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내안에 수다.

사랑 혹은 거래.

북아프리카 2022. 12. 14. 09:54

 

 

차를 운전하고 다니다 보면,

종이에 " Homeless  Please HELP! God bless you "라고 쓴 피켓을 들고 구걸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처음 그들을 봤을 때 나는 꼭 차창을 내리고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쥐어주곤 했다. 밥이라도 사서 먹었음.. 하는 마음이랄까?

 

그 후,

사람 들로부터 그들이 그렇게 구걸한 돈을 가지고 밥을 사 먹는 게 아니라 약을 산다던가 아니면 술을 사서 먹는다고 그러니 쓸데없이 그들에게 돈을 주는 것은 그들에게 약을 사주는 거와 같다고 술을 사서 주는 거와 같다는 말을 들었다. 그 후로 나는 그들에 대한 호의를 거두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후 나는 가기 싫은데 친구에게 손목 잡혀 억지로 끌려간 예배당에서 내가 가졌던 그 마음들을 와르르 무너트리게 되었다. 그때 말씀을 전해주신 목사님 이름도 생김새도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 나는 좀 깨졌다. 

 

" 사랑 " 에 관하여....

 

그때 목사님 말씀이 이랬었다. 

사랑은 주는 걸로 끝나야 한다. 보통 많은 사람들은 사랑을 주면서 받은 사람이 내가 준 사랑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혹은 내가 준사랑이 어떻게 내게 돌아올지 , 혹은 내 사랑이 어떤 열매를 맺을지 , 사랑을 주면서 준 그 후까지 신경을 쓴다는 거... 하지만 사랑은 내가 주는 걸로 잊어버리라고 기대하지 말고  , 되돌려 받으려 하지 말고, 어떤 싹을 피우리라 예상도 하지 말고  , 그저 주고 싶은 만큼 주고 잊어버리라고..그리고 흡사 내게 말씀하시듯 거리의 구걸자에 대한 비유를 하셨었다.

 

그들이 내가 준 돈 갖고 약을 사 먹던 술을 사먹던 혹은 빵을 사 먹던 또는 그들의 가족을 부양하던 혹은 아파서 약을 사 먹던 내게서 떠난 돈은 내 돈이 아니라 그들의 돈이고 그들이 무얼 하던 내손을 떠날 때 잊어버려야 하는 거 그러니 내 사랑은 내 품에서 떠날 때 이미 내 것이 아닌 받는 사람의 몫이니 내것이 아닌 것에 미련 갖지 말라고... 그 사랑이 내게 되돌아오면 감사한 것이고 , 설령 그 사랑이 되돌아오지도 않고 땅에 떨어져 바람에 흩어져 아무것도 아닌 게 되더라도 내가 준 사랑은 그 사랑 만으로도 충분히 할 일을 다한 것이라고...

 

그 후,

나는 다시 신호등에서 피켓을 든 사람들에게 내 차창을 열기 시작했다..

그들이 내가 준 돈으로 약을 사던  , 술을 사던  , 혹은 음식을 사던 , 혹은 그들보다 더 힘든 누군가를 부양하던 내가 그들에게 주는 사랑은 차창에서 그들에 거 건네지는 그 순간 내손을 떠나 그들의 것이 되는 거다. 

 

그러나 ,

사랑하면서 기대를 무시하고 사는 건 쉽지 않은 노릇이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늘 말한다  " 사랑해 ~ "라고..

그리고 아이들이 내게도 똑같이  " 사랑해~ "라고 말해주길 원한다. 내가 준 이만큼의 사랑에 아무것도 내게 되돌아오지 않을 때 , 내가 기대한 사랑만큼 돌아오지 않을 때 슬프고 아프고 짜증 난다..

 

하지만,

뭔가를 기대하고 주는 사랑은  사랑이라기보다 "거래"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만큼을 주니 당신도 이만큼은 나에게 되돌려 줬으면 하는 기대 , 그 기대에 못 미칠 때 또 화나고 슬프고 짜증 난다.

 

오늘 외출해서 돌아오는 길...

줄 끊어진 기타를 치며 구걸하는 젊은 녀석에게 나는 차창을 열었다. 

그 녀석은 "  God Bless U! "라고 나를 축복했다 . 단돈 1 달러를 주고 신의 축복을 받았다. 

그거면 꽤 괜찮은 "거래" 지 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내가 진짜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내가 왕창 줘도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랑 , 따지지 말고 묻지도 말고 그저 줘서 신나는 사랑 말이다.

 

나는,

진짜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거래"가 아니고 진짜 사랑 말이다.

 

 

그대도,

그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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