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내게온 음악.

꿈속의 사랑 ...... 자우림.

북아프리카 2023. 2. 21. 07:11
 

 

꿈을 꾸었다.

 

나는 그의 첫사랑이었다.

어린 시절 만나 몇 년을 오누이처럼 지내다가 어영부영 그의 여자가 되는 게 싫었던 스무 살을 갓 넘긴 나는 그와 헤어졌다. 꿈에서 나는 그와의 결혼을 앞둔 신부였다. 가족이며 가까운 친구들이 결혼을 앞둔 나를 축하하면서 지나갔다. 나는 주체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내 안에 그와의 사랑의 결실을 담고 있었다. 꿈인 줄 모르면서 꿈속에서 나는 수줍게 행복했다.

 

잠에서 깨었다.

갱년기를 지나고 있는 중년의 아줌마에게 이 무슨 망측한 꿈인지 원~~

그런 생각이 들었으면서 쉽사리 다시 잠들지 못했다.

 

"꿈속의 사랑"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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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해서 죄를 지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가?

 

이 넓은 세상에서 이 많은 사람들 속에 섞이어 한 생을 살아가면서 과연 사랑해선 안될 사람이 있기는 한 걸까? 사람들이 정해 놓은 사회적 통념이나 윤리의식, 도덕적 잣대로 정해진 하면 안 되는 일들이 너무도 많다.

이 사회에서는 허용되는 것들이 저 사회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 나라에서는 좋은 관습이 저 나라에서는 있어서는 안되는 죄가 되기도 한다.

 

유부남이나 유부녀와의 사랑은 지탄을 받는다.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사람과의 사랑도 환영받지 못한다.

동성과의 사랑도 떳떳하게 드러내 놓을 수 없는 사랑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원수 집안과의 사랑도 이루었기 어려운 사랑이다.

 

사람 마음은 내 안에 것이면서도 내 뜻대로 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그래서 꿈속에서나 가능한 사랑이 된다. 애달픈 사랑이 된다.

 

하지만,

요즈음 이만큼 나이를 먹고 나니 세상에 사랑해선 안될 사람은 없다.

사랑이 꼭 함께 자고 일어나며 한공간에 같이 살아야 사랑이 이루어졌다고 할 순 없지 않은가? 그러니 사랑해선 안될 사람은 세상에 없다. 누구나 다 사랑할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다. 나는 모든 사랑에 관대해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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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꿈이라면 차라리 눈을 감고 뜨지 말 것을....."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를 가졌던 적이 있었다.

사회적 통념으로 그와의 사랑은 이해받기 어려운 사랑이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그저 행복했다.

열렬히 열심히 사랑했다. 가끔 죄의식으로 괴로웠지만 사랑함으로 행복함이 죄의식 보다 컸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가질 수 없으면 더 갈증 나고 더 안달 나는 사람의 마음.....그와 있을 때 모든 순간이 꿈같았다. 나는 그 꿈에서 깨어나기 실어 종종 눈을 감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그냥 영원히 눈을 감을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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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꿈을 꾸기 어렵다.

아마도 꿈은 현실에 살면서 바라고 원하고 가지고 싶은 것들이 많을 때 꾸어지는 거 같다. 중년을 지나는 아줌마의 현실은 실은 그리 뭘 갖고 싶거나 뭘 간절히 원하거나 뭘 꼭 하고 싶다거나 하는 것들은 별로 없다. 잠은 어렵고 꿈은 더 어렵다.

 

잠으로 건너가기 어려울 때,

차라리 일어나 따뜻한 재스민 차 한 잔을 마신다.

창밖에는 허리케인 샐리가 지나면서 비를 뿌리고 있다.

가로등에 비친 검은 아스팔트 위로 빗방울은 떨어지고 세상은 아직 컴컴하고 머리 풀어헤친 나무들이 물에 취해 휘청인다.

 

 

여기가,

꿈속 인가?

꿈밖 인가?

 

그대도 깨어 있는가?

 

오소서,

오소서,

속히 오소서.....

092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