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내안에 수다.

유튜버 "삐루빼로" 최수빈을 생각하다.

북아프리카 2023. 5. 15. 09:19

 

 

 

 

 

집에서 널널하게 이것저것 보는 게 요즘 백수인 나에 일상이다.

내가 유튜브 채널에서 주로 보는 건 다큐멘터리나 역사에 관한 것들 그리고 사소하게 사는 미국 아줌마 모습들이다.

그러다 어찌어찌 랜덤으로 내가 온 채널이 " 빼루빼로 "였다.

루 게릭 환자 최수빈.

2017 년 증상이 처음 시작되었고 2019 년에야 루 게릭 으로 진단 받았다. 그녀 나이 겨우 스물네 살이었다.

이 삼일을 새벽까지 그녀의 영상을 보며 울다가 웃다가...

초창기 영상들은 군에서 전역한 그녀의 남동생이 그녀를 케어하는 모습들 그리고 작고 어린 강아지 삐루와의 만남 그리고 삐루와의 시간들이다. 시간이 좀 지나서는 주로 그녀의 엄마가 그녀를 온전히 다 케어하는 모습들이다.

근위축성측색경화증 (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흔히 루 게릭병이라 불리는 이병은 1930 년대 미국 메이저 리그 유명한 선수였던 루 게릭이 걸려서 죽음에 이르게 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루 게릭병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신경세포가 점점 죽어가면서 근육이 소실되고 결국엔 전신이 마비되어 죽음에 이르게 되는 불치병 중에 하나라고 한다. 21 세기에 치매와 더불어 인류가 극복해야 할 중대 질병 중에 하나라고 한다.

원인은 유전이나 환경적인 요인을 꼽기도 하지만 대부분 원인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그래서 치료제를 찾기도 많이 힘든 병이다.

최수빈 그녀는 참 젊고 이쁘다.

그녀의 남동생도 건장하고 잘생기고 누나에게 참 다정한 좋은 청년이다.

그러나 영상을 보면서 나는 얼굴이 공개 되어 지지 않은 그녀의 엄마에게 더 많은 눈길이 갔다.

많은 영상들이 그녀 엄마에 의해 촬영된 것들이었다. 그리고 많은 목소리로 그녀 곁에서 함께 하는 그녀 엄마의 목소리들....

한 영상을 보다가 그녀 엄마의 한마디에 나는 정말 많이 울었다.

병원 주사실 침대에 누워 주사를 맞는 딸내미 옆에 앉아서 딸의 머리카락을 쓸어 주고 얼굴을 쓰다 듬으며 그녀 엄마가 나지막이 말한다,,

" 우리 이쁜 수빈이...."

나는 이 한마디에 흐느끼며 많이 울었다.

그 한마디에 아픈, 불치병으로 고생하는 딸을 향한 엄마의 애끓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말 한마디에 응축되어 있던 엄마의 마음들... 젊고 이쁜 딸을 병원 주사실에 눕혀 놓고 쓰다듬을 수밖에 없는 엄마의 애간장이 끊어지는 듯한 아픈 마음...

흔히들 하는 말...

부모가 되어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

나도 엄마가 되어서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 비로 소야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내 자식이 어디 조금 긁히기라도 할까 봐 어디 조금 아프기라도 할까 봐 늘 모든 촉수는 아이들을 향해 있었고 딸이 학교 때문에 처음으로 집을 떠나있던 4 년 동안 난 늘 그곳의 날씨를 검색했고 늘 마음은 떨어져 있던 딸을 향해 있었다. 그러면서도 혹여 이런 내 마음에 그 녀석이 부담스러워할까 겉으론 무심한 척 내색도 못하고 늘 나는 짝사랑의 열병을 앓았다.

하루하루 안 좋아져 가는 딸을 옆에서 바라보는 최수빈의 엄마..

그래도 그녀는 영상에서 늘 밝고 늘 딸에게 긍정적인 말을 하고 장난을 하고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대하고 그러면서도 늘 세심하게 그녀를 챙긴다. 하지만 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혼자 울수 밖에 없는 그 엄마의 눈물과 아픔이 보였다. 저 아무렇지 않음에 숨겨져 있는 엄마의 눈물과 한숨과 고통과 아픔..그럼에도 딸에게 늘 웃어주는 엄마 ..난 아픈 그녀도 그녀지만 그녀 엄마에게 눈물과 에너지를 받았다.

그래,

누구나 삶의 모습은 다 다르다.

우리는 다 같이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최수빈 그녀가 그녀의 영상에서 한 말처럼 " 삶은 누구에게나 다 공평하다 "

가장 많이 불평하고 억울하다고 불공평하다고 하늘을 신을 원망해야 하는 그녀가 말한다.

" 삶은 누구에게나 다 공평하다 "라고..

영상에서 보이는 그녀와 가족들은 늘 밝고 활기차고 재미있고 즐겁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님을 알고 있다. 영상 밖에서 그들이 마주하는 일상들과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으리란걸 안다.

그녀에게 또 그녀 가족에게 보여지지 않는 수많은 시간들 속에 마주하는 힘들 현실들.. 그럼에도 그들은 늘 웃는다.

신은 어쩌면 그런 상황에서도 웃을수 있고 다른 이에게 위로와 힘을 줄수 있기에, 그런 상황에서도 " 삶은 공평하다 " 말할수 있는 그녀 이기에 지금 힘듦속에 그녀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그래서 그녀의 영상을 보면서 내가 위로를 받는다면 너무 이기적인 생각일까?

상처가 상처를 위로한다고..

다른 이의 상처가 나의 상처를 위로한다고 한다.

몇십만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그녀는 아마도 몇십만 사람들의 상처를 위로하고 있을 거다. 당연히 많은 위로를 받아야 하는 처지의 그녀가 오히려 다른이들을 위로하고 힘이 되준다. 그러니 그 많은 사람들의 치료제가 되고 있는 그녀는, 그리고 그녀의 가족들은 정말 위대하다.

오늘은 미국 Mother's day 다.

한 달 전 직장 때문에 두 시간 거리로 이사 나간 딸아이가 다녀갔다.

한 달 만에 보는 딸아이를 파킹 라트까지 마중 나가서 품에 꼭 안고 나는 목이 메었다.

아마도 최수빈 그녀 엄마를 생각해서 였을 것이다.

지금 많은 사람들의 위로가 되어주는 그녀와 그녀 가족들의 위대한 여정이 하루빨리 끝나고 건강하게 일어서 걷고 뛰고 달릴수 있었으면 좋겠다. 길고 긴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고 있는 그녀 최수빈과 그녀의 가족들 그리고 특별히 그녀 엄마에게 신의 가호와 축복이 함께 하길 정말 간절히 빈다.

덧붙여,

현대 의학은 하루하루 눈이 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버티다 보면 멀지 않은 미래에 꼭 치료 약도 개발되리라 믿는다.

그때까지 그녀의 "존 버"가 강건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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