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내안에 수다.

눈물로 세상을 버티려고 하지마라.

북아프리카 2023. 1. 25. 07:57

 

오래전 읽었던 책.

한강의 "아기부처"에서....

그 글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화자인 여자를 키울 때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매우 엄격했다. 그녀가 힘든 일 어려운 일에 마주해 눈물 흘려야 할때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의 어깨며 등을 손바닥으로 세게 내리치며 " 눈물로 세상을 버티려 하지마라 " 하며 그녀에게 따뜻한 위로나 격려보다 매운 아픔으로 그녀의 눈물을 원천봉쇄해 버리곤 했다 . 

 

오래전,

혼자가 되었을 때  하루하루 매 순간마다 주저앉고 싶고 울고 싶었던 적이 참 많았다. 더욱이 남의 나라. 이들의 언어도 완벽하게 할 줄 몰랐고, 엄마도 가족들도 친구들도 의지하고 싶은 그 누구도 가까이에 없었다. 내게는 나만 의지하고 바라보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아이 둘이 있었다.

나는 매일매일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고 , 매일매일 울고 싶은 여러 가지 상황들에 마주했다. 많은 밤을 아이들을 저녁을 먹이면 혼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소리가 새어 나갈까 숨죽여 울던 시간들이 내게 있었다. 

 

그러나,

내 울음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울음도 누군가 내 울음소리를 들어줄 사람이 있어야 나오는 거란걸 처음 혼자서 몇 번 울고 난 후 나는 알게 되었다. 아프다고 말 할수 있는것도 아프다고 말하면 얼른 약을 가져다 발라주며 호~ 하고 불어주는 사람이 곁에 있어야 피울수 있는 어리광 이란걸 알게 되었다 . 

외롭다고 투정을 부리는 것도 외롭다고 말하면 금방 내 곁으로 달려와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나는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그때 나를 매일매일 일어서게 하고 세상으로 다시 나 갈 수 있게 했던 것은 오래전 책에서 읽었던 한마디였다. 책 속에서 화자에게 어머니가 해줬던 말. 

 

"눈물로 세상을 버티려 하지 마라 "

 

에콰도르 출신 내 친구 " 마리아 "

그녀는 나와 비슷한 시기에 혼자가 되었다. 남편과 제법 오랜시간 결혼 생활을 했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았고 ,키크고 잘생긴 그녀의 남편은 다른 여자친구를 만들고야 말았다 . 여자친구와의 사이에 아이가 생기자 " 마리아" 는 사랑하는 그녀의 남편을 놓아줄수 밖에 없었다 . 그렇게 그녀는 혼자가 되었다 . 남편과 헤어진 후 그녀는 많이 울었다. 그런데 실은 " 마리아"는 웃음이 아주 많은 여자다. 집중하지 못하고 , 남의 말을 귀 기울여 잘 듣지 못하고 , 무슨 일이던 대충 넘기려 하는 그녀가 가장 잘하는일은 웃는일. 뭔가 그녀에게 주어진 일을 잘못 하거나 그로 인해 다른이 에게 어떤 피해를 주거나 할 때 그녀가 가장 잘 하는 일은 " Oh~ i m sorry ~~ " 하면서 웃는다. 그녀의 웃음으로 그녀의 잘못을 더 이상 추궁 할 수 없지만, 그녀가 벌인 실수를 다시 해야 할 때, 그녀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아주 환장하는 기분이 되곤 한다.  나는 그녀가 잘 웃기보다 말귀를 잘 알아들어 그녀에게 주어진 일을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마리아"가 실수해 버린 일을 어쩔 수 없이 다시 시작하며 수습할 때 불끈 끓어오르는 성질을 애써 누르며 내가 그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 

 

"웃음으로 세상을 버티려고 하지 마라 "

 

누구나 ,

제 몫의 버텨야 할 세상을 마주하고 산다. 나는 내가 살고 버텨야 하는 세상을 내가 여자 이기 때문에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눈물이 나 웃음으로 버티고 싶지 않다. 요만큼 살아보니 , 눈물로 버티는 세상은 계속 내게 눈물을 요구하고 , 웃음으로 버티는 세상은 계속 내게 헛웃음을  요구한다. 그러니 어느 때 내가 진정 울고 싶을 때 웃어야하고 , 기뻐 웃고 싶을때 울어야 할 난감한 상황을 만날지도 모른다. 눈물이 , 웃음이 세상을 버티는 무기가 될 수는 없다.  

 

내게 있어 눈물은 아파서 , 힘들어서, 외로워서 흘리는 게 아니라 기뻐서 행복해서 너무 감격해서 흘리는 기 끔의 눈물이면 좋겠다.

내게 있어 웃음은 뭔가를 얻기 위함이거나 곤란한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억지로 웃는 가면 같은 웃음이 아니라 진정으로 행복함을 마주 할 때 내 얼굴에 피어나는 꽃 같은 웃음이었으면 좋겠다. 

 

지나고 보니 , 나 스스로 가장 나답고 당당할 때 차라리 세상을 버티기 수월했음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애처로운 눈물도 , 교태스러운 웃음도 아닌 그저 나로서  사람으로서 내가 감당할 무게를 감당하며 그렇게 세상을 버티고 싶다. 

모...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음을.... 세상은 눈물이 나 웃음만으로 버티지 않아도 , 언제나 내가 감당할 만큼의 무게로 덤비니 , 지나고 보면 늘 내가 감당할 수 있었음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 눈물로 세상을 버티려 하지 마라 "

"웃음으로 세상을 버티려 하지마라 "

 

세상은 눈물이 나 웃음으로 버틸 만큼 만만하지 않다. 

 

잘 울지도 못하고 잘 웃지도 못하지만 나는 가끔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를 보면 대책 없이 울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가끔 태어난 지 몇 달 되지 않은 이웃 아기의 옹알이 소리에 온몸에 간지럼을 태운 듯 웃음이 나온다. 

 

세상은 ,

눈물로도 웃음으로도 버티어 내는 게 아니라 ,

그저 나답게 당당하게 마주하면서 울 때 울고 , 웃을 때 웃다 보니 하루하루 차곡차곡 살아져 왔더라고....

그렇게 살아지더라고...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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