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내게온 글.

나에게 주는 시 ...... 류 근.

북아프리카 2023. 1. 15. 11:13

 

 

나에게 주는 시

우산을 접어버린 듯

잊기로 한다

밤새 내린 비가

마을의 모든 나무들을 깨우고 간 뒤

과수밭 찔레울 언덕을 넘어오는 우편배달부

자전거 바퀴에 부서져 내리던 햇살처럼

비로소 환하게 잊기로 한다.

사랑이라 불러 아름다웠던 날들도 있었다.

봄날을 어루만지며 피는 작은 꽃나무처럼

그런 날들은 내게도 오래가지 않았다.

사랑한 깊이만큼

사랑의 날들이 오래 머물러주지는 않는 거다.

다만 사랑 아닌 것으로

사랑을 견디고자 했던 날들이 아프고

그런 상처들로 모든 추억이 무거워진다.

그러므로 이제 잊기로 한다.

마지막 술잔을 비우고 일어서는 사람처럼

눈을 뜨고 먼 길을 바라보는

가을 새처럼

한꺼번에

한꺼번에 잊기로 한다.

류근.

.

.

.

너에게 주는 시.

마음에 도장을 새기듯

기억하기로 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

살갗이 타들어 가는 것도 잊은 채

그렇게 네게 몰입되어 내게 화인(火印)처럼 찍히던 너.

그 태양처럼 너를 뜨겁게 기억하기로 한다.

사랑이라 불러 아픈 나날들이 있었다.

추운 겨울날 심장까지 얼어붙어 아픔조차 잊고자 했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날들조차 사랑으로 견디고자 했다.

이제 아픔은 날려버린다.

좀 더 가벼워진 내 마음에 너를 다시 들여놓는다.

다시,

천천히,

오래도록,

너를 내안 깊숙이 넣어 기억하기로 한다.

내 안에 뜨겁고 뚜렷하게 찍힌 내 사랑의 화인(花印)으로 ....

.

.

.

.

.

사시사철 더운 남국이지만,

미묘한 계절의 변화가 느껴진다.

여름은 또,

이렇게 가고 있다.

프랑스 샤를 르 드골까지의 비행기 표,

라운드 트립 $489 불.

가고 싶다.

한 이 주일만 파리를 헤매다 왔으면 좋겠다.

지금 입으믄 좋을 트렌치코트,

카키색에 밤색 트림 이 있는 백팩,

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든 팀 브레이크 슈즈,

친구가 선물한 선글라스,

짱 박아둔 돈으로 살수 있는 비행기 표,

,

,

,

마음이,

준비가 안되었네 .....

* 가끔 유명 시인의 시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요런 장난을 한다.

이러다 한번 큰일 치는 거 아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