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읽었던 안도현 님의 "연어"를 다시 읽었습니다.
멀고먼 바다와 강을 거슬러 오르고 폭포를 뛰어넘어 3 년 만에 자신들이 떠났던 고향으로 긴 여정을 갖는 은빛연어와 눈 맑은 연어, 그리고 그 긴 여정 끝에 그들이 만나게 되는 순간적 사랑의 마주침과 죽음.
어쩌면,
우리는 어떤 "순간"을 위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태어난 순간, 첨 눈을 뜬 순간 ,첫발자국을 떼던 순간 , 처음 그를 본 순간 , 처음 그녀를 본 순간 , 처음 입맟춤의 순간 ,첫날밤의 순간, 처음 엄마가 된순간 아빠가 된 순간 , 그리고 지금부터 내게 오려하는 아직 남겨진 슬픔과 기쁨의 수많은 "순간" 들........
오랜 시간 기다리고 참고 견디는 건 아주 잠시 내게 오는 어떤 "순간" " 찰나"의 한컷을 위해서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고파 , 배고파., 배고파하면서 참고 견디다가 집에 와서 허겁지겁 밥을 먹고 그 허기짐을 해소하는 건 배고픔을 참았던 긴 시간보다 훨씬 짧거든요.
은빛연어가 차가운 베링해를 헤엄치고 , 긴 강을 거슬러 오르고, 높은 폭포를 뛰어올라 , 만신창이가 되어 마지막에 도달한 초록강. 자신이 태어난 곳. 거기서 사랑하는 눈 맑은 연어와 사랑을 하고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는 거..
그 순간을 위해서 그 긴 시간들이 필요했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
지금 우리는 내가 간절히 원하는 아직 내게 오지 않은 어떤 "순간"을 위해서 이렇게 견디고 , 참고., 기다리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S님.
내가 원하는 것을 간절히 바라고 견디는 "기다림"의 시간들이 더 가치 있고 빛나는 걸까요?
아니면 그 기다림을 견디고 보낸 후에 내게 올지도 모르는 그 간절함이 해소되는 "순간"이 더 가치 있고 빛나는 걸까요?
짧지만 기다림이 해소되는 "순간 "?
아니면,
그 순간을 위한 긴 " 기다림 "?
아마도 그대는 분명히 " 두 개 다! 두개 다! "라고 말하실겁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긴 기다림의 시간도 그리고 그 기다림 끝에 원하고 바라는 것이 내게 왔을 때 기쁨의 순간도 다 귀하고 빛나는 내 인생에 선물들이라고..
그래도 ,
아무리 기다림이 반짝반짝 빛난다고 하더라도 너무 긴 기다림은 사양하고 싶습니다.
어린아이가 너무 먹고 싶은 사탕을 사달라고 조르고 조르다가 치쳐서 더 이상 사탕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을 때, 아무리 맛있는 사탕을 잔뜩사주더라도 하나도 안 고맙고 먹고 싶지 않거든요. 간절한 기다림은 이미 끝나고 마음은 이미 식어 버리고 빈정은 이미 상해버렸으니 말이지요.
그.러.니.
내 기다림이 여전히 기운을 잃지 않고 , 내 기다림이 여전히 간절하고 , 내 기다림이 여전히 반짝거릴 때, 빛나는 기쁨의 " 순간 "처럼 그대도 내게 오시리라 믿어도 되겠습니까 ?
오늘은 2018년 3월 23 일 금요일.
늦은 오후부터 하늘이 잔뜩 흐리더니 결국은 비를 뿌리고 있습니다.
초콜릿이 총총 박힌 쿠키와 친구가 파리여행에서 사 온 티를 뜨거운 물에 살살 우려먹으며 , 오늘을 사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생각으로 의자를 갸우뚱거리는....
너무 먼 북아프리카.
오늘,
당신의 기다림이 여유롭시길 바랍니다.
2018.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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