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내안에 수다.

"니나"와 노닐기 1.

북아프리카 2023. 6. 1. 23:00

 

 
노트북
17살, ‘노아’는 밝고 순수한 ‘앨리’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빠른 속도로 서로에게 빠져드는 둘. 그러나 이들 앞에 놓인 장벽에 막혀 이별하게 된다. 24살, ‘앨리’는 우연히 신문에서 ‘노아’의 소식을 접하고 잊을 수 없는 첫사랑 앞에서 다시 한 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열일곱의 설렘, 스물넷의 아픈 기억, 그리고 마지막까지… 한 사람을 지극히 사랑했으니 내 인생은 성공한 인생입니다.

 

평점
8.8 (2004.11.26 개봉)
감독
닉 카사베츠
출연
라이언 고슬링, 레이첼 맥아담스, 제임스 가너, 제나 로우랜즈, 제임스 마스던, 케빈 코널리, 데이빗 손튼, 조안 알렌, 헤더 월쿼스트, 샘 셰퍼드, 팀 아이비, 스타레타 듀포이스, 안소니 마이클 Q. 토마스, 에드 그레이디, 조프리 나이트, 르네 앰버, 앤드류 샤프, 매트 셜리, 마이클 D. 풀러, 조나단 파크스 조단, 주드 키첸스, 팀 오브라이언, 메러디스 오브라이언, 컬렌 모스, 트레이시 딘위디, 팻 레오나르드, 웰리 리아파트, 제임스 미들톤, 프레데릭 빙햄, 다니엘 크제칼스키, 피터 로젠펠드, 브래들리 D. 캡쇼, 제이스 스콧 디아톤, 이브 케이건, 스테파니 휠러, 에린 구조우스키, 오바 바바툰데, 척 파체코, 존 쿤다리, 휴 로버트슨, 로버트 워싱턴, 토드 루이스, 마크 존슨, 로베르 프레스, 바바라 위트맨, 다니엘 챔블린, 사사 아제베도, 로버트 아이비, 레베카 쿤, 데보라 호버트, 매튜 배리

 

 

얼마 전 나를 골치 아프게 하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집에서 탱자거리며 놀던 내게 친구의 친구인 크리스틴이 제의를 하나 했다.

 

딸내미 아이들 셋을 베이비시터 하는 그녀에게 도저히 버거운 그녀의 시어머니 니나와의 말벗.

이미 그녀에겐 세명의 사람들이 각각 간병인, 메이드, 그리고 쇼핑 파트너로 일을 하고 있는데 그중 한 명이 토요일 교회를 가야 해서 그 빈시간 7 시간을 

내게 맡기고 싶단다. 모.. 아주 오래전 내가 메디컬을 조금 공부했었다는 게 플러스로 작용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

나는 89세의 전직 간호사였던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인 "니나"와 노닐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첫날,

전날 크리스틴이 준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미 니나가 일어나 식당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완전 블론드 헤어, 너무 투명한 하얀 피부, 그리고 조금만 부딪쳐도 멍이 드는 너무 얄팍한 피부로 손등이고 다리고 검붉은 그녀가 전동 휠체어에서 나를 위해 아침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나................" 좋은 아침! 니나 ...어젯잠 잘 잤어요 ? "

 

니나.............." 좋은 아침 ! 아니 나 어젯밤 잘 못 잤어... 아직도 졸려... 너를 봐서 기뻐 "

 

커피가 식기를 기다리며 니나 방으로 가서 니나가 옷 입는 걸 도와줬다. 침대 정리를 하려는 내게 니나가 무심한 듯 말했다.

 

니나.............." 소변을 조절하기가 힘들어... 어젯밤에 소변이 침대를 적신 거 같아...."

 

니나는 용변은 알아서 처리한다 어른용 패드를 하고 있다. 만져보니 시트가 젖었다. 아.. 이런 말은 크리스틴에게 못 들었는데... 대략 난감.

아무렇지 않은 듯 , 전혀 문제없다며 기운차게 시트를 벗겨 세탁기에 넣었다. 새로운 뽀송한 커버로 바꾸어 주니 니나가 행복해 보였다. 내가 보기보담 다정한 사람이라고...

 

커피와 간단한 도넛으로 아침을 먹으며 우리는 서로의 신상에 대해 질문하고 답했다. 식사가 끝나자마자 그녀가 졸기 시작했다.

뽀송한 침대로 이끌어 숙면할 수 있게 리모컨으로 커튼을 닫았다. 수면을 돕는 잔잔한 음악은 늘 그녀 방을 맴돈다. 코만으로 호흡이 힘든지 그녀는 한껏 입을 벌리고 소리 내며 잠들었다.

