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내안에 수다.

일관성과 다양성에 관하여 ......

북아프리카 2023. 1. 16. 12:10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민족들 그리고 다양한 문화가 한데 섞이어 사는 이민자로 이루어진 나라들을 일컬어 종종 Melting Pot (멜팅팟 )이라 부르곤 한다. 내가 사는 곳만 해도 흑인종, 백인종, 황인종뿐만이 아니라 그들끼리 다시 섞이고 섞인 그래서 꼭 세 가지 인종으로 분류하기 힘든 다양한 인종이 산다 . 또한 세계 곳곳에서 이민 온 이민자의 국가인 만큼 다양한 민족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섞이고, 그들을 따라온 각양각색의 문화 또한 섞이고 섞이어 다양함의 천국이라 할 만큼 다채롭다.

 

나어릴 적부터 늘 보고 듣고 배워왔던 내 나라에 대한 이미지 그리고 내 민족에 대한 이미지는 "한민족 " , " 배달민족 " , " 백의민족 " , 우리는 한민족 한 뿌리 단군의 자손이라는, 같은 하나의 민족이라는 자부심과 통일성 그래서 우리 민족은 순수한 흰색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배웠다.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깨끗한 하얀색... 조국을 떠나 이민자의 생활을 하면서도 그 생각은 우월감 비슷하게 내 안에 자리 잡고 내가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게 어딜 가나 늘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느꼈다. 그건 지금까지 내 안에 있는 나에 대한 일관된 마음이다.

 

처음 이민 왔을 때, 나와 비슷한 생김새, 나와 같은 언어, 나와 같은 문화와 정체성을 교육받고 자란 내게 이 다양한 인종의 전시장, 문화의 전시장 같은 이세상은 참 당황스럽기만 했다. 눈만 뜨면 만나는 나와 다른 색의 사람들 그들의 언어 그리고 그들의 각기 다른 생활 방식과 문화들, 한동안 나는 당황하다 못해 두렵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아이들 둘을 낳고 그 아이 들을 이 다양성이 지천인 나라에서 교육하며 살다 보니 어느 정도 이해도 되고 열린 시각도 갖게 되었다.

일관성........... 하나의 방법이나 태도로써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성질.

 

나어릴 적 교과서에서조차 배웠던 기억이 있다 " 일관성에 대하여 ". 변하지 않고 초지일관 자신의 목표를 향해 끝까지 밀고 나가는 성질 , 혹은 어떤 유혹이나 실패에서 조차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이 변함없이 같은 성질을 가지고 가는 , 그야말로 순수한 한국인 , 의지의 한국인에게 아주 어울릴 만한 좋은 성질이다. 뭔가를 성취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절대로 필요한 일관성 ,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는 거야 말로 성공을 위한 가장 좋은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 자칫 일관성이란 말은 도가 조금 지나치면 고집스럽거나, 타협이 없는 꽉 막힌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다양성............ 많은 양의 또는 여러 가지의 성질.

 

나와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 ,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종교 , 나와 다른 취향 혹은 나와 다른 인종, 나라, 문화... 우리는 너무 많은 다양성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어려서부터 한민족, 백의민족이라고 배우며 자라왔던 우리 사회는 근래 들어 아니 제법 오래전부터 다른 민족과의 결혼 혹은 문화의 교류로 섞이고 섞이여 고유한 우리 것을 찾아보는 게 오히려 힘들어졌다. 나는 티브에서 보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의 제목들이 참 의아스러울 때가 많다. 영어도 아닌 ,한글도 아닌것들의 콜라보 ? 그리고 티브 출연자들이나 드라마에서의 대사들 조차 국적없는 단어나 말들이 난무하다 . 나는 간혹 정말 무슨뜻인지 모를때가 많다 .

 

한때 , 이민자들로 이루어지고 이루어져 가고 있는 나라들을 Malting Pot Society라고 불렀다.

여러 가지 인종, 민족, 문화들이 한데 어우러져 한 팟(Pot)에서 끓여져 내는 전혀 색다른 맛, 혹은 색다른 빛깔, 전혀 다른 문화를 만들어 내는 인종의 용광로. 하지만 이 말은 1970 년대를 지나면서 각각의 민족과 문화의 정체성과 다양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시작되면서 힘을 잃기 시작했다. 각각의 정체성을 전부 한솥에 넣어 끓여서 고유의 향과 맛을 잃어버리기보다 각각의 다른 모습과 맛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고유의 특성과 정체성을 한 그릇에 담는다는 Salad Bowl Society라는 말로 바뀌어지기 시작했다 ,

