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 들러 어제 오더해 놓은 약을 픽업했다.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밴 앤 제리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통을 사러 들렀다.
머리가 하얀 워커를 끄는 할아버지가 " 너 영어 할 줄 알아? " 하며 말을 건넸다.
" 네 ... 뭘 도와 드릴까요? " 하고 물으니 " 도대체 이 마트에서 물건이 어떻게 정리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거지? " 하고 묻는다. 손가락으로 각 구역마다 정리되어 있는 물건의 표시판을 가리켰다.
" 아...그렇구나 " 하신다. 나는 다시 물었다 " 뭘 찾으시는데요? "
" 소화제를 찾고 있어 ... 나는 항암을 했는데 소화를 잘 못 시켜서 먹어줘야 하는데.. 내 나이가 89 세야.. 다리에 힘이 없어서 많이 돌아다니기가 너무 어려워... " 그가 찾는 소화제를 찾아 주었다.
" 이렇게 커다란거는 비싸서 내게는 어울리지 않아 좀 작은 게 있었으면 좋겠어.."
가장 작은 사이즈 2 달러가 조금 넘는 거를 찾아 드렸다.
" 고마워 허니... 나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이 들어 "
워커를 아주 천천히 앞으로 밀어대며 그는 움직였다.
.
.
89 세의 혼자 사는 남자 암환자.
내가 이 할아버지를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온생을 사는 동안 내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 과연 몇 명의 사람들과 다시 만나며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매일매일 나를 스치며 눈을 마주치는 사람들, 짧은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혹은 같은 장소에 잠깐 있었던 사람들, 같은 동네에서 마주쳐 낯이 익은 사람들, 그리고 지금 이리 멀리 떨어져 살고 있으니 아마도 죽을 때까지 다시 볼 수 없는 내 어린 시절의 친구들, 한때 사랑했던 그 사람,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그 사람,,,,,,,,
다시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날마다 이별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89 세의 혼자 사는 암환자 할아버지 나는 오늘 그를 마지막으로 봤다. 만나자마자 이별.....
그러니,
매일 조금 더 다정하게
매일 조금더 따뜻해질 일이다.
나는,
당신을,
다신 볼 수 없다.
날마다,
당신과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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