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읽었던 은희경 단편 중에 "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이라는 단편에 그런 내용이 있었어.
미소 냉전중에 소련은 미국과의 우주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채 우주선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는 거지. 그중에는 발사도중 폭파해 버려서 산화해 버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구 밖으로 소아지기는 했는데 우주에서 다시 귀환하지 못하고 버려져 우주 쓰레기가 되어버린 사람도 있고 최초의 우주비행사로 우리가 알고 있는 " 유리 가가린"처럼 무사히 지구로 귀환해 최초의 우주 비행사로 영웅 대접을 받은 사람도 있다는 거지.
그런데,
1991 년 소련이 붕괴될때 소련이 붕괴되기 전에 우주로 쏘아 올려진 우주 비행사들, 여기선 "코스모나츠"로 불리더군. 그 코스모나츠들이 오랜 시간 우주에서 생활하다가 다시 지구로 , 자신들의 나라로 귀환했는데 자신들의 나라가 붕괴되어 버려 황당함에 빠져 버리는 거.... 그렇게 그리워하고 돌아가고 싶었던 조국이 막상 귀환해 보니 사라져 버리고 다른 체재, 다른 시스템으로 바뀌어져 버린 거... 그때 그 코스모나츠들이 느끼는 황당함과 절망감...
언젠가?
내가 썼던 글 " 디스커버리호의 마지막 귀환"이라는 글을 기억하니?
마지막 우주 비행을 끝내고 이제 영원히 지구로 안착해 버린 마지막 우주선 디스커버리호. 그 마지막 귀환을 보면서 나 역시 나 태어나고 자라고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운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나와 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디스커버리호와 같다는 생각을 했었지. 그리고 언젠가 나 또한 돌아갈 것이다. 무사히 내가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것들에게 귀환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언제가 내가 돌아갈 그곳은,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그곳은, 사람들은, 풍경들은, 내가 지금 기억하고 내 마음에서 머릿속에서 그리고 있는 그대로 내가 그리워하고 사랑했던 그 모습으로 나를 기다려주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소련의 코스모나츠들처럼 오매불망 그리워하고 보고파하는 것들에게 간신히 귀환했는데 내가 그리던 것들 보고파하던 것들이 더 이상 거기 없을 때 그때의 그 황당스러움과 허허로움 또는 절망감을 마주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시간이, 세월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기는 한다. 나 또한 여기 있는 이 자리에서 얼마나 많이 변화되었는지 나는 잘 모르니까... 그래도 정말 정말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몇 가지 것들은 그대로 그 자리에 그 풍경으로 남아 있어 줬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든다.
엄마가 끓여주던 조갯살 넣은 시금치 된장국.
종로 3 가 국일관 쪽 뒷골목에서 굽는 생선구이 냄새.
여고시절 시험 끝나면 친구들과 같이 가서 먹던 홍콩반점 짬뽕.
대학로 이름도 잊은 피자집에서 먹었던 피자와 포도주스.
야채가 많이 들어 있었던 집 앞 분식집 만두.
마석 우시장 한편에 있던 돼지갈빗집 물김치.
춘천분식 아줌마가 해주던 다진 양념 넣은 매운 칼국수.
쓰다 보니 죄다 먹을 타령만 늘어놓아구나.
아마도 내 그리움은 온통 먹을 거인가 부다.
근데.
너,
알아?
실은 그 음식들을 함께 했던 사람들 그 시간들 그 이야기들이 더 많이 그립고 간절하다는 거....
아마도 붕괴된 조국 소련으로 귀환했던 코스모나츠들도 처음엔 참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웠을 거야.
그리도 드 넓은 우주공간에서 푸른 별 지구를 그리워하며 지내느니 혼돈스러운 조국이라도 귀환하기를 더 바랐을 거야. 내가 하루하루 늘 내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며 살듯이 말이지. 그리고 그들은 곧 바뀐 조국에 잘 적응하고 살았을 거야. 그 조국도 내 조국이니까.
그래서 나도 걱정 안 하기로 했다.
언젠가 내가 귀환할 그곳도 시간이 세월이 다르게 만들어 버렸을지라도 내 사랑하는 기억들 추억들 사람들 풍경들이 놀아 들어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곳에,
네가 있을 테니까.
퇴근하는데,
비가 왔다.
Ben E King의 Stand by me를 계속 리피트로 들으면서 달렸다.
알지?
늘 언제나 네 곁에.... Stand by me.....
아직 귀환하지 못한,
" 그대안에 .... 푸른별... " 이다.
* 이 글은 예전 사용했던 닉네임 " 푸른별... " 일때 작성했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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