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내안에 수다.

불편한 사이.

북아프리카 2024. 7. 27. 02:26
 
나 없이 잘 살아
아티스트
황세현 (h3hyeon)
앨범
머뭇머뭇
발매일
1970.01.01

 

 

 

 

 

블로그 씨가 물었다.

 
From. 블로그 씨
내성적인 블로그 씨는 유난히 불편한 친구가 있어요. 불편한 사이지만 슬기롭게 지내는 나만의 방법은?

 

" 슬기로움을 포기하고 불편한 친구도 포기한다. " 

 

 

아주 오래 알아온 여사친이 있었다.

처음 시작은 그녀가 우리가 하고 있던 몇 개의 가게 중 하나에 일을 시작해서였다.

알라배마서 미국인 남편과 두 딸과 함께 시댁이 있는 이곳으로 막 이사를 온 후였다.

 

한국에서 이곳으로 떨어진지 몇 개월 안되었던 나는 그녀와 쉽게 친해졌다.

처음 전화 통화에서 그녀는 자신이 살아온 지난날들을 숨김없이 내게 쏟아냈다.

초등학교 졸업도 마치지 못하고 엄마와 불화해서 가출한 후 미군기지 근처로 흘러 들어가 남편을 만나 열여덟에 간신히 결혼해서 미국으로 건너와 두 딸을 낳아 키우고 있다던...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를 벗어나 그녀는 처음 낯선 나라로 떨어진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의지가 되었다.

가끔 말이 안 통하거나 이해력이 조금 부족해서 답답한 면이 있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넘어갔다.

 

그 뒤로 우리가 비즈니스를 정리하고 그녀는 남편과 한국으로 일을 하러 떠나고 나는 그 사이 혼자가 되고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후 그녀가 연락을 했다. 그녀 역시 남편과 이혼을 진행 중이었다.

 

각자 혼자가 된 그녀와 나는 동지애 비스므리한 감정으로 다시 가까워졌다.

나는 일을 해야 했고 그녀는 둘째 아이를 낳고 이혼한 큰딸의 아이들 육아를 담당하느라 바빴다.

 

어느 때부터인가 ?

나는 그녀와의 통화나 그녀와의 만남이 불편해졌다.

아주 가끔 서로의 안부나 교환하던 관계에서 서로 싱글이 되고 난 후 잦은 소통에 나는 조금씩 피로감을 느꼈다. 

대화의 공통점이나 이해가 많이 어긋나는거에 지치기도 했다. 그녀는 사지 않더라도 쇼핑을 좋아하고 집에 있기보다 어디든 돌아다니길 좋아하고 나는 일주일 일을 했으니 쉬는 날은 무조건 집에 짱 박히기를 좋아하고... 내가 읽고 좋아하는 책들을 그녀에게 선물했는데 그녀 집에 갔을 때 그 책들이 구석에서 먼지에 처박혀 있는 꼴을 보게 되었고... 쉬는 날 내 집에 오기라도 하면 늦은 브런치를 먹고 쇼핑을 가고 다녀와서 다시 저녁을 먹고 다시 쇼핑을 하고 돌아와 내 침대에 뒹굴이며 밤늦도록 일어설 줄 모르는 그녀가 나는 질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불편한 감정들이 스멀스멀 덩치를 키웠다.

어느 날 나는 그녀와의 오랜 인연을 정리했다.

 

" 우리 좀 시간을 두고 서로 생각을 해보자... 나는 자기가 좀 불편해 ...."

 

몇 개의 말 못 할 해프닝을 뒤로하고 나는 그렇게 오래된 인연을 정리했다.

 

주위에 사람들은 말하더라.

나이가 들면서 혼자 있지 말고 여러 사람 가운데 거하라고 .. 많은 소통을 하고 사회활동을 하라고..

또 어떤 이는 말한다. 굳이 불편한 인연을 이어가지 말고 되도록 혼자가 되는 법을 배우라고..

 

굳이 나누어 말한다면 나는 후자 쪽이다.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늘 피곤하고 힘겹다.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곳엔 되도록 가지 않는다.

말이 많은 사람들도 별로 고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피곤하다. 중년의 여자들이 모여서 하는 이야기는 뻔하다.

남편 흉보기. 시댁 흉보기. 자식 자랑하기. 아니면 어떤 이의 뒷담화나 뭐 먹고 사는지 뭐를 쇼핑하고 뭐를 얼굴에 처벌 처벌하고 모.. 대충 별반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수다들이다.

 

나는,

그냥 혼자 늘어져 좋아하는 다큐 프로를 보거나 cigarret after sex의 음악을 들으며 어쭙잖은 글을 찍거나,

반쯤 누워 오래전 읽었던 책을 다시 보다가 잠시 졸거나 노란 눈의 고양이 바나나를 쓰다듬거나 배가 고프면 먹고 싶은 음식을 요리해서 혼자 먹고 트레드밀에서 삼십분 걸어주기.... 샤워.... 잠자기...

 

내가 살아가는데 다른 이의 삶의 방법을 따라 살아갈 이유는 없다.

나는 내가 편한 대로 살면 그만이다. 오래전 봤던 프로그램 네서 100 세 넘어 장수하시는 어르신이 하신 말씀이 있었다.

 

" 사람은 자기 생각대로 사는 거지 남의 생각대로 사는 게 아니다 "

 

이렇게 살아야 치매가 안 걸리고 이렇게 살아야 우울증이 예방되고 이걸 먹어야 좋고 저걸 먹으면 뒤지기 쉽고...

너무나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멀미가 난다. 그 정보들이 수많은 다른 이의 생각들이 나를 나대로 내 생각대로 살기 어렵게 한다. 내가 이렇게 살면 다른 이보다 뒤처지는 거 같은 느낌 이렇게 먹고살고 이렇게 널널하게 살면 뭔가 크게 잘못하고 사는 거 같은 초조감 불안함이 나를 옥죄어드는 거 같다. 끊임없는 관계와 소통을 강요 당하고 그 소통속에서 비교당하고 우울하고 절망하고 ,,,

 

블로그 씨는 물었다.

불편하지만 슬기롭게 지내는 방법은? 이라고...

왜 불편함을 무릅쓰고 지내야 하는지? 라고 나는 묻는다.

 

내가 불편하면 그만하면 된다.

왜 안돌아 가는 머리를 슬기롭게 만드는 수고로움까지 하면서 잘 지내야 하는지 모르겠다.

 

노란 눈의 깜장 고양이 바나나는 그런 거 나 몰라라 하며 내 옆 테이블에 또아리를 트시고 잔다.

그런 거 저런 거 나 몰라라 하는 이 까만 고양이를 나는 좋아한다.

.

.

.

.

다 몰라도 돼,

나는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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