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Dear Somebody.

Dear Somebody ...... 연어 이야기.

북아프리카 2023. 5. 24. 11:00

 

 
연어
1996년 3월에 첫 출간돼 20여 년이 넘도록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안도현 시인의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가 100만 부 판매를 넘어섰다. 안도현 시인의 섬세하고 시적인 감수성이 아름답게 피어난 작품이다. 단순하고 간결한 동화적 상상력으로 펼쳐지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연어의 모천회귀라는 존재 방식에 따른 성장의 고통과 아픈 사랑을 깊고 투명한 시인의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은빛연어’ 한 마리가 동료들과 함께 머나먼 모천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누나연어를 여의고 ‘눈맑은연어’와 사랑에 빠지고 폭포를 거슬러오르며 성장해가는 내용으로, 목숨을 다하기 직전 산란과 수정을 마치는 연어의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운명이 시적이고 따뜻한 문체 속에 감동적으로 펼쳐진 것. 출간 후 20여 년 동안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비견되며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아왔다.
저자
안도현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7.07.17

 

오래전 읽었던 안도현 님의 "연어"를 다시 읽었습니다. 

멀고먼 바다와 강을 거슬러 오르고  폭포를 뛰어넘어 3 년 만에 자신들이 떠났던 고향으로 긴 여정을 갖는 은빛연어와 눈 맑은 연어, 그리고 그 긴 여정 끝에 그들이 만나게 되는 순간적 사랑의 마주침과 죽음. 

어쩌면,

우리는 어떤 "순간"을 위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태어난 순간, 첨 눈을 뜬 순간 ,첫발자국을 떼던 순간 , 처음 그를 본 순간 , 처음 그녀를 본 순간 , 처음 입맟춤의 순간 ,첫날밤의 순간, 처음 엄마가 된순간 아빠가 된 순간 , 그리고 지금부터 내게 오려하는 아직 남겨진 슬픔과 기쁨의 수많은 "순간" 들........

 

오랜 시간 기다리고 참고 견디는 건 아주 잠시 내게 오는 어떤 "순간" " 찰나"의 한컷을 위해서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고파 , 배고파., 배고파하면서 참고 견디다가 집에 와서 허겁지겁 밥을 먹고 그 허기짐을 해소하는 건 배고픔을 참았던 긴 시간보다 훨씬 짧거든요. 

 

은빛연어가 차가운 베링해를 헤엄치고  , 긴 강을 거슬러 오르고, 높은 폭포를 뛰어올라 , 만신창이가 되어 마지막에 도달한 초록강. 자신이 태어난 곳. 거기서 사랑하는 눈 맑은 연어와 사랑을 하고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는 거..

그 순간을 위해서 그 긴 시간들이 필요했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

지금 우리는 내가 간절히 원하는 아직 내게 오지 않은 어떤  "순간"을 위해서 이렇게 견디고 , 참고., 기다리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S님.

 

내가 원하는 것을 간절히 바라고 견디는 "기다림"의 시간들이 더 가치 있고 빛나는 걸까요?

아니면 그 기다림을 견디고 보낸 후에 내게 올지도 모르는 그 간절함이 해소되는 "순간"이 더 가치 있고 빛나는 걸까요?

 

짧지만 기다림이 해소되는  "순간 "?

아니면,

그 순간을 위한 긴  " 기다림 "?

 

아마도 그대는  분명히  " 두 개 다! 두개 다! "라고 말하실겁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긴 기다림의 시간도 그리고 그 기다림 끝에 원하고 바라는 것이 내게 왔을 때 기쁨의 순간도 다 귀하고 빛나는 내 인생에 선물들이라고..

 

그래도 ,

아무리 기다림이 반짝반짝 빛난다고 하더라도 너무 긴 기다림은 사양하고 싶습니다. 

어린아이가 너무 먹고 싶은 사탕을 사달라고 조르고 조르다가 치쳐서 더 이상 사탕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을 때, 아무리 맛있는 사탕을 잔뜩사주더라도 하나도 안 고맙고 먹고 싶지 않거든요. 간절한 기다림은 이미 끝나고 마음은 이미 식어 버리고 빈정은 이미 상해버렸으니 말이지요.

 

그.러.니.

내 기다림이 여전히 기운을 잃지 않고 , 내  기다림이 여전히 간절하고 , 내 기다림이 여전히 반짝거릴 때, 빛나는 기쁨의 " 순간 "처럼 그대도 내게 오시리라 믿어도 되겠습니까 ?

 

오늘은 2018년 3월 23 일 금요일.

늦은 오후부터 하늘이 잔뜩 흐리더니 결국은 비를 뿌리고 있습니다.

초콜릿이 총총 박힌 쿠키와 친구가 파리여행에서 사 온 티를 뜨거운 물에 살살 우려먹으며 , 오늘을 사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생각으로 의자를 갸우뚱거리는....

 

너무 먼 북아프리카.

 

오늘,

당신의 기다림이 여유롭시길 바랍니다.

 

 

2018.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