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내안에 수다.

" 니나 " 와 노닐기 4.

북아프리카 2024. 4. 11. 11:53

 

 

 

정확히 아침 7 시에 니나집에 도착했다.

니나는 커피머신 스위치를 켜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나를 보니 활짝 웃는다. 크리스틴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내가 오지 않는다고. 수화기 너머 크리스틴 목소리가 들렸다  " 걱정하지 마요 그녀는 곧 올 거야 " 니나가 나를 기다렸나 보다. 

 

내가 온 걸 알았으니 크리스틴은 안심했으리라 생각했다. 전화를 끊고 니나와 커피타임을 가졌다.

 

나.......... " 좋은 아침 니나? 잘 잤어요? 나 기다렸어요? "

 

니나....... " 응. 너 기다렸지. 나 실은 잠 못 잤어. 어젯밤에  웬 남자들 둘이 내 집에 들어와서 내 침대 위로 올라와서 나를 강간하려고 했어! "

          " 그래서 내가 그 넘들이랑 싸워서 그넘들 도망갔어. 내손에 멍든 것 좀 봐."

 

실제로 니나의 양 손등에 자주색 멍이 크게 들어 있었다. 내가 약을 가져와 호~ 불면서 발라줬다. 큰일 날 뻔했다고.... 이런 나쁜 시끼들.... 그러면서. 침실에 가서 니나의 나이트가운을 벗기고 맘에 드는 긴팔 웃옷과 긴바지를 찾아 입혔다. 브래지어를 채워주는데 니나가  "  내 두 아가씨를 잘 부탁해!! "라고 말했다.  무슨 말인지 몰라 , " What?  " 그랬더니 내가 브래지어 뒤만 신경 쓰느라 브래지어 캡밖으로  늘어진 그녀의 두 유방을 넣지 못했다. 니나가 그걸 보고 두 아가씨를 브래지어 안으로 넣어달란 말.... 귀여운 니나. 유방이라고 할 것도 없는 그녀의 두 아가씨를  손으로 잡아 커다란 캡 안에 넣고 웃옷을 입혔다. 섬유질이 많은 시리얼에 바나나 반 개를 슬라이스 해서 우유를 부어 아침을 먹었다. 

 

크리스틴 말이 니나는 아침에 일어나거나 잠에서 깨어난 후 꿈속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단다. 그러니까 알츠하이머 시초라는 거다. 아침을 먹으면서 니나는  간밤에 그녀의 집 문을 열고 들어와 그녀를 강간하려던 두 명의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천천히 그녀를 이해 시키려 했다 .  니나 손등에 멍든 건 니나가 화장실 가다가 문에 부딪쳐 멍든 것이라고... 그녀가 말했다고... 내가 들어올 때 현관문은 잠겨 있었다고 그러니 아무도 집에 침입하지 않았다고..

 

그녀가 고집스레 그녀의 생각을 주장할 때 나는 되도록이면 그녀 편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애쓴다.

그녀가 화나지 않게 , 그녀가 그 생각을 잊어버릴 수 있게 다른 곳으로 화제를 바꾸려 애쓴다. 그러나 오늘 이 애씀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더 이상 니나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 싫어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결국, 

그녀는 경찰에 리포트를 해야겠다고 오늘밤 도저히 이 집에서 잘 수가 없다고 너무 무섭다고...

미처 말릴 새도 없이 , 아니 말릴 수 없게 단호하게 그녀가 다이얼을 돌렸다........... 911 

 

니나 ,,,,,,,,,,,,," 나는 니나 프라이스 ,,, 오늘 새벽에 두 남자가 내 침실로 침입해서 나를 강간하려 했어요 , 나는 개인경호를 신청하고 싶어요 "

 

횡설수설하는 니나를 나는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니나의 상태를 눈치챈 오퍼레이터가 누군가 같이 있는 사람을 바꾸라 했다. 니나가 내 친구가 있다고 내게 전화기를 주었다. 나는 코드레스 전화기를 들고 니나는 코드 전화기를 들고 있었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듣고 싶었나 부다.  나는 그녀가 치매환자라는 말은 못 하고 , 그녀가 좀 아프다는 말과 집에 아무 일도 없다는 말, 그리고 당신이 뭔가 눈치를 채 줬으면 좋겠다는 뉘앙스를 주고 끊었다.  오퍼레이터는 곧 경찰을 보내겠다 말하고 끊었다 .

 

크리스틴에게 이 상황을 문자로 보내고 , 오후에 크리스틴이 들리겠다는 말을 했다.

니나에게 크리스틴이 올 거라고 했더니 니나는 곧장 드레스룸으로 들어가더니 머리를 빗고 화장을 하고 볼터치를 하고 꾸몄다.

두 사람의 방문자가 니나에게 생겼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니나가 왠지 생기스러워 보였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거꾸리와 장다리 커플 같은 두 명의 경찰이 문을 두드렸다.

나는 문밖으로 잠시 나가 그녀가 알츠하이머 환자란 말을 해줬다. 그들이 집으로 들어와 니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물었다. 

