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Dear Somebody.

Dear Somebody ...... 두 교황 이야기.

북아프리카 2023. 2. 16. 04:55

 

 

올해도 이틀 남은 마지막 휴일의 오후다.

소리도 내지 않은 아주 조심스러운 비가 내리고 있어.

나이가 들면서 나는 괜히 센티한 기분이 들게 하는 비가 싫더라.

나는 그냥 덥더라도 쨍~쨍~한 날이 좋아.

 

그래도 오늘 조용한 비는 제법 참아 줄만 하다.

지금은 소리 내기 보다 침묵하고, 들뜨기보다 가라앉고, 뛰거나 걷기보다 앉아서 잠시 생각에 잠겨야 할 때....

" Alexa "에게 Queen의 음악을 부탁하고 네 이름을 부른다.

 

Dear S.

"The two popes ( 두 교황 ). 며칠 전, 넷 프릭스에서 "두 교황 "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봤어. 구글링을 통하면 대충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궁금하면 수고로움을 무릅쓰고 찾아보렴... 교황이라는 직위는 숨질 때 가지할 수 있는 가톨릭 최고의 수장이자 영예로운 자리인데, 가톨릭 역사 600여 년 만에 생존하는 교황으로 자진 사퇴를 하고 교황의 직위를 다른 이에게 물려준, 교황 베네딕토 16 세와 그의 뒤를 이어 많은 추기경들의 지지를 받으며 새로운 교황이 되는 현 교황 프란시스코, 그 두 분의 신을 섬기는 구도자 로써의 고뇌와 인간적인 고통과 슬픔 그리고 가끔은 서로 충돌하며 또 서로 배려하며 같이 걷는 동료로서의 따뜻함이 묻어나는 영화였어.

어쨌든 두 분의 대화가 주를 이루는 영화 고 종교적인 걸 배제할 수 없는지라 어떤 이에게는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오래전 영화 "양들의 침묵"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 앤서니 홉킨스의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감탄을 숨길 수 없는 시간이었어. 그는 정말 멋지더라. 얼마 전 내가 즐겨 보는  " 안드레 리우"의 콘서트 영상 중에 배우 앤서니 홉킨스에게 바치는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이가 많이 들었음에도 여전히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멋지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던 그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영화에서도 그는 멋지더라. 현 교황 프란체스코를 연기한 조나던 프라이스도 실제 교황과의 싱크로율이  거의 100 프로 같더라고. 여러 좋은 대사가 많이 나왔더랬는데, 내가 인상 깊었던 대사가 있었다. 프란체스코가 베네딕트 16세에게 하는 말 중에 어떤 신도가 자신에게 물었던 질문에 관한 이야기였어. 어느 날 어떤 신도가 프란체스코한테 묻는다.

" 신부님 기도할 때 담배를 피워도 될까요? "

신부님은 잠시 대답을 못하고 있었지. 옆에 있던 친구가 다시 말을 하지.

" 이봐 질문이 틀렸잖아... 신부님 담배를 피울 때 기도해도 될까요? "라고 물어보라고.....

 

예전에 나는,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흡사 무슨 "착한 사람 증후군" 같은 거에 걸렸던 듯이 살았던 거 같았다. 어려서는 부모님의 사랑 속에서 반듯하고 이쁘고 착하게,,, 그어 놓은 줄을 넘거나 무시하거나 하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나는 늘 잘하려고 노력했고 나는 늘 착하려고 애썼고 나는 늘 정의 편에 서려고 했었더랬다

혼자가 되면서 나는, 어느 날 아주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지. 아홉 번을 잘한 사람이 한 번을 잘못하면 사람들이..... 응.... 그렇구나 역시 그랬어.... 너도 결국 그런 사람이었어... 하는 조롱이나 비난이었다는 거... 아홉 번을 못한 사람이 한 번을 잘하면 사람들이.... 아... 그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좋은 사람이었어... 그랬구나... 하는 이해나 칭찬이었다는 거...

 

참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후 나는 꽤 오랫동안 아홉 번 잘못해도 괜찮아... 하는 마음으로 살았던 거 같다. 까칠하게, 도도하게, 얄밉게, 이기적으로..... 그렇게 못된 편에 서다가 아주 가끔 좋은 사람 코스프레로 다른 이들의 마음에 들기도 하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게 때때로 많이 편하고 많이 쉽기도 했다. 아주 가끔 착한 일 한 번에 개과천선한 사람처럼, 돌아온 탕자처럼 칭찬을 받기도 하면서 말이다. 아... 진짜 부끄러운 고백이 되었네..

