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Today chat.

노을이 아름다웠던 저녁...

북아프리카 2022. 12. 14. 10:11

 

내가 출근하는 방향은 보통 동쪽이다.

그래서 아침에 출근길은 늘 해를 바라보며 따가운 드라이브를 해야 한다.

반면 퇴근길은 서쪽 방향이다.

그래서 거의 매일 해가 지는 모습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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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해서 436번 도로에서 우측으로 꺾어져 리 비스타( Lee Vista) 서쪽 방향으로 운전하는 시간은 대략 저녁 7 시 40 분경. 어제도 그 시간쯤 우회전했을 때 아직 푸른 기운이 남아있는 하늘을 물들인 해가 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늘 리 비스타 도착 7 시 43분 ..

오후에 세찬 스콜이 지나가고 여전히 무거운 잿빛 구름을 머리에 이고 해가 지고 있었다.

어두운 진회색 구름 사이사이로 보라색과 오렌지색 그리고 금빛으로 어우러진 노을빛에 황홀했다.

저지 로드 ( Judge road)가 오렌지 애비뉴( Orange Avenue)를 만나는 시그널에 잠시 멈추어 비가 갠 후 하늘에 펼쳐진 해가 지는 색깔에 나는 온통 빠져버렸다. 나는 그 모든 노을빛을 한껏 내 눈에 담았다. 뒤에 멈춘 차가 시그널 바뀌었다고 빵~ 소리를 낼 때까지....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아름다운 거, 이렇게 황홀하게 나를 사로잡는 거, 내 눈에 가득가득 담아 두었다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꼭 보여주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지금 내가 담았던 이 아름다운 노을빛을 그가 내 눈을 통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나 혼자 보고 그냥 지나치기에 너무 이쁘고 아름다운 것들을 내 눈에 다 담아 두었다가,

어느 날,

그대를 만나면 내가 봤던 이 아름다운 것들을 내 눈을 통해 그대에게 다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

오렌지 애비뉴( Orange Avenue)로 들어서니 달리는 차 안으로 노을빛이 길게 눈부시게 들어왔다.

라디오에서 로드 스튜어트 노래가 흘러나왔다. I dont want a talk about it......

너무 황홀한 해가 지는 빛깔과 로드 스튜어트 노래 만으로 나는 완벽하게 행복했다.

나를 아프게 했던 지나간 사랑도 용서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아주 늦게 늦게 내게 올지도 모르는 느림보 같은 그대도 용서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오랜만에 세상이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내 안에 아름다움으로 내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비가 갠 후,

노을이 아름다웠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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