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Book of Movie.

마르그리트 뒤라스 ...... 연 인.

북아프리카 2022. 12. 19. 10:39

 

 

 
연인
프랑스 현대 문학의 대표적 여성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공쿠르 상 수상작. 베트남에서의 가난한 어린 시절, 중국인 남자와의 광기 어린 사랑을 섬세하고 생생한 묘사로 되살려 낸 자전적 소설이다. 1992년 장자크 아노 감독의 동명 영화로 제작된 이 작품은, 1984년 '연인'을 초역해 국내에 소개한 김인환 교수가 다시 우리 말로 옮긴 새 번역본이다. 1929년 프랑스령 베트남. 가족과 함께 방학을 보낸 프랑스인 소녀는 기숙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나룻배를 타고 메콩 강을 건넌다. 난간에 홀로 기대서서 강물을 바라보는 소녀의 모습은 남성용 중절모와 생사 원피스, 굽 높은 구두 차림에서 풍기는 조숙하고 독특한 분위기로 같은 배에 타고 있던 부유한 중국인 남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소녀는 남자의 제안으로 그의 독신자 아파트로 안내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욕망을 경험하고 해방감을 느낀다. 가난한 환경에 대한 절망으로 무기력해진 어머니, 마약과 노름에만 빠져 있는 난폭한 큰오빠, 그리고 늘 큰오빠에게 시달리는 나약한 작은오빠. 비정상적인 가족에 대한 혐오가 더해 갈수록 소녀는 남자와의 관계에 더욱 몰입하고, 그 관계는 점점 광적인 욕망과 공허한 사랑으로 치닫는데…. 소설은 여러 시공간을 넘나드는 짤막한 문단들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가 프랑스인 소녀와 중국인 남자와의 관계에 초점이 맞추어 순차적으로 사건을 진행시킨다면, 소설은 베트남에서의 어린 시절이, 프랑스로 귀국해 문단과 학계의 저명인사들과 교류하던 시절이, 노년에 이른 현재의 시간이 뒤섞여 있다.
저자
마르그리트 뒤라스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07.04.30

< 연 인 >

나는 나룻배를 타고 메콩강을 건너고 있습니다.

나는 프랑스 식민지의 베트남에서 프랑스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방학이 끝나 사이공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엄마가 입다가 물려준 어깨와 목과 등이 깊게 파이고 속이 훤히 비치는 생사 드레스에 허리를 오빠들의 가죽 벨트로 질끈 동여매고, 장밋빛이 도는 남성용 중절모를 양쪽으로 땋은 머리 위에 눌러쓰고 굽 높은 금빛 샌들, 그리고 연한 볼 화장과 붉은 입술연지를 하고 있습니다.

 

그가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는 고급 리무진을 탈수 있는 부유한 중국인의 상속자입니다.

그는 내게 다가와 내가 아름답다고 말해 줍니다. 그는 프랑스에 유학 갔다가 그의 방탕한 생활로 인해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다시 베트남으로 귀국하고 있는 중입니다.

 

나의 아버지는 나 어린 시절병으로 죽었습니다.

나는 프랑스어 선생을 하며 히스테리적으로 가정을 이끄는 엄마와 그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마약과 도박에 빠져사는 내가 죽이고 싶어 하는 큰 오빠와, 큰오빠 때문에 늘 힘들게 살아가는 내가 사랑하는 작은 오빠와 살고 있습니다.

 

나의 어머니는 나 어린 시절 젊은 남자와 사랑에 빠졌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끝난 후 그 남자는 권총으로 자신의 심장을 쏘아 버렸습니다. 나는 늘 어머니를 통해 그녀 안에 있는 열정과 광기를 봅니다. 어쩌면 내 안에 있을지도 모르는.....

 

그는 나를 기숙사까지 태워주겠다고 합니다.

그의 리무진에 올려타면서 나는 그와 내가 곧 다시 만나리라는 걸 압니다.

