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내안에 수다.

드라마 "봄 밤" 유감.

북아프리카 2023. 1. 7. 11:44

이정인과 권기석은 4 년째 사귀어온 제법 오래된 연인이다.

 

전날 친구 집에서 음주가 과했던 정인은 늦잠 잔 아침에 숙취제를 사러 들어간 약국의 약사 유지호와 처음 만난다. 그 후 기석의 농구시합에 따라간 날 다시 유지호와 만난다. 정인은 기석과 4 년을 만났지만 정인을 보지도 않고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기석 집안과 때때로 기분에 따라 이별을 입에 올리는 기석에게 실망감을 가지고 있다. 지호는 대학시절 풋사랑으로 아들을 둔 미혼 부다. 다시 누군가를 만난다는 생각에 회의적이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끌려가며 다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요즘 " 봄밤 "이라는 드라마다.

정인이라는 여자 주인공과 지호라는 남자 주인공 주위로 여러 가지 모양의 인연들이 다른 색깔로 보인다.

정인과 4 년을 만났지만 이별의 위기에 직면한 기석. 딸들의 결혼을 자신의 출세나 지위 체면치레로 생각하는 속물근성의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게 제대로 반기를 들지 못했던 엄마. 그런 아버지에게 반항 못하고 원치 않는 결혼을 했던 큰언니 수인. 그래도 제법 자신의 주장과 뜻을 가지고 사는 동생 재인. 치과 의사지만 집에서는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이중인격에 찌질이 형부.

정인과 지호 주위의 다른 등장인물 들에 대한 이야기보다 나는 "봄밤"의 주인공 정인과 지호에 관해 참 유감스럽다는 생각이 있다. 정인의 4 년 동안 만난 기석과의 만남을 제대로 정리하지도 않은 채로 지호와의 만남을 지속하면서 사랑을 키워간다. 그녀는 친구에게 그리고 가족에게 말한다. "지호 씨가 아니라도 기석 오빠와는 정리하려고 했어 " 그래, 그러려고 했을 수도 있다. 묘하게 상황이 겹 져진 것일 수도 있다. 그랬다면, 정인은 기석과의 만남을 완전히 정리하고 난 후에 지호와의 관계를 다시 시작했어야 한다. 한 사람과 4 년 동안의 만남을 제대로 정리하지도 않고 새로운 만남에 설레어 지난주엔 동침까지 했다. 이런....

지호는 같이 농구를 하는 대학 선배의 여자 정인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살면서 그런 일은 있을 수 있다. 참 괜찮은 사람이다 싶었는데 이미 다른 사람 곁에 있는 사람인 경우. 그런 경우라면 보통은 내 감정을 접는 경우가 많다. 만약 정인이 기석과 결혼한 사이였다면 지호가 감히 정인에 대한 감정을 키울 수 있었을까? 정인이 기석과의 관계를 그만두려 했다면, 그리고 지호는 정인을 사랑한다면, 정인이 완전히 기석과의 관계를 정리할 때까지 기다렸어야 한다.

나는 두 주인공의 행태가 참 유감스럽다. 모...... 드라마 니까 이성적이기보다 감정스럽게 주인공과 주인공 주위의 상황이나 사건들을 만들어 만들어야 하는 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지탄을 받아야 하는 주인공들이 감미로운 음악과 대사와 상황들로 미화되어 보이는 게 안타깝다. 오래된 연인들이, 오래돼서 너무 익숙하고 너무 편해 버린 그래서 떨림은 사라진 그런 연인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쉽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오래된 인연을 저버리는 일이 정당화되어 버리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혹여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라면 그건 아름다울 수 없다.

드라마에서, 정인과 지호 누구도 가장 큰 상처를 받은 기석에게 마음을 다해 사과하지 않는다. 정인도 기석의 마음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기다리고 사과해야 한다. 지호도 기석을 만나 정인과의 사랑에 대해 미안해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게 4 년 동안 연인이라고 묶였던 기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이 든다.

"봄밤" 드라마를 보는 수많은 사람들은 주인공 역의 한지민과 정해인의 아름다운 모습과 애틋한 상황 사건들에 몰입해 그 사랑을 정당하다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류다. 그 두 사람의 사랑은 정당하지 않다. 그 두 사람의 사랑은 당연히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그. 럼.에. 도.

나는 드라마 "봄밤" 시청자다. 음악도 좋고, 선남선녀를 보는 일은 즐겁다.

허나, 정인과 지호의 사랑에 마냥 관대하지는 않다.

그래서, 그래서, "봄밤"을 시청하고 나면 늘 씁쓸하다.

덧붙여......... 홍상수 감독과 부인의 이혼소송이 기각되었단다.

연을 맺기도 힘들지만 끊기도 어렵다.

연을 끊기도 어렵지만 다시 맺기도 어렵다.

07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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