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Today chat.

백수 일기 2.

북아프리카 2024. 4. 10. 09:18

 

 

 

10 개월 일하던 호텔 일을 그만두었다.

우연히 기회가 내게 왔고 나는 즐겁고 행복하게 널널하게 10 개월 호텔 스토아에서 일했다.

아무런 예고나 의논도 없이 일하는 스토아가 바뀌고 스케줄이 바뀌고 같이 일하는 이십 대 젊은 백인 아이는 일은 안 하고 폰 게임에 빠져 있었다. 매니저와 면담을 했지만 바뀌는건 없고 구구한 변명뿐...2 주를 견디고 생각하다 사표를 냈다.

봄이 왔다.

아니, 봄이 오는 중 인가?

올해는 예년과 달리 꽃가루가 엄청 많다. 꽃가루에 섞이어 날리는 다른 것들이 사람들을 아프게 한다.

나도 근 1 주일 결근을 해가며 아팠다. 하루가 다르게 초록 초록으로 새 물이 오르는 나무며 잔디들이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날리는 꽃가루에 겁이 난다. 쿠~울~럭~ 쿨럭~

늦으막 일어나 백수 1 일차 뭐 하고 놀까 하다가 서재방을 바꾸기로 했다.

벽으로 놓인 책상을 창가로 옮겼다. 창문 커튼을 양쪽으로 열고 컴퓨터를 창가에 놓고 잠시 책상에 앉아,

cigarettes after sex의 음악을 틀어놓고 이 글을 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린지 백 만년은 된 거 같은 느낌이 든다.

백수일기 1을 다시 읽어보니 그때 오더 한 책들도 다 읽지 못했다.

그때 백수가 되면서 서재를 새로 꾸몄는데 오늘 백수가 되어 다시 서재를 꾸민다.

요즘 안중근 의사에 관한 다큐만 찾아서 보았다. 찾아보니 그때 오더란 김훈 님의 하얼빈도 읽지 못했다.

마음과 정신을 정갈이 하고 그 책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밖에 햇살은 눈이 부시고 연초록의 나무들은 바람에 느긋하게 흔들린다.

원래 이 창가는 고양이 바나나의 몫이었다. 그런데 주로 거실 창가를 이용하기에 내가 이 창가를 내 책상으로 다시 탈환했다. 바나나는 내 발밑을 오락가락하며 미야용 ~ 거린다.

이제는 나이를 먹었는지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도 느긋하다.

이렇게 그냥 은퇴를 해버릴까? 집에 있으면 뭘 하나?

사직을 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건 내가 우울해지는 거였다.

얼마 전 의사가 처방해 줬던 오래된 우울증 약을 다 버렸다. 모.. 오래된 이야기 지만.....

앞으로,

내가 이 창가 옆 내 책상을 좋아해서 이 책상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고 책을 뒤적이는 시간이 내게 많으면 좋겠다.

일어나 마저 책장을 옮기고 청소를 하고 신선한 오렌지주스를 사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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