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내안에 수다.

" 니나 " 와 노닐기 5.

북아프리카 2024. 4. 12. 11:13

 

 

지난주에 서점에 가서 60 조각의 퍼즐을 두상자 샀다. 

하나는 만화 영화 주인공들 맟추기 와 하나는 미국 50 개주 맞추기. 

 

아침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일찍 일어난 니나가 부수수한 머리와 나이트가운을 입고 윌체어에 앉아 나를 기다렸다.  일어나자마자 식당으로 와서 커피 머신에 스위치를 on으로 놓는 건 니나가 잊지 않고 하는 그녀의 하루 첫 일과다. 니나 덕분에 아침엔 항상 향이 좋은 따뜻한 커피가 나를 기다린다. 

 

나..............." 안녕 니나 !! 잘 잤어요 "  가벼운 허그와 아침 인사 

 

니나........... " 응 ..잘잤어 ..어제 너무 피곤했었어  열명이 넘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밤새 파티를 했거든.... 그래서 너무 피곤해..."

 

나............... " 아... 그랬어요? 와 ~우~ 좋았겠다.. "


니나............ " 친구들은 잠깐 놀러 갔어.. 이따 저녁에 다시 올 거야.. 친구들을 위한 음료수와 스낵이 필요해.. 팬트리 좀 첵업해 줘.."


니나는 지난밤 꿈에 파티에 갔었나 부다. 늘 혼자 아니면 그녀를 도와주는 한 명의 사람 외에 그녀가 만나는 사람들은 없다. 아마도 그래서 그녀는 늘 꿈속에 어디론가 떠나든 누구를 만나든 그러나 부다 어젯밤 꿈에 그녀는 친구들을 불러 신나는 파티를 열었나 부다.
그녀가 압박 스타킹을 신는 걸 도와주고 , 핑크색 셔츠와 흰색 바지로 갈아입는 걸 도와주고 , 머리 손질을 하고 ,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 립스틱을 바르고 블러셔로 얼굴에 화색이 돌게 하는 걸 봐주고 식당으로 가서 아침을 먹었다.  일어나자마자 오렌지 주스 한 컵을 마셨다고 배 안 고프다는 니나에게 억지로 작은 크기의 도넛과 반컵의 커피를 마시게 했다. 


식사 후 거실로 옮겨  준비해 간 퍼즐을 보여줬다 


나.................. " 니나 ~ 나는 오늘 이 퍼즐을 맞출 거예요. 그런데 나는 한국에서 공부해서 미국 50 개 주를 다 몰라요 ,,, 그러니 니나가 나를 좀 도와주고 알려
줘야 해요.... PLEASE!! "


니나................ " 엉? 그래?  알았어. 나는 물론 다 알지... 내가 알려줄게 물어봐  .. 어떤 주던지 내가 어디 있는지 다 찾아 줄께 "


내가 한 조각의 주(州)를 얘기하면 니나가 북쪽인지 남쪽인지 서쪽인지 남쪽인지 위치를 말해주고 나는 그 대략의 위치에 조각을 올려놓기로 했다.


나................... " 니나.... 워싱 텅 스테이트는 어디 있지요? 


니나................. " 워싱턴 스테이트는 북서쪽이지..... 거긴 엄청 추워.... 그런데 아주 멋진 산들이 있어 "나...................... " 오하이오!!! 와 니나 엄마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라고 했죠? 오하이오는 어디지? 


니나.................... " 중부쯤 될 거야..... 울 엄마가 거기서 오셨지..... 나는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나서 자랐어... 그리고 뉴욕에 있다가 이리로 왔지  "


한동안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놀았다. 언젠가부터 켜놓은 티브이 히스토리 채널에서  " MOUNTAIN MAN" 이 방영되고 있었다. 몬태나 , 알래스카 , 노스 캐롤라이나  산속에서 겨울을 나는 산남자들의 이야기.
니나가 정신없이 티브에 빠져들었다. 나도 잠시 휴식...... 열심히 티브를 보던 니나의 머리가 앞으로 수그려지기 시작했다 친구들 기다려야 한다고 침실로 가기 싫다는 니나를 거실 소파에 눞게 했다. 늘 추위를 타는 니나를 위해 여분의 이불을 가져다 덮어줬다. 금방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나는 몬태나와 알래스카 노스 캐롤라이나를 넘나들며 산사람과 놀았다.


한 시간 넘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던 니나가 깨었다. 아침이 너무 가벼워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치즈버거와 프렌치 프라이를 데워서 풀장이 있는 포치로 나가 먹었다 . 요즘 여기 낮기온은 화씨 100 도를 육박한다. 그럼에도 늘 추위를 타는 니나는 스웨터를 입고 털양말까지 신었는데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나는 후딱 햄버거만 먹고 집안으로 피신했다. 니나는 토요일이라 호수에서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쟈넷이 냉동실에 숨겨놓은 린트 초콜릿을 찾아서 니나와 신난다고 킬킬대며 후식으로 먹었다. 린트 초콜릿은 쟈넷 것이라고  쟈넷이 나중에 없어진 걸 알면 약 오르겠다고 말하며 신난다고 웃었다... 귀여운 니나....


아침에 맞추다 만 퍼즐을 니나가 먼저 마저 맞추자고 나섰다. 우리는 대략 위치에 놓았던 조각들을 하나하나 다시 맞추기 시작했다. 돋보기까지 갖춰쓰고 열심인 니나 사진을 찍어 크리스틴에게 보냈다. 크리스틴이  " WOW ~~ NINA'S GREAT TEAM! "이라고 응원했다. 니나에게 보여주니 니나가 좋은 듯 웃었다. 드디어 60 개의 퍼즐을 모두 맞추고 인증숏까지 찍어 크리스틴에게 보내주고 우리의 퍼즐은 끝났다.


나는 늘 아침에 도착하면 팔을 한껏 벌리고 니나를 허그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도 윌체어에 앉은 니나에게 팔을 활짝 벌려 다가가 허그한다.. 오늘, 집에
오기 전 가방을 챙기고 니나에게 가는데 , 니나가 앙상한 그녀의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나를 허그했다. 그녀가 처음으로 먼저 나를 향해 활짝 팔을 열어 나를 안아줬다. 나는 니나를 허그하고 니나는 나를 허그하고....." 일주일 잘 지내.... 다음 주 토요일에 보자.... 운전 조심하고....."  니나가 말했다. 왠지 울컥했다." 니나도 잘 지내요..... 담주 토요일에 만나요.... 우리 담주에 다시 퍼즐 하자! "

돌아오는 길, 요즘 하루 한차례 씩 지나는 스콜을 만났다.

비는 거세게 내리고 천둥도 우르릉 울었다. 멀리서 번쩍이며 번개도 내렸다. 비 오는데 켜놓은 에어컨에서 으슬으슬 찬바람이 나왔다. 그런데, 왠지 나는 푸근하고 따뜻했다. 앙상하게 마른 니나의 벌려진 두 팔에 담겨있던 커다랗고 따뜻한 허그 때문인 듯했다.

 

오늘, 

니나와 나와의 한 페이지가 새롭게 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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