그런데,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난 후 이런 생각이 들더라

" 나는 무엇을 앞에 놓고 살아왔나? "

그러니까 나는 기도보다 담배를 앞에 놓고 살아온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먼저 하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살면서 잠깐씩 생각날 때마다 주위를 둘러보듯이, 그때 겨우 기도하듯이 나는 그렇게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내 것을 먼저 생각하고 나를 우선 챙기고 내가 좋아하는 거를 하고 나서 그리고 시간이 나고 한가한 생각이 들 때 그때 비로소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챙기고 눈길을 주는.... 아주 이기적인 삶을 살아온 거 같은 부끄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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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년 1 월 13 일,

나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카리브해 작은 섬나라 아이티에서 규모 7의 지진이 발생했었다.그 지진으로 온 나라의 80% 가 파괴되고 22만 명의 사람들이 죽고 30만 명의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다. 아직도 아이티의 복구는 다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가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보는 뉴스는 "난민 (Refugee) "에 관한 것이다.

얼마 전 난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여전히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들이 태어난 나라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며 다른 곳으로의 이주를 감행하는 난민들이 많다. 그들을 환영하거나 받아주는 나라는 많지 않다. 목숨을 건 그들의 이주는 그야말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이주하려는 사람들 중의 많은 사람들이 지중해에 수장되고 있다. 그중에는 어린아이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아이러니하게 그 수많은 난민을 수용하는 대부분의 나라가 선진국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이다.

전 세계 난민의 80 % 가 유럽의 많은 선진국이나 북미 대륙이 아닌 이제 겨우 걸음마를 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이라는 거.

 

대도시 난민 ( Big city Refugee).

가끔 중년의 고독사에 관한 뉴스를 볼 때마다 나는 그들도 대도시 난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땅히 반기어 오라는 곳도 없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원하는 사람들에게 가지도 못하고 혼자 외롭게 섬처럼 떠돌다 결국은 혼자 맞게 되는 쓸쓸한 죽음. 이 사람 저 사람 정의된 관계의 정립 없이 그냥 떠도는 관계들 속에 지쳐서 결국은 혼자 일수밖에 없는 도시 난민의 삶...

 

몇 개월 전,

아들이 내게 물었다. " 엄마가 하고 싶은 게 뭐예요? 엄마가 원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

나는 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 내가 원하는 것 "에 대한 생각을 했다.

나는 요즘 열심히 걷고 열심히 스트레칭도 하고 열심히 튼튼해지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나는 남은 내 생을 다른 이를 위해 써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 생각이 생각으로 끝날까 걱정이긴 하다...) 10여 년 전 나는 아이티로 달려가고 싶은 내 마음을 만난 적이 있었다. 요즘 나는 어딘가 내가 손잡아 줄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어디가 될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Dear S.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배낭을 챙기게 되면 제일 먼저 너에게 가마.

네가 나를 위해 준비해둔 네 집 다락방에서 지는 석양과 뜨는 태양을 너와 같이 보고, 네가 끓여주는 된장국과 겉절이로 아침을 먹고 네 집 뒷산에 같이 산책하자. 얼마 전 죽어버려 너를 울게 한 호순이 자식들이 너와 나 사이를 오가며 같이 길을 따르겠지. 그리고, 네게 내 배낭 이야기를 하면 너는 아마도 무조건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리라 믿어.

 

"Alexa "는 아까부터 프레디 머큐리를 들려주고 있다. Made in heaven...

여고 시절 이후로 그는 내게 최고의 싱어다. 비는 개고 날은 저물어 가고 있다. 이틀밖에 남지 않은 2019 년의 마지막 일요일 저녁 무렵이다.

 

나는 이제야 조금씩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바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시작했다. 조금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그리고 쉽지도 않겠지만 나는 이제 겨우 내 뒤에 미루어 놓았던 것을 다시 앞으로 댕겨 안았다.

 

"담배를 피우며 기도 하기보다,

기도하면서 담배를 피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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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올해보다 더욱 행복하리라.........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