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내안에 수다.

" 니나 " 와 노닐기 6.

북아프리카 2024. 9. 23. 09:08

 

 

어젯밤 그녀는 잠들지 못했다.

밤새 잠 안 자고 크리스틴에게 전화를 했을 것이다.

아침에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도 그녀는 전혀 인기척을 못 느낄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전화기 줄은 꼬여 있고 그 옆에 메모지와 볼펜 그리고 크리스틴 전화번호가 크게 쓰여 있는 종이가 놓여 있었다.

밤새 크리스틴을 전화로 불러댄 거 같다. 크리스틴이 절대로 내 전화번호를 니나에게 알려주지 말라고 그랬던 이유를 알겠다.

 

조용히 식당으로 가 커피머신을 on으로 놓고 커피를 내렸다. 밖은 잠자기 딱 어울릴 정도로 흐린 아침이었다.

호수에 여울을 만들 만큼 바람도 조금 세게 불었다. 옆집 딘 존슨은 오늘 쉬는 날인지  이른 아침부터 잔디를 깎느라 열심이다. 

 

내려진 커피를 가져와 호수를 바라보며 혼자 마셨다. 

한잔을 거의 다 마셨는데 니나의 인기척이 들렸다. 방으로 가보니 그녀가 침대에서 일어나 윌체어에 앉아 있었다.

그녀가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었다...... " Here you are ~~~ "

 

나.........." 좋은 아침 니나!! 잘 잤어요? 너무 잘 자고 있어서 깨우지 않았어요... 나는 좀 전에 왔어요 "

 

니나......." 응.... 네가 올 줄 알았어... 기다리다 잠들었지 모야.... 다시 봐서 기뻐...."

 

나..........." 한주일 잘 지냈어요?  나는 훈련 갔던 딸이 와서 너무너무 행복한 며칠을 보냈어요 "

 

니나......." 그래?  좋았겠다.... 네가 좋았다니 나도 좋아 ~~ "

 

나이트가운도 안 갈아입고 식당으로 화서 커피케이크와 방금 내린 커피로 아침을 먹었다. 이번주에 등산을 해서 그런지 다리가 많이 아프다고 그래서  밤새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피곤한 얼굴의 니나가 말했다. 사실 몇 년 전 그녀는 등산을 한 적이 있었단다. 그런데 그 등산이 그녀에게 너무 큰 무리가 되었던가 보다. 그 후로 그녀는 다리의 통증을 호소했고 몇 년 전부터 걷는 걸 포기하고 전동윌체어에 앉았다. 가끔 그녀는 심하게 그녀 다리통증을 호소한다. 그녀의 다리는 매우 말랐고 조금만 충격에도 안에 핏줄이 터져서 겉에 검붉은 멍을 만든다. 

 

아침을 끝내고 티브롤 켜고 우리가 즐겨 보는 히스토리 채널 " Mountain Man "을 보았다.

다시 그녀가 꾸벅이며 졸기 시작했다. 그녀를 소파에 편히 눞게 했다 . 그녀는 잠들고 나는 가져간 브루스 채트윈의" 파타고니아"를 읽었다.

잠시의 졸림을 달래고 그녀가 일어났다. 그리곤 일주일에 한 번씩 그녀를 방문하는 그녀 남자친구 마빈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니나........."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나고 싶어 ~  마빈은 너무 늙었어 그는 너무 나이가 많아서 나와 자주 데이트를 할 수도 없잖아. "

 

나............." 그래도 미스터 마빈은 참 좋은 사람이에요... 매주마다 니나에게 꽃을 선물하잖아요.. 그는 좋은 남자예요... 마빈이 몇 살이죠? "

 

니나.........." 마빈은 80 세야.... OMG!  데이트하기에 그는 너무 나이가 많아! "

 

나............." 마빈이 80 세구나.... 그런 니나는 지금 몇 살이죠? "

 

니나........." 나?  나는 55 살 이잖아  "  <---- 실제 니나는 지금 89 세다. 

 

나............." 아... 그렇구나 니나... 니나는 55 살... 마빈이 조금 나이가 많기는 해요...ㅎㅎ "

 

니나........." 우리, 너랑 나랑 우리 남자친구 만들자! 너도 너무 젊고 이쁘잖아! 우린 둘 다 새로운 남자친구가 필요해! 나는 크리스틴이 새로 사준 옷도 너무 많아 그걸 다 입어 보려면 얼릉 새로운 남자친구가 필요해 !  " 

 

나............." 그래요 ~~ 그러자고요....ㅎㅎㅎ "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초콜릿 시럽을 뿌려 먹으며 우린 세상에 반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아직도 우리를 찾아내지 못하는 우둔하고 미련하고 바보 같은 남자들에 대한 흉을 보면서 킬킬댔다. 푸드채널에서 햄버거 만드는 걸 보더니 다시 배가 고프다는 니나와 냉동 햄버거를 데워 점심으로 먹었다. 케첩이 아니라면 이맛도 저맛도 아닌 햄버거 인듯 햄버거 아닌 그럼에도 햄버거인....그리고 과일 칵테일로 후식을 먹었다 .

 

다리 컨디션이 안 좋아 다리 통증을 호소하는 니나에게 진통제를 주고 침대로 옮기고 깊은 잠이 들게 했다. 

춥다고.. 밖에 바람이 불고 너무 춥다고 하는 니나에게 이불을 두 개나 덮어줬다.  자신이 잠들면 내가 가는 걸 볼 수 없으니... 잘 가라고...

그리고 다음 주에 다시 만나자고 하는 니나를 허그하고 양쪽볼을 부비부비 했다. 잘 자라고.... 다음 주에 다시 보자고....

 

그녀가 잠든 후 나는 다 식은 블랙커피를 한잔 가져와 짙은 회색의 하늘에서 뿌려지는 빗방울들이 커다란 호수에 잠기는 걸 보며 마셨다.

딘 존슨은 비를 쫄딱 맞으며 아직도 정원 관리 중이었다. 종합병원 외과의사인 그는 두 주에 한 번씩 엄청 큰 그의 정원을 관리자와 함께 가꾼다. 그가 정원을 가꾸는 게 아니라 정원이 그를 이용해 관리를 받는 거 같다. 

.

.

나는, 

만으로 52 세 올 11 월이 되면 만 53세가 된다.

니나가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들고 싶어 하는 55 세의 나이보다도 아직 젊다.

89 세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인 니나가 저 나이에도 무의식에서 하고 싶은걸 나는 실제 그 나이에서도 못하고 주저거리고 있다.

참 진부한 이야기지만... 오늘은 어제 죽어간 사람이 간절하게 바라던 하루 라는 거.....

 

느리게 커피를 마시고 , 비 내리는 호수를 바라보다  떠나기 전에 니나방을 열어보니 그녀는 입을 한껏 벌린 채 숙면에 들었다.

그녀를 보면 삶보다 죽음에 더 많이 가까이가 있음이 보인다. 그럼에도 그녀는 꿈을 꾸고 , 희망을 품고 , 바라고 원하는 게 많다.

나는 아직 삶에 가까이 살면서 왜 꿈꾸기도 , 희망을 품기도 , 뭔가를 바라고 원하는 거에도 용기 내지 못하고 있나? 

 

Tradeport Drive...

공항 옆길인 트레이드포트 드라이브를 운전하고 돌아오는 길....

델타 에어라인 비행기가 내차와 가깝게 달리더니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나는,

과연 언제쯤 지나가는 델타 에어라인 비행기를 잡아타고 이곳에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지금 , 내 비행을 유예하게 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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