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Dear Somebody.

Dear Somebody ...... 레트를 기다리며...

북아프리카 2023. 2. 13. 04:52

 

아침이다.

사라 맥라클란의 엔절을 듣는다 .

 

 

어제는 친구 H를 잠깐 만났다.

며칠 전 꽤 괜찮은 중년들이 모인다는 다운타운 클럽" 블루 마티니"를 가자고 했던 약속을 결국 지키지 못한 나의 소심함을 엄청 구박했다. 그리고 H와 나, 우리는 라틴 댄스를 배우는 거에 의견의 일치를 봤다.

에콰도르 친구 올가가 스페니쉬 여자답게 댄스를 엄청 잘하는데 H 가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클래스 등록해서 배우는 게 훨씬 쉽고 좋다고 하더라. 그래서 혼자는 못한다는 H의 성화에 완전 몸치인 나는 곁다리로 붙어서 알았다고 대답은 했다.

할 수 있을까? 내가 살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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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를 기억하지?

거기서 이 장면을 혹시 기억하려나? "스칼렛"이 홧김에 해버린 첫 번째 결혼, 그 첫 번째 남편이 전쟁터에서 죽고 "스카렛"은 졸지에 미망인이 되지. 남군의 승리를 위한 자선 파티가 열리잖아. 남자들이 맘에 드는 여자와 춤을 추는 대가로 돈을 기부하지.....하지만 검은 상복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휘감은 "스카렛"은 다른 여자들이 남자들과 멋지게 춤을 추는 모습을 그냥 구경만 할 뿐이지. 테이블 밑으로 안 보이는 "스카렛"의 두발은 흘러나오는 음악에 쉼 없이 스텝을 밟고 있지만......

 

그때 "레트 버틀러" 가 다가오지.

"스카렛 "에게 춤을 청하지.

 

" 미쳤어요? 나는 미망인이라고요! 당신과 춤출 수 없어요! "

 

그 말을 들은 "레트 "가 "스카렛"과 춤을 추는 대가로 엄청난 금액을 기부하겠다고 하지.... 놀라는 사람들 그리고 다시 음악이 흐르지. 검은 상복의 "스카렛"과 "레트"가 춤을 추지. 비록 검은 상복 차림이지만 "스카렛"은 어느 화려한 다른 여자들 보다 더 아름답게 더 멋지게 춤을 추지.

 

Dear S.

 

오랫동안 이렇게 사는 게 벌을 받는 거 같다는 기분이 들곤 했다.

가끔 수업이 끝나고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 버린 텅 빈 학교에 나만 혼자 남아 선생님으로부터 잊혀서 복도에 여전히 무릎 꿇고 앉아있는 거 같은 기분....그런 막막함과 쓸쓸함에 꽤 많은 시간들을 흘려보냈다. 그러면서도 꽤 오랫동안 내 안에 식혀지지 않았던 열정, 혹은 나 자신도 그 정체를 잘 알 수 없었던 막연한 기다림 같은 거...

"레트를 기다렸었다 ?"

가끔, 아니 아주 많이 오랫동안 나는 오지도 않을 " 레트 "를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비록 온통 검은 상복으로 온몸을 감싼 "스카렛"의 심정이지만 내 안에 보이지 않는 나는, "스카렛 "처럼 흐르는 음악에 쉴 새 없이 춤을 추고 있었으니 말이다. 내게 부드러운 손을 건네고, 같이 춤추자고 말 걸어줄 " 레트 "를 기다렸다. 그러면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손을 잡고 플로어로 나아가 누구보다 더 멋지게 신나게 다시 춤출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

.

그러나,

" 레트"는 오지 않는다 "

내 남은 생에 나의 "레트"는 오지 않으리라는 걸 이제는 알겠다.

더 많이 어두워져 집에 못 돌아가기 전에 저린 발을 이끌며 언젠가 집으로 돌아 가리란 것도 안다.

내 마음에 입혀진 이 검은 상복 같은 심정이 쉽게 벗 저지고 쉽게 버려 버릴 수 없으리란 걸 이제는 안다.

아무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 발이 음악에 맞추어 쉴 새 없이 춤을 추고 싶어 안달을 해도, 내게 쉽게 손을 내밀어 나를 다른 사람들이 춤을 추는 플로어로 데리고 나가줄 수 있는 나의 " 레트 "는 오지 않으리라는 걸 이제 나는 안다.

이런 나를 보면,

너는 내게 말하겠지.

 

" 괜찮아!

혼자 충분히 멋지고 아름다운 춤을 출수 있어! 바부팅 ! " 이라고 .....

 

그래,

안다 알아.

나 또한 " 스카렛 " 이 아니란걸.

.

.

Dear S .

그래서,

요즘은,

이제는 이렇게 사는 게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지도 않을 "레트"를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영화 속 " 스칼렛"이 결국은 타라의 농장에 홀로 서서 내일의 태양이 다시 떠오르기를 기다리듯이, 나는 " 스칼렛" 은 아니지만 오늘은 오늘의 노을이 지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는 걸 안다. 그리고 나의 시간도 이제는 더 이상 부글거리지 않고, 더 이상 몰아치지 않고, 더 이상 그리 아프지는 않게 흘러 가리란 것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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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어도 좋은,

사라 맥라클란의 에인절이 모두 끝났다.

어제는 비가 왔었는데 오늘은 화창한 아침을 맞았다.

흐린 커피에 달콤한 초콜릿 쿠키를 옆에 놓고 네게 편지를 쓴다.

오늘은 따뜻하고 평화로운 하루가 될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햇살 좋은 남국의 아침 속에 있다.

네게 따뜻한 햇살 한줌 보낸다.

잘 받아서 추울 때 아껴 쓰려무나.....

02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