 

그녀가 잠든 후 나는 그녀의 집안을 둘러보았다. 어마 무지 하게 큰 콘웨이 호숫가에 엄청 큰 대지를 사서 삼십 년 전에 주문설계 해서 그녀가 지은 집이란다. 집안 곳곳에 그녀의 나이만큼 엄청난 컬렉션들이 곳곳에 많았다. 모든 것은 정해진 자리에 잘 정리되어 있고 벽에도 빈틈없이 액자건 그림이 건들이 다 걸려 있었다. 언제 누가 와서 머물러도 좋을 만큼 게스트룸도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호숫가로 난 커다란 통유리 앞에서면 엄청난 호수가 펼쳐져 있고 , 토요일이라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 물살을 가르며 시원하게 달리고 있었다 . 오래전부터 아무도 즐기지 않는 수영장엔 자동 청소기가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청소하고 있었다. 

 

잠시의 숙면을 취하고 니나가 일어났다.

그녀가 좋아하는 오렌지 주스 한잔을 주고 그녀는 새로 만난 나에 대해 왕성한 호기심으로 질문을 퍼부었고 , 나는 지나간 그녀의 시간들에 대해서 또한 질문을 했다. 그렇게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맞장구치며 노닐었다. 그녀가 정말 치매 환자다 맞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우리는 좋은 대화를 했다. 

 

잠시 후, 

이야기하는 중 다시 휘청이는 그녀의 고개, 휠체어에서 그녀가 졸고 있었다. 행여 그녀가 다칠까 그녀의 머리를 손으로 받쳐 주었다.

졸던 그녀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소리 질렀다.

 

니나............." 엄마 ~~~~~~~~~~~~  나는 죽어가고 있어! 엄마 살려줘요! 나를 도와줘요! 엄마, 나는 곧 죽을 거야 "

 

나는 니나 어깨를 두 손으로  꼭 잡아주고 꿈이라고 꿈을 꾼 것이라고 말해줬다.

니나를 다시 침실로 옮기고 다시 잠들 수 있게 해 줬다. 니나는 다시 잠들었다.

 

왠지,

89세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인 니나가 꿈속에서 " 엄마 ~ "라고 부르는데 , 내가 가슴이 찌르르 아팠다.

 

난,

못된 딸년. 엄마와 별로 좋은 왕래를 안 하고 있는데 , 그저 내가 엄마에게 조금 화가 나서 별로 살가운 소통을 안하고 있는데 , 아주 오래전 엄마를 잃어버린 89세의 니나는 아직도 꿈속에서 엄마를 만나서 도와달라고 하는구나... 나는...?

 

두 번이나 깊은 숙면을 취했던 니나는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어쩌면 오늘 저녁 니나보다 두 살 연하인 그녀의 남자친구 마빈이 오후에 와서 저녁을 먹으러 나갈지도 모른다고 , 잠에서 깨어난 니나는 약간 흥분된 상태였다.  니나가 옷 갈아입는 걸 도와줬다. 웃옷을 벗기니 그녀의 맨몸이 나왔다. 한때 남자에게 사랑받았을 그녀의 가슴은 말라붙어 아무 융기가 없었고 딱 건포도 같은 유두만 늘어진 가슴에 안타깝게 달려 있었다. 그 가슴을 엄청 큰 사이즈의 브래지어 속에 넣고 , 패드 한 그녀 엉덩이에 폭신한 느낌의 바지를 입혔다. 그녀가 좋아했다.

 

붉은 립스틱으로 입술을 바르고 , 뭔지 모르는 브랜드의 향수를 뿌려줬다. 이제 그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블론드인 그녀의 머리칼이 조명을 받아 금빛으로 빛났다.

 

니나를 준비해 놓고 나는 퇴근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 우울했다. 그저 우울 했다 . 

 

어느 책에서 읽었던 인도의 어느 시인이었나? 산도르 마라이? 99 세까지 살다가 결국 뉴욕의  어느 아파트에서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삶도 내선택이 아니었듯 죽음도 내선택이 아니지만 , 나를 잃어버리면서 까지 길게 지탱되는 삶은 차라리 형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여러 가지 형벌이 내게 주어지겠지만 , 내가 나를 잃어버리는 벌은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 생에 가졌던 모든 기억들을 다 기억할 수 없지만, 기억하고 싶은 , 꼭 기억하고 싶은 기억만큼은 죽을 때까지 잊지 말아야 할 텐데...

 

하나님은,

나를 어디에 또 어떻게 쓰시려고 니나를 만나시게 하셨을까? 

 

나는, 그것이 알고 싶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