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내안에 수다.

위 로.

북아프리카 2023. 1. 6. 11:42

 

우울할 땐,

초콜릿을 먹는다.

가끔 기분이 꿀꿀한 내가, 나를 위로하는 가장 쉬우면서 가장 달콤한 방법.

살아가면서 누구나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다. 아플 때, 슬플 때, 화날 때, 고통 속에서 신음 소리조차 안 나올 때... 짐짓 약해 보일까 봐 고통의 소리조차 과장된 웃음으로 포장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지만, 그럴 때조차도 내 안에서 절실하게 위로가 필요함을 나는 안다.

 

내게 위로가 필요할 때, 그런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거?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혹은 글, 그림, 사진 또는 풍경, 맛있는 음식, 야간 드라이브, 쇼핑, 술, 또는 담배, 강아지, 고양이, 나보다 더 슬픈 영화, 그리고 초콜릿.... 사람마다 다 각각 위로의 방법이 있겠지만 그 모든 것보다 가장 좋은 건 사람의 위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받는 따뜻한 위로만큼 좋은 건 없다.

 

어린 시절,

놀다가 다치거나, 아파서 열나고 기침할 때, 혹은 속상해서 눈물 나게 슬플 때, 그때는 엄마가 아빠가 위로가 되어주었다. 언제나 내 편에서 따뜻한 둥지가 되어줬다. 조금씩 커가면서는 같이 자라는 형제나 자매에게 위로받고 가까운 친구에게 위로받고 이웃에게 위로받고 어느 때는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위로받고 또 내 아이들에게 위로받는다.

 

하지만,

때때로,

내게 따뜻한 위로를 주었던 대상들이 내게 가장 커다란 아픔이나 슬픔을 주기도 한다.

너무 가까워서 그래서 더욱 쉽게 상처 주기 쉬운 관계들...... 부모, 형제, 남편, 아내, 그리고 아들, 딸......

 

그래서 나이를 조금 먹다 보면 차라리 사람이 아닌 다른 것에 더 기대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까워서 사랑도 주고 상처도 주고 하느니 사랑받기를 포기하고 차라리 위로만 받자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그래서 음악, 글, 그림, 사진, 음식, 좋은 풍경, 영화, 쇼핑, 술, 담배, 게임, 수다, 강아지, 고양이.. 그런 것들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 것들 또한 나를 잠시의 고통 속에서 꺼내어 준다.

 

하지만,

여전히 좋은 건 따뜻한 사람의 위로다.

오늘 나는 쇼핑 가서 달콤한 초콜릿을 한 봉지 샀다.

멀리서 걸려온 친구의 깨어진 사랑에 대한 하소연을 초콜릿을 먹으며 들어주는 걸로 위로를 대신했다.

 

나는 말이 많다.

내가 말을 많이 할 때는 위로가 필요할 때다.

말이 많은 내가 내 말을 자제하고 다른 이의 말을 들어주는 건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나는 말이 많다.

내가 누군가에게 말을 많이 할 때,

나는 그에게 위로받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쇼핑 가서 달콤한 초콜릿을 샀다. 오늘 나를 위로하는 건 달콤한 초콜릿이다.

오늘,

"그대"는 내게 위로가 되지 못한다.

오늘, "그대"는 내게 초콜릿만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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