 

니나......... " 신변보호를 해줘야겠어요 , 나는 너무 무서워서 살 수가 없어요 아니면 나를 다른 곳으로 옮겨줘요. 누군가 이문을 또 열고 들어올지도 몰라 "

 

경찰......... " 문을 첵업 해봤는데요 , 이 문은 함부로 열리지 않는 문이에요 걱정 마세요 , 우리가 집 주위를 둘러볼게요  "

 

니나.......... " 내가 그 두넘을 마구마구 때려서 내 쫒았다우 ...이것봐 손등에 멍든 거  "

 

경찰.......... " 그 넘들 얼굴 기억해요? "

 

니나.......... " 아니 기억 안 나... 그런데 어떤 여자가 커다란 갈색개를 가지고 왔었는데 ,.. 그 개좀 찾아줘... 배고플 텐데 밥을 주고 싶어 "

 

 

횡설수설한 니나와의 대화가 끝나고 , 경찰이 내게 물었다. 밤에 할머니가 혼자 자냐고.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녀를 케어해 주는 사람들이 네 명 있는데 , 모두들 낮시간만 근무를 하고 오후 여덟 시 이후에는 그녀 혼자 집에 있다고 말하면서 왠지 내가 니나를 방치하는 거 같은 기분이 들어  잠시 얼굴이 뜨거웠다.  그녀가 911에 전화하지 않도록 하고 싶었지만 그럴수 없었다고 미안하다고 , 경찰은 괜찮다고 왜냐하면 그녀가 911 에 전화 건 게 이번이 첨이 아니라고 그녀의 전화 기록이 있어서 응급사항이 아니란 거 알고 왔다고... 다음부터 그녀가 전화를 하게 되면  " Non Emergency ~ "라고 말해 달라고.. 그리고 그녀가 가족들과 같이 있었으면 좋을 거 같다고... 

 

그들이 돌아가고 , 하루종일 한 번의 낮잠도 안 잔 니나는 윌체어로 뱅뱅 집안곳곳을 돌아다녔다. 크리스틴이 왔을 때 혹여 자신이 잠들어 그녀를 만나지 못할까 봐  잠들지 않으려고 계속 윌체어를 움직였다.  꾸벅꾸벅 졸면서 계속 움직이는 니나의 행동이 왠지 가슴 찡~ 했다. 

크리스틴이 곧 도착한다는 문자를 받고 나는 잠시 외출을 했다 . 크리스틴이 오늘은 저녁때 니나가 잠들 때까지 같이 있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가까운 파네라 브래드에 들어가 달콤한 치즈케이크 와 헤이즐넛 커피를 마셨다. 뭔가 달달함이 필요했다.

 

내가 외출에서 돌아오니 크리스틴이 다녀 갔다.

니나는 나에게 크리스틴과 의논한 이것저것을 말해줬다. 문잠금 열쇠를 하나 더 달기로 했다느니 , 이 집을 크리스틴 명의로 바꾸고 니나는 다른 집을 하나 더 사야겠다고, 화장실 카펫을 뜯어내고 타일을 깔아야겠다고, 그리곤 저녁을 먹자고 냉장고를 열었다. 

 

나.......... " 니나... 모 먹을래요? 코코넛슈림이 있네? 나 그거 좋아하는데 니나도 좋아해요? "

 

니나....... " 응 나도 좋아해, 그럼 우리 그거 먹자! 나는 한 개만 먹을래 너는 몇 개? "

 

나.......... " 음... 나는 세 마리 그리고 파마쟌 치킨이 어때요? 맛있어 보이는데?"

 

니나.......  " 응, 그래 그거 먹을래. 그리고 레터스 한 장. 드레싱은 허니디죤. 칵테일소스도 내어줘 "

 

냉동, 냉장되어진 음식들을 마이크로웨이브 오븐과 컨벤션 오븐에 넣고 하얀색 디너 플레이트를 꺼냈다. 다이닝 테이블에 니나와 나의 디너테이블을 세팅했다.  촛불도 켜고 은식기도 꺼내고 , 음식이 데워지고 우린 식사를 시작했다. 니나는 아주 조금의 치킨과 한 마리의 코코넛 슈림으로 저녁을 끝냈다.

 

저녁을 먹자마자 니나는 나이트가운으로 갈아입더니 침대에 누웠다. 밖은 아직 어두워 지지도 않았는데 오랫동안 저녁에 니나를 케어한 사람에 의해 맞추어진 사이클이 그녀를 일찍 잠자리에 들게 한 것 같았다. 책을 보다가 잠들겠다고  누웠다. 그런 니나를 보며 나는 거실에서 CNN을 봤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다는데 거기에 대한 뉴스는 하나도 안 나오고 러시아 푸틴과 공수표 된 트럼프의 선거공약에 대한 이야기만 나왔다.

 

해가 지더니 비가 쏟아졌다. 

천둥도 크게 울었다. 바다처럼 큰 호수에 검은 비가 쏟아졌다. 

혹여 니나가 깰까 들여다봤더니 그녀는 오늘 하루종일 낮잠을 못 잔 탓인지 아주 깊은 잠에 빠져 들어간 듯 보였다.

오늘밤은 니나가 아무 꿈도 꾸지 않기를 바랐다. 누구도 니나의 잠에 등장하지 않기를.. 그래서 그녀가 내일 아침 평화로운 눈을 뜨기를 바랐다.

 

니나에게 있어  지나간 아름다운 기억들은 점점 지워지고 있다.그렇게 지워져 나간 기억들 빈자리에 뿌리지도 않았는데 마구마구 뿌리를 내리고 번지는 잡초 같은 망상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제 자리를 넓혀가는 그 망상들이 언젠가 니나의 모든 기억들을 다 먹어 버릴지도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싹 한기가 느껴졌다. 내가  살아 있다는 건 , 내가 누군인지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왔는지 기억하고 있다는 건지도 모르겠다. 기억을 잃어가는 거 , 그래서 내가 누구인지 조차 기억 못 하는 거.... 그건 더 이상 살아있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오늘 니나가 911에 전화를 걸고 말했다. " 나는 니나 프라이스 에요 " 나는 니나가  아직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게 고마왔다.

 

비를 조금 맞았다. 

운전하며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었는지 집에 도착하면서 콧속에서 열이 나고 두통이 밀려왔다.

 

긴 하루였다.

타이레놀 두 알을 먹었다.

나도 오늘밤 아무도  내 잠을 방해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른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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