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내안에 수다.

디스커버리 호의 마지막 귀환.

북아프리카 2023. 5. 18. 10:48

 

 

내가 사는 곳에서 동쪽으로 끝까지 달리다 보면 대서양 바다를 만나게 된다.

그 바닷가 못 미쳐케이프 케너버럴(Cape Canaveral)이란 곳에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Kenndy Space Center)라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있다.

아주 오래전  우리나라 과학 위성 무궁화 1 호 가 처음으로 발사되기도 했던 곳이다.

 

몇 년 전 어느 화창한 날,  약속이 있어 커다란 호숫가에 차를 파킹하고 만날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병아리 같은 아이들이 쫄랑쫄랑 줄을 지어 나와 잔디밭에 쪼르르 앉더니 모두들 하늘을 본다.

조금 있다가 일제히 터져 나오는 환호성... 와~~~~~~~~~~~~~ 

나도 얼떨결에 환호성을 지르며 차밖으로 나왔다. 

오후 5 시가 조금 안 된 시간 멀리 케이프 케너버렐에서  디스커버리호가 마지막 임무를 위해 지구를 떠나고 있었다. 

몸체는 작은 은빛으로 조금 반짝이고 꼬리 부분에  온통 오렌지빛 불꽃을 달고 엄청난 추진력으로 지구를 떠나고 있었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사이를 뚫고  그렇게 우주로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 떠남은 보냄보다 더 큰 동력을 필요로 한다 "

 

어딘가로부터 , 혹은 누군가로부터 떠난다는 건 ,  머물거나  , 떠나보냄 보다 더 큰 동력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자리에 머물러 있거나 , 혹은 옆에 있는 것을 밀어 떠나보내 버리는 건  그 자리를 떠나거나 , 누군가로 부터 떠나는 것보다 훨씬 쉽지 않을까?

그런데 , 떠나는 건 , 누군가를 뿌리치고 , 어딘가를 두고 내가 가야 할 때 그땐 내 안에 엄청난 에너지가 있어야 비로소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몸이 누군가로부터 , 어딘가로 부터 떠나기 전에 내 마음과 생각까지 정리하고 접고 그래야 비로소 일어서게 되는 떠남... 그래서 떠남은 남아서 누군가를 보내는 것보다 더 큰 내 안에 동력이 내안에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곱 달 반 만에 태어난 내 아들 준이는 너무 일찍 나오느라  절대로 자연분만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는데  , 그 작은 몸뚱이가 내 몸을 밀치고 자기 힘으로 세상에 나왔다. 내 몸은 그저 그를 본능적으로 밀어냈을 뿐 , 그러니 밀어내어지지 않고 어딘가로부터 , 누군가로부터 , 자의에 의해 떠난다는 건 내 안에 나를  어느 곳으로부터 혹은 누군가로부터 떠나수 있는 강한 동력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 의사가 그랬었다. 아무리 힘든 자연분만이라도 아무리 작은 아기라도 스스로 밀치고 세상에 나온 아기가 심장도 더 튼튼하고 모든 면에서 강한 아이로 자란다고... 그러니 "떠남"은 보냄이나 머묾보다 확실히 강한 동력, 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어야 가능하다. 

 

스무 살만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게 일반화되어 있는 미국 아이들도 요즘은 스스로 집세며 , 차값이며 , 학비며 , 해결할 수 없어 아직도 부모품을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가는 추세라니 확실히 떠남은 내 안에 어떤 형태로든 동력이 필요한 거다. 지금 내 아이들 준이와 진이가 기를 쓰고 먹고 공부하고 성장하는 것도 언젠가  나를 떠나기 위한 동력을 준비하고 있는 거다.더 넓은 세상,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나는, 

얼마나 많은 곳으로부터 떠나고 ,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떠나고 ,

얼마나 많은 감정들로부터 떠나 지금 이곳에 있는지....

 

지나온 어느 순간, 어느 때, 어느 곳에서부터 떠나온 나도 

엄청난 내 안에 동력으로 그것들로부터 떠났다. 머물거나 나를 보냈던 그 마음들보다 훨씬 더 큰 동력으로 나는 그것들로부터 떠났다. 그 동력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었다. 

