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내안에 수다.

"니나"와 노닐기 3.

북아프리카 2023. 6. 5. 23:00
 
더 파더
나는 런던에서 평화롭게 삶을 보내고 있었다. 무료한 일상 속 나를 찾아오는 건 딸 ‘앤’ 뿐이다.  그런데 앤이 갑작스럽게 런던을 떠난다고 말한다. 그 순간부터 앤이 내 딸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잠깐, 앤이 내 딸이 맞기는 한 걸까? 기억이 뒤섞여 갈수록 지금 이 현실과 사랑하는 딸,그리고 나 자신까지 모든 것이 점점 더 의심스러워진다.
평점
8.7 (2021.04.07 개봉)
감독
플로리앙 젤러
출연
안소니 홉킨스, 올리비아 콜맨, 마크 거티스, 올리비아 윌리엄스, 이모겐 푸츠, 루퍼스 스웰, 아예샤 다커, 스콧 멀린스

 

 

조금 일찍 도착했다.

살그머니 키를 넣고 현관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잠옷차림의 니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앞에 까지 나와있었다.

나를 보더니 반갑게 웃으면서 말했다.

 

니나............" 내가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나를 찾았지?.."  은근히 귀여운 니나...

 

나..............." Hide and Seek!  니나가 어디 숨어도 나는 니나를 찾을 수 있어..ㅎㅎ 커피 마셨어요? 우리 커피 마실까 니나?"

 

니나............." 아니 커피 안 마셨어... 커피 마시고 우리 빨리 다른 집으로 가자 나는 이 집이 싫어! "

 

나................@.@

 

커피를 내려 마시고 오렌지 주스와 팬케이크 한 장 그리고 한 줄의 베이컨으로 아침을 먹었다. 식사 후 니나의 옷 갈아입기를 마치고 머리도 이쁘게 빗고 립스틱도 바르고 그러더니 니나가 핸드백과 엄마사진이 들어있는 액자와 책 한 권을 무릎에 놓더니 나보고 가잔다..

 

나................." 오데로? "

 

니나..............." 다른 집으로 갈 거야.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나.................." 난 니나  차키가 없어. 그래서 네 차를 운전할수 없어 미안해 "

 

니나................" 네차 타고 가는 돼지. 네 차로 가자. 난 네 차가 좋아."

 

나..................." 안돼 그럴 수 없어. 내차는 너에 대한 보험이 안되어 있어. 너를 태우고 사고가 나면 난 큰 문제가 될 거야 그래서 너는 내차에 탈 수가 없어 "

 

한참을 나와 실랑이를 벌이던 니나가 크리스틴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집에 가야겠다고.....

크리스틴에게 똑같이 다른 집으로 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던 니나.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내가 마음이 안 좋아서 크리스틴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차로 니나를 태우고 드라이브를 하다 오면 어떨까? 크리스틴이 답했다. 절대 안 된다고. 네가 네 차로 니나를 태우고 드라이브를 한다면 그 드라이브는 오늘밤까지 멈추지 않을 거라고. 시작도 하지 말라고.

 

니나는 늘 추워한다.

물론 실내는 에어컨이 작동하지만 니나 때문에 설정 되어진 온도는 내게 너무 덥다.  실제 요즘의 여기 날씨는 낮기온이 화씨 100 도를 넘는다. 그런데 니나는 늘 추워서 긴팔 후디를 입고 긴바지에 양말까지 신는다. 니나의 체온은 얼음같이 차다. 나는 얼음 같이 차가운 그녀의 손을 만질 때마다 하루하루 일도씩 그녀의 체온이 떨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더 떨어질 체온이 없을 지경까지 그녀가 차가워지면 죽음에 이르는 것일까? 

 

전화를 끊고 그녀를 살살 달래어 수영장으로 향한 문을 활짝 열고 니나의 전동윌체어를 움직여 나왔다. 

밖의 날씨는 쨍쨍...니나는 긴 바지에 긴 셔츠에 수면양말 까지 신겼다. 많이 더웠지만  늘 집안에 갇여 있던 니나는 좋은 듯했다. 나는 수영장 물을 퐁당이며 물장난을 좀 하고 니나는 그런 나를 보며 조금 웃었다. 말라비틀어진 화분에 호스로 물을 주고 니나는 찢어진 수영장 스크린을 고쳐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고 안달을 부렸다. 흠... 누가 상관이나 한다고...

 

그러다 들어와 다시 잠에 빠진 니나.

잠자는 니나 옆에서 커피를 마시며 파울로 코엘류의  " 11 분"을 읽었다. 아... 니나가 좀 오래 잤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잠결인지 니나가 갑자기 내 나이를 물었다. 나는 내 나이를 말해줬다. 니나가 다시 눈을 감고 물었다.... " 너 지금 행복하니?"나는 ........ 대답하지 않았다.

 

다시 잠들었던 니나가 다시 깨어나고 또 나가자고 조르는 니나와 쓸데없는 책으로 수다를 떨고....

니나는 요즘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읽는 중 ---그녀가 아직 활자를 기억해서 책을 읽고 있는지 어쩐지 나는 모르겠다 --

나는 파울로 코엘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니나는 그녀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다시 나가려는 니나를 위해 이번엔 그녀의 차고문을 열고 앞 정원으로 나왔다.

그녀가 삼십 년 전에 심은 나무들이 지금은 우람하고 장대하게 컸다. 정원 꽃나무들은 이미 꽃을 피우고 다 져버렸다.

니나는 올해는 꽃향기도 못 맡고 봄이 가버렸다고 아쉬워했다. 내가 내년에 꼭 꽃향기를 맡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쟈넷이 4시 30 분에 와서 니나를 데리고 그녀의 다른 집으로 데려다줄 거라고 그녀를 안심시키고 , 이쁘게 그녀를 화장해 주고 따뜻한 허그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니나는 두 번 결혼했다. 첫 남편과는 일 년을 살고 그의 알코올중독에 진저리를 치며 이혼하고 두 번째 결혼한 남편과는 제법 행복하게 살았는데 그는 십여년전에 세상을 떠났다 . 지금 아들은 그 두번째 남편의 아들이다. 크리스틴은 그 아들의 부인. 니나가 낳은 친자식은 없다.

 

만약,

니나가 그의 친엄마였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을까..?

저렇게 큰집에 오로지 돈을 받고 방문하는 사람이 아니면 아무도 오지 않는 저 집에 그녀를 홀로 살게 놔두었을까?

 

이런저런 생각 중에 남동생이 전화를 했다.

나는 아무래도 더 늦기 전에 사람 남자를 만나야겠다고. 아무래도 알츠하이머는 외로움이 원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생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우리 세대들은 어차피 혼자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외로움에 익숙해져 있을 테니 외로움으로 기인한 알츠하이머에 너무 걱정하지 말란다. 췟~ 넌 와이프가 있으니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나쁜 시끼...

 

다음 주에는 ,

퍼즐 맞추기 혹은 색칠공부 책이라도 사가지고 가볼까? 

 

오늘밤은,

니나가 평화롭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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