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내안에 수다. 36

이별 연습.

딸아이가 훈련을 떠났다. 텍사스 샌 안토니오 육군기지로 두 달간의 교육을 받기 위해 떠났다. 아침 비행시간에 늦지 않게 해가 뜨기도 전에 공항에 떨구어 주고 돌아오는 길, 겨우 두 달인데 마음이 싸~ 했다.... 이십여 년 전, 나도 엄마를 남겨두고 비행기를 탔었다. 처음 해보는 낯선 외국으로의 장시간 비행에 엄마가 공항까지 배웅했다. 나와 엄마는 쿨~하게 허그하고 웃으면서 손을 흔들며 이별했다. 엄마를 뒤로하고 돌아서서 나는 남겨진 엄마를 생각하기 보다 앞으로 내게 다가올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일들에 잔뜩 부풀어, 흥분되고 긴장되고 설레며 비행기에 올랐다. 도착하고 들뜬 목소리로 엄마에게 전화를 드렸을 때 엄마를 대신해서 받은 여동생이 내게 한 소리는, ​ "언니~ 엄마가 공항에서 언니 배웅하고 돌아서..

오늘, 살아있어 아름다운 그대에게.

우리 강아지 블루는 9 월 23 일 이면 16살이 된다. 이혼 전 태어난지 한달이 되서 내딸 진이의 생일선물로 우리가족이 되었다. 아이들 어릴적 부터 우리집 막내로 온갖 사고를 다 치면서도 마냥 이쁘기만 했던 블루... 작년 치과 치료를 받다 입가에 상처가 난 후 상처 봉합하는 수술을 세번이나 했다. 그러면서 항생제와 진통제를 오랫동안 먹어야 했다. 얼마전에 결국 음식을 거부하고 드러누웠다. 병원에 데려가니 췌장이 안좋다고 나이도 있으니 안락사를 시키던 입원을 시키란다. 병원에 3 일 입원하고 데려온 후 블루는 우리집 상전이 되었다. 한달 동안 약과 영양제를 주사기로 먹이고 상처를 소독하고 약을 바르고 입맛 없는 녀석에게 별별 음식을 해다 바치면서 혹여 이놈이 후딱 우리곁을 떠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

노카페인 커피에 관한 짧은생각.

대표사진 삭제 © Myriams-Fotos, 출처 Pixabay 매해 건강검진을 위해 의사를 만났다. 이것저것 문진을 하고 언제나 그렇듯이 몇 가지 검사를 오더 했다. 검사를 받기 위해 예약을 하고 일찍 일어나 돌아다니며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 즈음 다시 의사 면담이 있었다. 다른 검사 수치는 정상 범위에 있는데 약을 먹고 있는 혈압은 그리 좋은 수치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었다. 의사 : 혹시 너 커피 마시니? 나 : 당근이지... 그래도 하루에 두 잔 정도 밖에는 안 마시는데? 의사 : 어머 얘~~ 너 커피 끊어.. 커피에 카페인이 혈관을 수축시켜서 혈압에 그리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아 나 : 아니... 수십 년을 마셔온 커피를 어떻게 끊으란 말씀? 의사 : 그래그래.. 나도 알아..

마음을 열어주는 한 가지 이야기.

Chicken Soup for the Soul : Think Positive저자마크 빅터 한센,잭 캔필드출판Chicken Soup for the Soul발매2010.09.28. 잭 캔필드와 마크 빅터 한센이 쓴 "마음을 열어주는 101 가지 이야기 ( Chicken soup for Soul) "라는 책이 있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을 짤막하게 모아놓은 책인데 2 편까지 갖고 있었는데 두 권 다 누군가에게 빌려줬는데 되돌려 받지 못했다. 그 책 이야기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내 요금을 내면서 내 뒤에 오는 차 다섯 대, 혹은 몇 대의 차의 요금을 내가 대신 내어주는 거.. 그러면 멋모르고 내 뒤에 오는 차들이 요금을 내려다가 " 당신 앞에 사람이 ..

드라마 "봄 밤" 유감.

이정인과 권기석은 4 년째 사귀어온 제법 오래된 연인이다. 전날 친구 집에서 음주가 과했던 정인은 늦잠 잔 아침에 숙취제를 사러 들어간 약국의 약사 유지호와 처음 만난다. 그 후 기석의 농구시합에 따라간 날 다시 유지호와 만난다. 정인은 기석과 4 년을 만났지만 정인을 보지도 않고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기석 집안과 때때로 기분에 따라 이별을 입에 올리는 기석에게 실망감을 가지고 있다. 지호는 대학시절 풋사랑으로 아들을 둔 미혼 부다. 다시 누군가를 만난다는 생각에 회의적이다. ​ 그런 두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끌려가며 다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요즘 " 봄밤 "이라는 드라마다. 정인이라는 여자 주인공과 지호라는 남자 주인공 주위로 여러 가지 모양의 인연들이 다른 색깔로 보인다. 정인과 4 년을 만났지만..

