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에 살 때
내 방에서 내려다보이는 풀밭으로
토끼들이 자주 나타나곤 했다.
어느 날 저녁, 시간이 없어서 저녁밥은 못 하고 당근 오이나 잘라서 먹자, 하고 당근 껍질을 벗기다가 녀석들을 보았다
나는 당근을 던져주었다. 오물오물 단방에 먹어치웠다. 그 후로 자주 나타나서 내가 당근을 던져주면 오물오물 먹었다.이제는 당근이 집에 없는 날에도 나타나서는 내 방 앞 잔디밭을 어슬렁거렸다. 따로 당근을 사들고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나를 기다리지 않는 기숙사로, 비록 당근 때문이지만 찾아오는 녀석들이 참 예뻐서 나도 모르게 욕심을 내고 말았으니.......
녀석들 중 두 마리의 목에다 리본을 달아준 거다. 한 녀석에게는 푸른색을, 한 녀석에게는 붉은색을, 여름 내내 우리는 참 친해졌다. 용하게도 녀석들은 언제나 리본을 달고 나에게로 왔다. 껑충 거리면서도 잃어버리지 않았나 보다. 어느 날 나는 기숙사 주차장에서 차에 치인 토끼를 보았다. 그리고 푸른 리본도 보았다. 나는 또 욕심을 내다가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이다.
내 것이라고 표시하기.
얼마나 가소로운 욕심이었는가.
마치 누군가를 사랑할 때, 내 것이라고 표시되기를 바랐던 그때의 눈먼 나처럼.........................."
나는,
얼마나 자주 눈이 머는가................?
'나에게. > 내게온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속에서 ...... (0) | 2023.05.31 |
---|---|
나에게 주는 시 ...... 류 근. (0) | 2023.01.15 |
방하착 ...... 이용헌. (0) | 2023.01.13 |
"매디슨 카운티 다리" 중에서 ...... 로버트 제임스 윌러. (0) | 2022.12.19 |
"사랑을 믿다" 중에서 ...... 권여선. (0) | 2022.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