 

디스커버리 ( Discovery )

지구가 가지고 있는 강한 중력을 뿌리치고 , 넓고 먼 우주 공간으로 날아오르기 위해 디스커버리호는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날아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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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행성이기도 하고 위성이기도 하고. "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태양계의 여러 개의 행성 중에 하나인 지구도 달이라는 위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또한 지구는 인간들이 만든 무수한 위성들을 가지고 있다. 과학위성, 통신위성, 기상위성, 첩보위성.....

달은 지구를 벗어나지 못하고 늘 지구를 돌고 있는 위성이지만 , 사람이 만들어 쏘아 올린 위성들은 임무가  끝나면 언제든 다시 지구로 귀환한다. 간혹 사고로 귀환하지 못하고 우주의 미아가 되거나 또는 오래전 콜럼비아호처럼 사고로 산산이 부서져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나는 , 

나를 꼭 쥐고 있는 , 나를 밤낮으로 바라보고 있는 나의 태양계 울 엄마의 행성이다. 

나는 비록 엄마 곁에 가까이 있지는 못하지만 나는 엄마의 행성, 나는 늘 엄마 주위를 돌며 지지고 볶아대며 산다.

그래도 나는 울 엄마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 엄마는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엄마의 행성인 나에게 준다 따뜻한 빛과 에너지.....

엄마는 나의 태양  나는 엄마의 행성이다.

 

나는 ,

살면서 사랑하는 나의 위성을 많이 갖게 되었다. 

지구가   달이라는 자연적인 위성을 갖게 되었듯이  죽을 때까지 절대로 떠나보내지 못하는 두 개의 나의 위성  내 아들, 딸. 

그리고  혈연으로 맺어진 친지들,  마음으로 맺어진 친구들  , 가까운 이웃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은 언제나 내 주위를 돌고 있는 내 소중한 위성들이다. 가깝거나 조금 멀거나 그들은 나의 위성이다. 그리고 나 또한 그들의 위성이다. 사랑하는 그들을 벗어나지 못하고 늘 그들 주위를 돌고 있다. 아... 그래서 혹자는 " 사람이 가장 큰 우주다 "라고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떠남"은 " 보냄"이나 " 머묾 " 보다 더 강한 동력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떠남"은 때론 "보냄"이나  "머묾"을 힘들게 하고 진 빠지게 한다. 

아마도 앞으로 남아 있는 내 인생의 시간에는 "떠남" 보다 " 보냄"이나 " 머묾" 이 더 많아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마도 나는 때로 슬프고 힘들고 지치고 진이 빠질 것이다.  그래도 굳이 떠나야 한다면 그리 멀리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로부터 떠나야 하는 것들에게 나는 늘 보이지 않은 힘으로 그것들을 잡고 있는 또 다른 태양계가 되어 , 나로 부터 떠난 내 위성들에게 따뜻한 빛과 에너지를 주는 그런 행성이 되고 싶다. 떠나야 한다면 보내야 한다면 나는 늘 이 자리에 잘 머물러 있어 힘들고 지치고 슬플 때 언제든지 내게 와서 쉬고 새 힘을 얻을 수 있는 나는 그런 " 보냄"과  "머묾" 이 되고 싶다. 

 

나는 오래전 강한 동력을 갖고 " 떠남 "을 했다. 그러나 나는 언젠가 내가 떠나온 " 보냄 "이나  " 머묾 " 곁으로 , 내가 떠나온 위성들 곁으로 돌아갈 것이다.디스커버리호가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듯, 나도 내 떠나온 곳으로 귀환할 것이다.

돌아가서 부비부비도 하고 , 어리광도 피우고 , 투정도 피우고 , 늘어지게 잠도 자고 , 안식할 것이다.

 

그러나 ,

아직 나는 임무 수행 중이다. 

언젠가 내게 주어진 이 임무가 끝나면 , 나도 귀환할 것이다.

내 행성, 내 위성들 곁으로 나는 귀환할 것이다.

나를 떠나보내고 머물러서 나를 기다리는 그곳, 내가 떠나온 그 별로... 나는 귀환할 것이다. 

 

2011 년..... 3 월 9 일 오전 11시 59 분. 

지축을 흔드는 울림과 함께 우주에서의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디스커버리호가 무사히  푸른 별 지구로 귀환했다. 

푸른 별 지구는 , 디스커버리호의 무사 귀환으로 행복했을 것이다. 

 

 

광활한 우주의 이 조그만 행성에 당신과 내가 함께 살고 있는 것을 기뻐하면서.... "

 

  칼 에드워드 세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