그리고 나의 생각대로 그와 나는 다시 만납니다. 그는 나의 첫 남자가 됩니다.

 

그는 백인이면서 그보다 나이가 열두 살이나 어린 나와의 사랑을 두려워합니다.

그와 나는 매일 그의 아파트에서 사랑을 나눕니다. 열다섯 살인 나는 그와 나누는 사랑이 좋습니다. 끝없이 침몰해가는 듯한 환상적인 쾌락..... 그는 내게 끝없는 쾌락을 가르쳐 준 내 첫 번째 남자이자 연인입니다.

 

나는 그에게 말합니다.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더 좋겠어요. 날 사랑한다 해도, 당신이 습관적으로 다른 여자들에게 하는 것처럼 대해 주세요 "

 

그가 묻습니다

" 그것이 당신이 원하는 거야? "

 

그가 괴로워합니다. 그는 내가 결코 자기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압니다. 결국 그는 나를 가질 수 없음을 나는 영원히 그의 여자가 될 수 없음을....

그가 아무려나를 간절히 원한다 해도 언젠가 내가 그를 떠나기란 걸 압니다.

 

하지만,

지금,

" 우리는 연인입니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습니다 "

 

그와의 사랑이 알려지고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나를 단념하라고 합니다.

그는 아버지에게 빕니다 " 저의 열정을... 광기를 백인 소녀에 대한 이런 미칠 듯한 사랑을 가질 기회를 단 한 번만 허락해 주세요..... "

 

나는 그를 떠나 프랑스로 돌아갑니다. 그를 떠난 나는 갑자기 너무 늙어버린 거 같습니다.

그는 집에서 오래전 정해놓은 그의 약혼녀와 결혼합니다.

 

시간이 오래 흐른 후....

몇 번의 결혼과 몇 번의 이혼 그리고 몇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프랑스에 살고 있는 나.

어느 날 그의 전화가 옵니다.

머뭇 거리며 그가 전화기 저편에서 내게 말합니다.

 

" 그의 사랑은 예전과 똑같다고. 그는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있으며,

결코 이 사랑을 멈출 수 없을 거라고....... 죽는 순간까지 나를 사랑할 거라고..................... "

 

< 열정 혹은 광기의 시간 >

 

여고 시절,

시험을 앞두고 친한 친구와 밤샘을 한다는 핑계로 친구의 집에서의 외박이 허락된 적이 있었습니다.

친구 집에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고 저녁나절에 우리는 꽤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간혹 지르르 웃으며 수다도 떨었지요. 시간이 자정이 넘어지자 친구가 졸음에 겨워 잠이 들었습니다. 교대로 깨워주기로 약속을 하고 말이지요. 저는 잠자는 친구 옆에서 조금 더 공부를 한다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되면 친구를 깨우고 제가 잠들어야 하니까요.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친구가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러더니 옷을 마구 벗었습니다. 속옷에 아주 얇은 슬립 하나만을 걸치고 서랍을 뒤적이더니 거울 앞에서 붉은 립스틱을 입술에 빨갛게 칠하고 눈도 검게 화장을 했습니다. 아무 말도 없이 말 거는 내게 말대꾸조차 안 하고 자다 말고 일어나 갑자기 화장을 하는 친구를 황당하게 쳐다보는 내게 친구가 다가와 앉았습니다.

 

" 나는 내 안에 흐르는 피가 무서워......"

 

친구가 그 말을 하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친구의 외할머니는 구한말 시절쯤 기생이셨답니다. 기생 노릇을 하며 친구의 어머니를 낳으셨고 친구의 엄마는 제 친구를 포함해 딸 넷을 낳으셨습니다. 친구 아버지는 엄마를 팽개치고 집을 나가버리셨고 엄마는 두 딸을 데리고 그 당시 서울 부유촌에서 알만한 사람들만 들락거리는 요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친구의 큰언니는 이미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딸아이를 낳았습니다.

