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Book of Movie.

헤르만 헷세 ...... 싯타르타 ( Siddartha ).

북아프리카 2023. 5. 10. 03:34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가 1922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싯다르타』는 그 사상적 깊이는 차치하더라도 드라마틱하고 속도감 있는 전개 면에서 현대의 소설들을 넉넉히 압도한다. 마흔다섯의 헤세가 『데미안』 발표 이후 극심한 우울감으로 정신 상담을 받는 시기에 구상, 집필하고 발표한 소설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길’로 대표되는 『데미안』의 내면 탐구는 『싯다르타』에서도 이어지며, 결국 작품의 말미에서 헤세는 ‘해답’을 내놓는다.

 

저자
헤르만 헤세
출판
열림원
출판일
2014.06.27

 

 

 

그 친구는 늘 이렇게 말한다.

물처럼 흐르라고 물처럼 편하게 생각도, 감정도. , 몸도, 흘러가는 대로 그렇게 편하게 흐르면 된다고....

나는 요즘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물처럼 흐른다고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흐른다고 상처받지 않고 아프지 않고 편할 수 있을까?

 

어느 책 에선가 ,

흐르는 물도 상처받는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물도 흐르면서 자잘한 돌들과 부대끼고 때론 커다란 바위와 부딪치고 물속 물고기 들과 대면하고 때로는 퍼붓는 빗줄기와 섞이고 싶지 않아도 섞여야 하고 거대한 폭포를 만나면 떨어지는 아픔 또한 견뎌야 한다. 그렇게 끊임없이 흐르면서 끊임없이 상처받고 있다는 거..... 물도 상처받는다.

 

그래서 차를 끓이기 위해서는 물을 함지에 받아서 오랫동안 가만히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한다.

물의 상처를 달래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상처를 달랜 물을 가지고 찻물을 끓여야 한다고 그래야 비로소 제대로 된 차를 만들 수 있다고....

 

물도 흐르면서 상처받는다.

하지만 물은 흐르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상처받아서 아프다고 소리치지 않는다.

물은 그저 쉼 없이 흐른다.

제 안에 무수한 상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쉼 없이 흐르고 흘러 결국은 바다에 닿으리란 것을 물은 아는 모양이다.

 

살아 있으니까 상처받고 아픈 거다.

그러니 이젠 상처받고 아픈 것도 감사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살아 있는 거니까 .....

 

그리고,

나도 언젠가 흐르고 흘러 깊은 바다에 닿으리란 것도 이제는 알겠다.

흐르면서 만났던 수많은 상처와 아픔들 또한 흐르면서 정화되고 치유되고 혹은 뜨거운 태양 아래 수증기로 올라 하늘에 닿으리란 것도... 그래서 내 바다에 닿으리란 것도 이제는 어렴풋이 알겠다.

헤르만 헤세.

 

1877 년 독일에서 태어나 1962 년 떠나다.

 

어린 시절 그의 책을 처음 접한 게 여중 때 " 데미안 " 을 통해서였다.

그 나이에 헤르만 헤세의 " 데미안 " 을 무슨 생각으로 읽었는지 기억이 없다. 아마도 " 데미안 "이라는 발음이 왠지 멋스러워서 읽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생각나는 건 " 아프락사스 " "새는 알에서 깨어나려 한다. "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왠지 멋있게 느껴졌던 말.... 내가 알인가 새 인가 며칠 동안 골똘히 생각하기도 했던 거 같다 ..

 

몇 년 전 친구가 생일 선물로 보내줬던 헷세의 " 싯타르타 "를 이 가을에 다시 잡았다.

몇 년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눈은 글을 쫓으면서 생각은 다른 생각을 했던 거 같다. 이 가을에 다시 잡은 " 싯다르타"는 아주 맛있지도 아주 달콤하지도 그러면서도 왠지 입안 가득 부드럽고 향기로운 차 한 모금을 머물고 있는 거 같은 느낌을 갖게 했다. 그래서 " 싯다르타"를 읽는 내내 향기 로왔다.

그리고 꽤 오랫동안 맘에 안 들었던 지금까지의 내 삶과 조금 화해했다.

브라만 최고 계급의 아들로 태어나 부러울 것 없는 싯다르타.

 

그런 그가 세상을 떠돌며 참된 진리를 찾아가는 이야기.

그는 친구 고빈다와 평생에 걸친 우정을 나누고, 해탈한 고타마 싯다르타를 만나 생각을 나누고, 아름다운 여자 카말라를 만나 사랑을 배우고, 사업가 카마 스와미를 만나 돈을 벌고, 강가 뱃사공 바주데바를 만나 흐르는 강물의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노년에 만나게 된 아들을 통해 가장 많은 아픔과 고통을 체험하기도 한다.

 

세상의 참된 진리, 도를 찾기 위해 평생을 떠돌며 배웠던 싯다르타.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부처 고타마 싯다르타와의 대화를 통해서 그는 뭔가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낀다.

그건,

 

" 해탈은 가르침을 통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 라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좋은 진리이고 지식이라 할지라도 내가 직접 체험하고 내가 직접 느끼지 않은 다른 사람을 통해 주어지는 해탈이라면, 그건 나의 깨달음이 될 수 없는 거다.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는 거다. 누구나 자신만의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싯다르타도 그런 생각을 했던 거 같다.

 

그래서 이루어지는 그의 긴 여행,

 

아름다운 기생 카말라에게서 배우는 사랑의 희열, 환락, 기쁨.....

