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Book of Movie.

김 훈 ...... 남한 산성.

북아프리카 2023. 5. 30. 11:30

 

 
남한산성
김훈 특유의 냉혹하고 뜨거운 말로 치욕스런 역사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소설 『남한산성』. 2007년 펴낸 초판 이후 저자가 십 년의 세월을 지나 비로소 털어놓는 ‘못다 한 말’을 담고, 화가 문봉선의 그림을 수록하고, 새 옷을 갈아입은 개정판으로 만나본다. 병자호란 당시, 길이 끊겨 남한산성에 갇힌 무기력한 인조 앞에서 벌어진 주전파와 주화파의 다툼, 그리고 꺼져가는 조국의 운명 앞에서 고통 받는 민초들의 삶이 소설의 씨줄과 날줄을 이루어, 치욕스런 역사를 보여준다. 1636년 병자년 겨울. 청의 대군은 압록강을 건너 서울로 진격해 오고, 조선 조정은 길이 끊겨 남한산성으로 들 수밖에 없었다. 소설은 1636년 12월 14일부터 1637년 1월 30일까지 47일 동안 고립무원의 성에서 벌어진 말과 말의 싸움, 삶과 죽음의 등치에 관한 참담하고 고통스러운 낱낱의 기록을 담았다. 쓰러진 왕조의 들판에도 대의는 꽃처럼 피어날 것이라며 결사항쟁을 고집한 척화파 김상헌, 역적이라는 말을 들을지언정 삶의 영원성이 더 가치 있다고 주장한 주화파 최명길, 그 둘 사이에서 번민을 거듭하며 결단을 미루는 임금 인조. 그리고 전시총사령관인 영의정 김류의 복심을 숨긴 좌고우면, 산성의 방어를 책임진 수어사 이시백의 기상은 남한산성의 아수라를 한층 비극적으로 형상화한다. 이 작품은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의 황동혁 감독, 최명길 역의 이병헌, 김상헌 역의 김윤석, 인조 역의 박해일, 대장장이 서날쇠 역의 고수 주연의 영화로 9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청의 공격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숨어든 임금과 조정이 고립무원 상황에서 47일을 보내야 했던 이야기를 역사 속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다시 한 번 만나볼 수 있다.
저자
김훈
출판
학고재
출판일
2017.07.07

 

 

" 나는,

  날마다 산성을 오른다. "

 

"치욕과 자존은 다르지 않았다."

 

치욕과 자존이 다르지 않다고?

치욕과 자존은 다르다.

치욕은 치욕이고 자존은 자존이다.

 

지금의 무릎 꿇음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일이 될 거라고...

지금의 치욕이 결국은 다시 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될 거라고....

그래서 지금의 치욕은 결국 자존의 길이 되는 거라고 그는 말했지..... 최명길.

 

그럴 수 없다.

치욕은 죽음이다 

죽음으로 자존을 지킬 수 있다면 차리리 죽음으로 자존하는 게 낫다.

무릎 꿇음 으로써의 자존은 자존이 아니다. 치욕은 치욕이다.

치욕은 죽음이다. 그가 말했다........ 김상헌.

 

" 난,

  날마다 산성에 올랐다."

 

내 안에 혹은 내 밖에 무수한 적들에게..

 무릎을  꺾고 조금의 안일한 삶 조금의 조용한 삶 그리고 조금의 보다 나은 삶을 구걸했다.

무릎으로 길 지언정  지금 평화로울 수 있다면 지금의 치욕으로 내 삶을 연장하고 편안한 미래를 꿈꿀 수 있다면 이런 치욕쯤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나를 스스로 위로하며..

 

난,

날마다 삼전도 그 벌판으로 나가 내 무릎을 꺾었다.

 

그리고,

해가 지면,

난,

날마다 다시 산성에 올랐다.

 

너덜 해진 내 무릅을 감싸 안고 너덜해진 내 심장을 추슬러 부둥켜안고난 밤마다 다시 산성에 올랐다.

밤새  꺾인  무릎을 다시 세우고 숙였던 내 고개를 들어 밤하늘도 한번 쳐다 보고 그리고 치욕으로 깊이 베인 내 상처를 치유했다.

다시 치욕스러워지기 위해서 ,

다시 무릎 꿇고 자존하기 위해서...........

 

난,

날마다 산성에 올랐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날들을 난 삼전도 그 벌판에서 치욕스레 무릎으로 기었고 다시 산성을 올랐다.

 

자존하기 위해 치욕스러워야 했고,

치욕스러워하기 위해  자존해야 했다.

 

" 치욕과 자존은 정말 다르지 않았다"

 

허나,

난,

이제,

마지막으로 산성을 오르려 한다.

 

이제 다시는 삼전도 그 치욕의 벌판에서 내 무릎을 꺾지는 않을 것이다.

난 이제 그 치욕을 버리려 한다.

자존 오로지 자존만을 하기 위해 이제 더 이상의 치욕은 버리려 한다.

 

내가 오른 내 산성에서 치욕을 버리고 자존하는 일이 춥고, 헐벗고, 굶주리고 , 외롭고, 슬프고 , 고통스럽고, 아프고, 죽을 만큼 힘들어도 더 이상 무릅을 꺽는 일은 더이상 나를 치욕 속에 놓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 자존을 위해 치욕속에 나를 놓지는 않을 것이다.

 

치욕을 주고산 자존은 자존이 아니다.

패배고 수치고 부끄러움이고 죽음이다.

자존은 스스로 존재함이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는 거다.

스스로 존재할 수 없다면 존재하지 말아야 하는 거다.

 

 

 

자존( 自存 )................ 스스로 존재함.

 

난,

이제,

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 존재함이다.

나, 스스로 존재할 것이다.

 

나,

다시는 무릎 꿇지 않으리.

 

 

 

 

2007 년 9 월 3 일.

2007 년 11 월 21 일 나는 혼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