 

친구는 외할머니부터 엄마를 통해 자신들의 자매에게까지 스미어 흐르고 있는 기생의 피를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아무리 거부하고 벗어나려 해도 결국 내 안에 흐르는 기생의 피는 나를 기생으로 만들고야 말 것이라는 두려움 그 두려움을 그 한밤중 내 친구, 그녀에게서 봤습니다 제게 그 이야기를 털어놓은 후 그녀는 일어나 화장을 지운 후 다시 잠들었습니다. 나는 아침까지 잠들지 못했습니다.

흡사 무슨 영화를 보고 난 것같은 기분이었던 거 같습니다.

 

아침에 우리는 둘 다 밤새 있었던 그 해프닝에 대해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

시간이 많이 지나고,

먼 나라로 떠나온 나는 내 두 아이를 데리고 한국을 방문했었지요.

정말 오랜만에 그 친구와 연락이 닿아 만났습니다. 친구는 그때까지 결혼을 하지 않고 큰언니의 딸아이를 제 자식처럼 키우고 있었습니다. 친구는 결혼을 하지 않음으로 자신의 집안에 흐를지도 모르는 두려운 운명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듯했습니다. 나는 굳이 친구에게 그날의 일도 또 결혼하지 않은 이유도 묻지 않았습니다. 친구는 편안해 보였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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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세기 초,

프랑스령 베트남에서 성장했던 프랑스 여류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자전 소설 ......<연인>

그녀 나이 열다섯 살 그녀보다 열두 살이나 많은 중국인 남자와의 첫사랑, 첫 경험을 토대로 쓰인 책이다

오래전 이 책을 처음 대했을 때는 한번 읽고 그냥 넘어갔었다. 영화에 대한 찬사가 많았던 터라 기대를 가지고 봤는데 책에서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었다. 다시 본 연인에서 나는 누구나 한 번쯤 통과했던 열다섯 살 즈음의 열정과 광기에 대한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떠올랐던 이제는 정말 기억조차 희미했던 어린 시절 그 즈음의 친구와의 한밤중 해프닝이 생각났다. 뒤라스 그녀가 그 나이에 가졌던 경험했던 그 사랑이 그녀 안에 어쩔 수 없는 열정과 광기에 대한 분출이었다면, 그 즈음의 나이에 내 친구와 내 안에도 그녀와 비슷한 열정과 광기가 있었을지 모른다고... 그 열정과 광기가 피에 기인한 것이던 나이에 기인한 것이던....

 

누구나 한 번쯤 그렇게 내 안에 열정과 광기로 타오를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고....

누구나 한 번쯤 그렇게 내 안에 용솟음치는 뜨거운 피 때문에 어쩔 줄 모르는 때가 있다고.....

 

이 소설은 오래전 그 당시 18 살이었던 제인 마치와 중국 배우 양가휘를 주연으로 영화화되었었다. 나는 역시 보지 못했지만. 거리에 붙어있던 영화 포스터는 지금도 생생하게 인상적이다. 아주 작은 소녀가 양 갈래머리를 땋고 남성용 중절모를 쓰고....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그 ...

.

.

.

생에 한 번쯤,

불꽃처럼....

 

타오른 적이 있었던가?

타오르고 있는가?

타오를 것인가?

 

생에 한 번쯤,

아무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전히 나를 불살라 뜨겁게 불꽃처럼 타오를 수 있다면.......

 

나는,

그 불꽃이 " 그대 "를 향한 것이라면 좋겠다 ................

마르그리트 뒤라스......

수많은 집필 활동과 영화, 연극, 시나리오까지 두루두루 섭렵했던 그녀....

알코올 중독과 몇 번의 결혼과 이혼 그 고통 속에서 왕성한 창작 활동을 했다.

1996 년 40 년 연하인 애인 "얀 안드레아 스테네라"의 품에 안겨 생을 마치다.

어쨌든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서 숨을 거두었으니 여한은 없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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