼운 운동을 하는데 ( 살을 빼고자 함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 ) 몸무게 숫자가 늘어난다.

아... 나보다 일찍 폐경을 겪은 친구가 호르몬의 변화로 안 먹어도 살이 찌고 그것 때문에 우울해진다더니.....요즘 내가 그렇구나....별로 안 먹어도 살이 찌고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우울하고 기분이 저조하곤 했더랬는데...

 

그리하여,

태어나 처음으로 살을 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냥 우습게 대충 해보자 하는 게 아니라 진짜 몸무게 숫자를 줄여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렇게,

살을 뺀다.

.

.

.

 

< 더하기 >

 

1. 톡.

 

2016 년 가을부터 카톡을 시작했다.

멀리 계신 엄마 하고도 전화 통화만 했었다.

2016 년 카페 가입을 하고 시답잖은 소갯글을 올리니 쪽지들을 몇 번 받았고 그러다 보니 톡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모 워낙 시간대가 같지 않은 곳에 살다 보니 길게 이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그리고 톡을 연결하고도 안부를 묻거나 별 소통이 없는 사람들과는 차단해서 지워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금도 내 톡에 연결된 사람들은 삼십여 명뿐이다. 가족과 초등 친구 몇몇과 대학 동창 두어 명 그리고 카페 친구들 몇 명....

 

언젠가 누군가를 진짜배기로 만나게 된다면 매일매일 마르고 닳게 닦고 쓸어놓은 텅 빈 대청마루를 그를 위해 내어놓아야지 하는 마음 같은 거였는지도 모르겠다. 윤나게 닦고 비워놓은 그곳으로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와 주면 오로지 그를 위해 맘껏 열어야지 하는... 모.. 그런 비슷한 마음..

 

그런데,

언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걸려 사경을 헤매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휑~하니 살아야 할 필요가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꼭 누군가 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지나는 목마른 사람에게 한 바가지의 물을 주어도 좋고 마음이 다친 누군가 그 아픈 마음을 내려놔도 좋고 지친 누군가 잠시 쉬어가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지나간 차단한 친구들을 톡에 더했다. ( 그들이 나를 차단했을지도 모르겠지만... ㅡ.ㅡ )

 

 

2. 잠.

 

요즘은 정말 나이 먹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하루하루다.

매일매일 잠을 잘 자는 스타일은 아닌데 요즘 자주 잠과의 전쟁이다.

약을 먹으면 늦지 않은 시간에도 졸음이 밀려와 그냥 뒤집혀 잔다. 문제는 그렇게 잠들었다가 꼭 이른 새벽 아니 아주 늦은 밤에 다시 깨어난다는 거... 새벽 한 시나 두시.... 혹은 세시...

그러면 다시 잠들려고 침대 사방을 뒹굴뒹굴한다. 불도 켜지 않고 셀폰도 보지 않는다. 눈을 꼭 감고 다시 자려고 노력을 한다. 그러나 결국 요리 조리 몸을 뒹굴뒹굴하다 알람 소리에 일어나고야 만다.

 

코로나 여파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는 낮이고 밤이고 잔다. 그야말로 식음을 전폐하고 잔다. "잔다"가 아니라 자려고 한다.

 

그렇게,

나는 내 시간에 잠을 더한다.

 

 

3. 손.

 

아침이고 저녁이고 출퇴근하면서 지나는 수많은 시그널들...

몇 개의 시그널엔 꼭 정해진 홈리스 피플이 있다. 전쟁에서 장애자가 되었다고 발을 절름거리는 노인네부터 레게머리를 한 흑인 그리고 제법 배가 부른 임산부 젊은 백인 여자 그리고 머리가 덥수룩하게 긴 블론드 헤어의 백인 남자도 있다. 코로나가 퍼지면서 그들을 향해 차창을 내리는 사람을 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얼마 전 출근하다 집 앞 시그널에서 남미계 남자가 집을 잃었다고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가까운 나무 그늘 아래 다리에 깁스를 한 여자가 그 남자를 보며 앉아있었다. 그들은 정말 집을 잃은 사람들로 보였다. 여자가 앉은 나무 그늘에 잡다한 옷가지와 가방들이 널려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향해 차창을 내릴 수 없었다. 나는 가진 현금이 없었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나는 1 달러 지폐를 바꾸었다.

코로나 여파로 전에 보이던 홈리스들도 많이 사라지고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아주 가끔 피켓을 든 그들이 보이면 난 차창을 열고 1 달러를 내민다

 

" God bless you ~"

 

1 달러를 그들에게 주고 나는 신을 축복을 받는다.

모... 그리 밑지는 경우는 아닌 거 같다.

 

그렇게,

나는 누군가에게 나의 보잘것없는 손을 더한다.

 

.

.

.

뺄 것은 빼고,

더할 것은 더하고,,,,,

 

그렇게 주판알 튕기듯이 현명하게 깔끔하게 살기란 쉽지 않다.

내가 빼고 싶다고 빼지는 것도 아니고 내가 더하고 싶다고 더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이제는,

 

내 안에 아직도 남아 꿈틀대는 미움이나 원망, 헛된 기대 같은 것들이 이제는 좀 빠져나갔으면 좋겠다.

내 안에 눈 씻고 찾아봐도 찾기 어려운 여유로운 마음이나 용서, 너그러움 그런 것들이 더해졌으면 좋겠다.

 

.

.

새 이도해 넣고,

점도 빼고, 살도 빼고.... 그렇게 좀 이뻐지고 나면....?

 

그대는 내게 더해지시려오....?

 

싫음 말고...

 

 

05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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