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내안에 수다.

다시 11 월...

북아프리카 2024. 11. 19. 12:26

 

 

 

 

다시 11 월이 되었다.

2024 년 11 월.... 

나는 11 월에 태어났다. 그리고 17 년전 11 월에 이혼했다. 

오래전 블로그를 노닐다 보니 7 년전 이때쯤의 글이 눈에 띄었다. 

지금은 그때 보다 조금더 평화로워진 내가 그때의 심정을 다시 읽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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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07 년 11 월에 이혼했다.

올해로 이번 달로 꽉 찬 10 년이 되었다.

십년전 나는 꽤 시끄럽고 힘든 이별을 했다 .
11월에 이혼을 하면서 나는 내가 가지고 누렸던 모든것을 다 내려놓고 포기했다 . 
두 아이들 손목만 꼭 쥐고 나는 내가 살던 집을 떠났다 . 
그후로도 근 일년여 동안 그는 나를 집요하게 쫒아다니며 괴롭혔다 . 
 
하루에 백번이 넘는 전화 ,
출근할때 위태하게 내차를 따라 오는일 ,
사람을 시켜 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
불쑥 내 앞에 나타나서 폭언을 쏟아놓는일....
 
경찰에 몇번의 신고전화를 했다 .
법원에 두번의 접근금지 신청을 했다 .
경찰서에 몇번을 불려가고 법원에 몇번을 출두했다 .
 
그때 ,
내게는 아무도 없었다 .
집에서 살림만 하던 내게 친구는 없었다 .
다니던 교회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그들의 가십거리로 만들었다 .
엄마와 가족들은 너무 멀리 있었다 .
나는 울지 않았다 .
나는 그저 숨쉬고 있었다 .
차갑고 깊은 우물속에 빠져 있었다 .
목까지 차가운 물이 차 있었다 .
나는 빠져나올 기대도 빠져나올 생각도 안하고 그렇게 오래도록 깊은 우물 속에 숨어 있었다 .
 
나는 매일 매일 그를 증오하고 미워하고 저주했다 .
나와 같이 살을 맟대고 아이를 낳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잊었다 .
그의 목소리 그의 모습 그의 모든것이 징글징글 하게 싫었다 .
그가 내앞에서 사라져 주기를 바랬다 .
기도 했다 ....." 하나님 그를 죽여주세요 ....하나님 그를 제발 제 인생에서 빼주세요.....하나님 그를 죽여주세요..."
 
그러다 ,
언젠가  부터 그 기도는 바뀌었다 .
오지 않는 잠을 청하면서  아침에 눈뜨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
퇴근하면서 길가에 가로수들을 보며 슬그머니 운전대를 놓기도 했다 .
하이웨이를 운전하면서 스피드를 높이고 눈을 감기도 했다 .
그때 내 기도는 ......" 하나님 차라리 나를 죽여주세요............" 
나는 그때 죽고 싶을 만큼 고통속에 있었다 .
.
.
 
작년 여름이 끝나갈 즈음...
그가 딸아이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연락을 해왔다 .
마지막 접근금지 신청이 받아들여지고 근 7~8 년 동안 우리는 전혀 연락 없이 살았다 .
그는 위함 3 기 환자로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
수술을 해봐야 겠지만 결과는 예측할수 없다고 했다 .
 
오래된 , 
그래서 잊은줄 알았던 그때의 고통과 함께 그때 그를 향한 미움과 저주의 기도들이 생각났다 .
내가 그때 그를 죽여달라 했던 기도들이 세상을 떠돌다가 어느날 그에게 닿아 힘을 발휘 했나보다 .
그래서 그가 병에 걸렸나보다 .
나는 몇날 며칠을 무거운 죄책감에 마음이 아팠다.
 
나는 다시 고개 숙이고 무릎을 꿇었다 .
" 제 기도를 거두어 주소서 .......그를 .... 살려 주소서......"
그가 내 아이들의 아비이고 누구의 동생이고 누구의 형제이고 누구의 친구이고 누구의 아들인것을....
나는 오래전 내가했던 기도를 거두어 달라고 다시 간절히 기도했다 .
 
얼마전,
그가 지인을 통해 연락을 했다.
수술도 잘 되었고 수술후 케어도 잘되어서 의사가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없다고....
그리고 십년이 지난 지금 그가 내게 단문의 문자를 보냈다 .... 미안했었다고...
 
2017 년 11 월...
나는 이혼한지 꽉찬 십년이 되었다 .
 
아이를 낳아본 사람들은 안다 .
아이를 낳은 그 즈음이 되면 왠지 몸이 쑤시고 손발이 시리고 허리도 아프고 한다는것을..
 
이즈음의 내 고통도 그러하다 .
나는 왠지 쓸쓸하고 허탈하고  아프다 ....
 
아직도 나는 그때의 그 고통을 준 그를 용서하지 못한다 .
하지만 더이상 그를 미워하지는 않는다 . 
지금은 가끔 내가 그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한다 . 
끝까지 함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생각도 든다 . 
그가 건강하게 잘 살아주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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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하는 일은 힘든일이다 
그런데 ,
나는,
누군가를 온전히 미워하는 일이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인거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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