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내안에 수다.

마르타의 결혼식.

북아프리카 2022. 12. 22. 07:44

 

 

지난주,

일주일에 한 번씩 사무실 청소를 해주는 마르타가 결혼을 했다.

올해 50세가 된 그녀는 10 년 넘게 미국에서 살아온 멕시코계 불법 체류자다.

10여 년 전 남편과 네 아이들을 데리고 불법 입국한 후남편은 나 몰라라 이혼을 해버리고 그녀는 네 아이들의 엄마로 억척스레 살았다. 그래도 여전히 그녀는 불법 체류자다.

그녀의 새신랑이 된 남자는 올해 딱 91세가 된 미스터 루이스...

그는 남미계 미국인 영주권자다. 아들이 죽고 난 후 미국 며늘에게 갖은 구박과 폭력에 시달리다가 마르타를 알게 되어 너싱홈으로 옮겼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마르타는 루이스의 딱한 처지를 듣고 순수하게 그를 도왔다. 그를 며느리 집에서 데리고 나와 사회복지사와 연결시켰고, 그를 안전한 너싱홈으로 옮겨줬다. 그런 마르타를 루이스는 전적으로 믿고 따랐다. 그렇게 만나 서로의 처지를 알게 된 두 사람이 만난 지 두 달여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마르타의 그리 넉넉하지 못한 아파트에서 가까운 사람들 십여 명을 초대해서 결혼식을 했다.

조금 오래된 맞지 않은 양복을 차려입고 휠체어에 앉은 루이스가, 거대한 체구지만 곱게 화장하고 구슬이 달린 드레스로 신부처럼 꾸민 마르타의 손을 잡고 주례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겠냐고 묻는 말에 " I do! "라고 큰소리로 대답했다. 결혼이 성립되었음을 알리고 신부의 볼에 키스하면서 그는 울었다.

주름진 눈가로 눈물을 흘리며 그가 말한 한마디에 모인 사람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 이제 죽을 때 혼자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야....

죽을 때 곁에 있어줄 사람... 가족들이 생겨서 정말 다행이야....

죽을 때 ... 혼자 죽을까 봐... 난 너무 두려웠어......."

마르타는 합법적인 체류증이 필요했고, 루이스는 죽을 때 곁에 있어줄 아내가 필요했다.

마르타는 일을 마치면 아직 너싱홈에 머물고 있는 그녀의 남편에게 간다. 가서 그의 손을 어루만지고 그의 얼굴을 씻기고 그와 말동무가 되어준다. 루이스는 그녀를 위해 병상에서 시민권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더 늦기 전에 그녀에게 영주권을 만들어 주기 위해....

한 사람은 잘 살아가기 위해 죽음을 눈앞에 둔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을 했고,

한 사람은 잘 죽기 위해 딸보다 어린 여자와 결혼하고 그녀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누구의 필요가 더 절실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잘 살아가는 것도, 잘 죽어가는 것도 결코 경중을 따질 수는 없었다.

그저,

모인 사람들은 그들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아무쪼록,

마르타는 루이스를 통해 그녀가 간절히 원한 합법적인 체류자가 되길,

루이스는 세상을 떠날 때 그의 간절한 바람대로 꼭 마르타의 손을 잡고 가게 될 길....

그들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불안함이 서로를 통해 채워지며 이제는 안정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기를 나는 진심으로 빌었다.

잘 살아가기 위해,

잘 죽어가기 위해,

삶도 죽음도 눈물겹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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