위 로.

© americanheritagechocolate, 출처 Unsplash ​ 우울할 땐, 초콜릿을 먹는다. 가끔 기분이 꿀꿀한 내가, 나를 위로하는 가장 쉬우면서 가장 달콤한 방법. ​ 살아가면서 누구나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다. 아플 때, 슬플 때, 화날 때, 고통 속에서 신음 소리조차 안 나올 때... 짐짓 약해 보일까 봐 고통의 소리조차 과장된 웃음으로 포장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지만, 그럴 때조차도 내 안에서 절실하게 위로가 필요함을 나는 안다. 내게 위로가 필요할 때, 그런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거?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혹은 글, 그림, 사진 또는 풍경, 맛있는 음식, 야간 드라이브, 쇼핑, 술, 또는 담배, 강아지, 고양이, 나보다 더 슬픈 영화, 그리고 초콜릿.... 사람마다 다..

바바리맨의 기억.

내가 다니던 여고에도 바바리맨이 있었다. 학교 정문은 주택가와 떨어져 있고 다른 학교들과 담장을 같이 하고 있어서 학생이 아니고서는 굳이 와야 할 필요가 없는지라 그쪽은 출몰하지 않았는데, 학교 후문은 주택가에 바로 접해 있었고 꼬불꼬불 여러 개의 골목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골목들 끝에는 작은 재래시장이 있었다. 그는 그 골목길을 근거지로 출몰하는 바바리맨이었다. ​ 나는 두발은 자유화됐었고, 교복을 입고 졸업한 마지막 세대다. 고2 때 나는 짧은 커트머리에 흰 블라우스와 검은 주름치마를 입었다. 그리고 고 2 때부터 아마도 대학 준비를 위한 야간자율학습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면 빙 ~ 둘러서 버스 정류장을 가야 하는 정문보다 시장통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쉽게 가기 위해 삼삼오오 ..

비와 허기짐에 관하여 ......

​ © sseeker, 출처 Unsplash ​ ​ "사라 맥라클란"의 "에인절"을 듣는다. 6 월부터 허리케인 시즌이긴 하지만 8 월에 들어서면서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내리는 비는, 미처 방어하기도 전에 뒤통수를 얻어맞는 것처럼 참 대책이 없다. 어젯밤에도 창을 두드리던 비는 오늘 아침 이른 외출을 하려는 데도 내렸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아니라, 흡사 나를 비의 감옥에 가두어 두기라도 할 듯 철창만큼이나 굵은 빗줄기들... 빈속에 헤이즐넛 커피에 크림만 넣은 커피를 연거푸 두 잔을 먹고 들어오는 길.... 아........ 허기지다. 아........ 허기지다 ... ​ 비는 생명을 잉태하기도 하고 생명을 키우게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는 사람 속을 허허롭게도 만든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은 정말..

빼기 그리고 더하기.

1. 이. 코로나가 시작되기 직전 치과 진료를 받았다. 몇 개월 전에 싱싱한 오이를 베어 물다가 앞니 위쪽 잇몸을 다쳤다. 그 후로 가끔 그곳이 붓고 피가 나고를 반복했다. 아주 신경 쓰이고 짜증 나곤 했다. 얼마 전부터 이가 흔들렸다. 덜컥 겁이 나서 코로나가 시작될 즈음 치과 진료를 했다. 의사는 발치해야 한다고 했다. 발치하고 브리지를 하던지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정말 충격이었다. 신체발부는 수지 부모라고 엄마 아버지한테 물려받아 오십 년 넘게 썼던 신체 일부분을 없애야 한다니.... 진통제와 항염증약을 처방받아 왔다. 그리곤 코로나가 기승을 떨면서 shout down 오더가 내렸다. 한 달 반 동안 그냥저냥 버텼다. shout down 오더가 서서히 풀리면서 다시 진통이 시작..

미트로프를 구우며...

일주일 전 같이 사는 딸내미가 코로나 확진이 되었다. 토요일에 같이 주방에서 딸내미 생일 축하 음식을 같이 만들며, 먹으며 그랬는데 일요일 새벽에 내 방문을 노크하며 "엄마 나 코비드 양성이야~"라고 말했다. OMG ~~~~`@,@ 일요일 아침에 나도 테스트를 해보니 나는 다행히 음성이었다. 따로 또 같이의 동거를 일주일 했다. 딸은 처음엔 목이 아프고 하룻밤 새 오한이 들어서 추웠고 머리가 기분 나쁘게 좀 아프고 온몸이 몸살처럼 살살 아프고 그렇게 24 시간 정도 아프더니 괜찮아졌다. 딸과 나는 부스터 샷까지 접종을 마쳤다. 일주일 내내 아침마다 나는 계속 테스트를 했고 계속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일주일이 지나고 전염력이 없어진 딸내미가 내게 주문한 저녁 메뉴는 미트로프.... 다진 소고기를 볼에 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