그리고 카와 스와미로부터 얻게 되는 재물. 그는 한동안 육체의 쾌락과 물질의 기쁨 속에 묻혀 살게 된다.

어느 날 부족함 없는 육체의 향연과 물질의 풍족 속에서 다시 깨닫게 되는 싯다르타. 육체로 느끼는 기쁨과 물질의 풍요로움이 삶을 채울 수 없다. 오랫동안 자신 안에 죽어 있었던 자아를 다시 만나고자 하는 열망으로 다시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싯다르타.

 

그리고 그가 이르는 강가,

그 강가에서 만나는 바주데바 라는 뱃사공. 그는 그 뱃사공 친구를 통해 강물의 소리를 듣는다. 흐르는 강과 대화하며 비로소 알게 되는 그 자신의 진리.그러나 뒤늦게 찾아온 그의 아들로 인해 인생에 가장 큰 아픔과 고통을 체험하는 싯다르타.

 

노년에 이르러, 그와 다른 길을 걸으며 인생에 참된 도를 찾으려 했던 친구 고빈다와의 만남. 그는 강가 뱃사공으로써 그가 평생에 걸쳐 얻었던 깨달음을 고빈다에게 전한다.

 

"........ 이 세상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일, 이 세상을 설멍하는 일, 이 세상을 경멸하는 일은 아마도 위대한 사상가가 할 일이겠지. 그러나 나에게는,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것, 이 세상을 업신여기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와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탄하는 마음과 외경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것. 오직 이것만이 중요할 뿐이야....... "

그 친구는 늘 이렇게 말한다.

 

강물처럼 흐르면 된다고 그렇게 마음 가는 대로 느낌이 가는 대로 몸이 가는 대로 생각이 가는 대로 흘러가면 된다고... 흐르면서 부대끼고 상처받고 아파하고 그리고 때로는 평화롭고 잔잔하고 기쁘고 그렇게 흐르면 되는 거라고....

 

그래,

이렇게 흐르다 보면 나도 언젠가 바다에 닿을 수 있는 거다.

내가 흐르면서 돌과 부대끼고 빗줄기와 섞이고 바위와 부딪치면서 아프고 멍들고 힘들었던 나의 모든 체험들이 나를 결국은 나대로 완성시키게 될 거다.

나는 다른 사람의 체험이나 다른 사람의 진리를 빌어 완성되는 게 아니라,

나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내가 지금 흐르고 있는 내 평생의 흐름을 통해 나로서 완성이 되는 것이다.

 

나는 지금 흐르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 흐르다 보면 언젠가 내 바다에 닿으리란 것도 이제는 알겠다.

 

지금,

어디선가 흐르고 있는 그대 또한 언젠가 그대의 바다에 닿게 되겠지요.

 

내가 만나는 바다와,

그대가 흘러 만나는 바다가,

한바다로 만나지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책 속에서 >

 

 

 

싯다르타가 카말라에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이야.... 바람에 나부껴 공중에서 이리저리 빙빙 돌며 흩날리다가 나풀거리며 땅에 떨어지는 나뭇잎 같은 존재야. 그러나 얼마 안 되는 숫자이긴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하늘에 있는 별 같은 존재로서 고정 불변의 궤도를 따라서 걸으며 어떤 바람도 그들에게 다다르지는 못하지...... 그들은 자기 자신의 내면에 그들 나름의 법칙과 궤도를 지니고 있지..."............... 나도 .. 별이고 싶다.

 

강가에서...

 

" 사실을 안 지는 오래되었지만... 이제야 비로소 내가 그것을 직접 체험하게 되었군... 이제 나는 그 사실을 제대로 안 거야..." ...... 지식과 체험은 다른 것이다.

 

" 진실로 도를 구하고자 하는 자라면 진실로 도를 얻고자 하는 자라면 어떠한 가르침도 받아들일 수가 없는 법이다. 그러나 이미 득도한 자는 모든 각각의 결 가르침을 모든 각각의 길을 모든 각각의 목표를 인정할 줄 아는 법.....'

 

아들로 인한... 고통...

 

".... 이토록 맹목적으로 이토록 고통스러워하며 이토록 아무 결실도 없이 그렇지만 이토록 행복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이 있었던가...?" .... 자식에 대한 가눌 수 없는 사랑은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앞설 수 없다. 어쩌면 가장 큰 고통을 주면서도 또한 가장 큰 행복을 같이 가지고 있는 자식에 대한 사랑.

 

그리고... 깨닫게 되는....." 옴 "

 

" 일체의 소리들.... 일체의 목적들.. 일체의 그리움.... 일체의 번뇌.. 일체의 쾌락.. 일체의 선과 악...

이 모든 것들이 함께 합해져서 이 세상을 이루고 있었다 ...... 이것이 ... 바로 .... 완성이라는 의미의 옴 이었다 ....."

 

친구 고빈다와의 만남...

 

" 지식은 전달할 수가 있지만... 그러나 지혜는 전달할 수가 없는 법이야..."

 

" 내가 깨달은 최고의 생각이란 ....< 모든 진리는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진리이다! > "

 

" 죄인의 내면에는 지금 그리고 오늘 이미 미래의 부처가 깃들어 있다... 죄인의 미래라는 것은 모두 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이네...."

.

.

.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시간이 물처럼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며...

늦가을에 헷세의 " 싯다르타 "를 만나다.

0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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