 

아이들이 어릴 적 일 년에 한 번씩 학교에서 치러지던 행사가 있었다. Multi Culture Fair. 다문화 축제라고 해석이 되려나?. 지금은 모두 한나라의 국민으로 같이 어우러져 살지만, 내 어머니의 나라 내 아버지의 나라를 기억하고 그곳의 문화와 음식 , 언어 등을 잊지 말자는 의미와 나와 같이 살고 있는 다른 곳에서 온 친구들의 다른 문화를 접하고 이해하기 위해 축제처럼 치러지던 학교 행사. 나도 어느 해 커다란 보드에 한국지도와 한글과 한국에 관한 여러 가지 사진을 오리고 만들고 그리고 붙여서 다른 나라에서 온 아이와 학부모들에게 한국을 홍보했던 기억이 있다. 그날 한국의 대표음식 불고기와 잡채를 해가서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만드는 법을 알려준 기억이 있다 . 내 아이들에게 내 고향 내 모국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자부심을 몸소 느끼게 해 주던 시간이었다. 그 행사는 학교에 따라서 고등학교까지 계속되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않으면서 다양함 속에 어우러질 수 있는 아이들을 만드는 거.. 아마도 이민자의 나라가 아이들에게 가리켜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든다.

 

내 안에 일관성으로 나를 잊지 않고 나의 고유한 색을 유지하고 나를 지켜나가는 것은 참 중요하다. 내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일관성만 가지고 살아갈수는 없다 .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생각도 가치관도 문화도 함께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 자고 일어나면 어제 보다 많은 다양한 것들이 만들어져 있다 . 그 다양함은 나를 발전시키게도 하지만 나를 두렵게도 한다 나도 모르게 다양함에 대한 경계를 하게 되기도 한다 . 나와 다르니 일단은 방어하자 하는 내 안의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일관성을 지키고 살아야 하는지 , 혹은 다양한 세상에 발 맞추어 살아가야 하는지 두 개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우문( 愚問 )이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게 적당하게 기울기를 맞추어 가면서 , 내안에 나만의 고유한 일관성을 가지고 다양함에 발 맟추어 가는 길....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다양함 속에 일관성이 있고 , 일관성을 지키며 다양함을 받아들이는 게 가장 최선, 최고의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둘 중에 하나만 가지고는 발전할 수 없다. 앞으로 나아갈수가 없다 .

 

일관성만 주장하면 고립되고 발전할 수 없다. 나와 다른것에 대한 배척은 나를 전진하게 할수 없다 . 아니 나는 후퇴될 것이다. 다양성만 취하고 살다 보면 어느 때인가 나는 내 정체성의 혼란에 빠질 것이다. 다양함 속에서 나를 지켜낼 수 없다면 나는 패배자가 될 것이다.사람들과의 소통이나 교류도 이와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 안에 나만의 성질, 내 색깔, 내 향만 일관성 있게 주장한다면 나는 이 다양한 세상에서 금방 소외될 것이다. 또한 , 나만의 아무 빛깔 , 아무 색깔도 없이 이맛도 저 맛도 아니게 다양함만을 받아들이고 추구한다면 그 또한 지조 없는 자로 소외될 것이다. 내 안에 나만의 일관성을 가지고 다른 이의 일관성을 거리낌 없는 시선으로 받아들일 때 , 내 안에 일관성은 좀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싶다. 결국은 수많은 개개인의 일관성이 모여져서 풍요로운 다양성으로 나타나는 것이니, 어쩌면 일관성과 다양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지도 모르겠다.

 

Salad Bowl Society.

상추, 토마토, 양파, 당근, 치즈, 달걀, 시금치 , 때로는 햄, 때로는 닭가슴살 등등이 각각의 맛을 가지고 어우러져 한 그릇에 담기어 내는 싱싱하고 건강한 다양성. 내 나라 한국도 이제 한민족 한문화만을 가지고 사는 사회는 아니다 이미 많은 인종이 섞이고 민족이 섞이고 많은 문화가 교류하며 '때로는 다르게 때로는 발전적으로 때로는 원래의 성질을 잃어가고 있다. 나는 이 복잡하게 얽히는 세상에서 끝까지 내가 한국인임을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그 일관된 마음은 잃지 않고 살 것이다. 하지만 다양함을 지나치게 앞세워 국적 없는 단어와 말들, 국적 없는 문화, 국적 없는 유행들에 내 나라의 고유한 말과, 문화가, 정체성이 녹아 없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빛나는 내 나라의 문화에 가장 적당하게 다양함이 어우러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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