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내안에 수다. 39

"니나"와 노닐기 1.

노트북 17살, ‘노아’는 밝고 순수한 ‘앨리’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빠른 속도로 서로에게 빠져드는 둘. 그러나 이들 앞에 놓인 장벽에 막혀 이별하게 된다. 24살, ‘앨리’는 우연히 신문에서 ‘노아’의 소식을 접하고 잊을 수 없는 첫사랑 앞에서 다시 한 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열일곱의 설렘, 스물넷의 아픈 기억, 그리고 마지막까지… 한 사람을 지극히 사랑했으니 내 인생은 성공한 인생입니다. 평점 8.8 (2004.11.26 개봉) 감독 닉 카사베츠 출연 라이언 고슬링, 레이첼 맥아담스, 제임스 가너, 제나 로우랜즈, 제임스 마스던, 케빈 코널리, 데이빗 손튼, 조안 알렌, 헤더 월쿼스트, 샘 셰퍼드, 팀 아이비, 스타레타 듀포이스, 안소니 마이클 Q. 토마스, 에드 그레이디, 조프리 나이트,..

그녀,"제니퍼 김" 이야기 ...... 수구초심.

Homecoming 아티스트 George Winston 앨범 Country(조지윈스턴 外, An Original Soundtrack Album) 발매일 1970.01.01 아주 오래전 고구려 유적에 관한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지금은 중국 땅이 되어버린 드넓은 만주 벌판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던, 옛 고구려 혹은 발해 사람들의 유적들이 지금도 중국 땅에 많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중에 내 시선과 생각을 사로잡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장면은 , 그 넓은 땅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그들의 무덤에 관한 이야기였다. 발굴된 그들의 무덤 속에 놓인 관이나 남겨진 유골의 위치들을 지도에 놓고 선을 그으면 신기하게 그것들이 향하는 방향이 대부분 한 곳으로 정해져 있다는 거였다. 아주 조금의 위치를 틀어서라도 그들..

디스커버리 호의 마지막 귀환.

내가 사는 곳에서 동쪽으로 끝까지 달리다 보면 대서양 바다를 만나게 된다. 그 바닷가 못 미쳐케이프 케너버럴(Cape Canaveral)이란 곳에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Kenndy Space Center)라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있다. 아주 오래전 우리나라 과학 위성 무궁화 1 호 가 처음으로 발사되기도 했던 곳이다. 몇 년 전 어느 화창한 날, 약속이 있어 커다란 호숫가에 차를 파킹하고 만날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병아리 같은 아이들이 쫄랑쫄랑 줄을 지어 나와 잔디밭에 쪼르르 앉더니 모두들 하늘을 본다. 조금 있다가 일제히 터져 나오는 환호성... 와~~~~~~~~~~~~~ 나도 얼떨결에 환호성을 지르며 차밖으로 나왔다. 오후 5 시가 조금 안 된 시간 멀리 케이프 케너버렐에서 디스커..

유튜버 "삐루빼로" 최수빈을 생각하다.

집에서 널널하게 이것저것 보는 게 요즘 백수인 나에 일상이다. 내가 유튜브 채널에서 주로 보는 건 다큐멘터리나 역사에 관한 것들 그리고 사소하게 사는 미국 아줌마 모습들이다. 그러다 어찌어찌 랜덤으로 내가 온 채널이 " 빼루빼로 "였다. ​ 루 게릭 환자 최수빈. 2017 년 증상이 처음 시작되었고 2019 년에야 루 게릭 으로 진단 받았다. 그녀 나이 겨우 스물네 살이었다. 이 삼일을 새벽까지 그녀의 영상을 보며 울다가 웃다가... 초창기 영상들은 군에서 전역한 그녀의 남동생이 그녀를 케어하는 모습들 그리고 작고 어린 강아지 삐루와의 만남 그리고 삐루와의 시간들이다. 시간이 좀 지나서는 주로 그녀의 엄마가 그녀를 온전히 다 케어하는 모습들이다. ​ 근위축성측색경화증 ( amyotrophic latera..

열무김치 .... 사무치다.

지난주 주말에는 차로 40 분이나 걸리는 한국식품에 다녀왔다. 얼마 전 즐겨 보던 유튜브에서 열무김치가 나왔는데 며칠 동안 머리에서 열무김치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한 달 전에 왔을 때는 4 파운드 ( 1.81 Kg ) 한 병에 $21.99 정도였는데 이번에 가보니 $29.99이었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으로 몸살을 앓듯이 이곳도 인플레이션으로 하루가 다르게 물라가 치솟고 있다. 나 혼자 먹을건데 겨우 조그만 한 병에 30 달러나 하다니..... 흠.... 야채 코너를 가보니 열무 몇 다발 묶음이 제법 싱싱하길래 4 묶음을 샀다. 실은 부끄러운 이야기 지만 열무김치를 해본 적이 없는 거 같다. 배추김치는 그런대로 흉내를 내듯이 잘 담아내는데 그 외 총각김치나 열무김치나 부추김치나 파김치나.... 모....

순악질 여사.

아. 망했다. 오늘 나는 영락없는 순악질 여사다. 오늘 하루 종일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것인가..... 내 나이 스물다섯이 되고서야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집으로 찾아온 화장품 방문판매 아줌마에게 처음으로 화장을 당해 보고, 엄마는 똑같은 것들 일체를 사주시는 걸로 당신의 딸에게 화장을 가르치셨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청바지에 티셔츠 짧은 머리, 세수만 하고 베이비 로션만 바르고 날쌘돌이처럼 다니는 나를 엄마는 달가워하지 않으셨다. ​ 결혼 후 남의 나라에 와서 살면서 화장할 일이 거의 없었다. 예배당에 출석할 때는 일주일에 한 번은 차려 입고 화장을 했지만 다른 날들은 세수하고 로션이나 바르고, 어느 때는 세수도 안 하고 눈곱만 떼고, 어느 때는 로션도 생략하고 뜨거운 태양 아래 선글라스만 덮어쓰..

11 월의 여자.

1. 1964 년 11 월. 1963 년 11월.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달라스에서 총에 맞아 죽었다. 그리고 정확히 일 년 후 그가 떠난 날 나는 태어났다. 지금도 내 생일이 다가오면 티브에서 그에 관한 다큐나 그에 관한 스토리가 방영되곤 한다. 양력으로 생일을 하는 나는 가끔 음력의 소설과 생일이 겹치기도 한다. 대학 일 학년 때이던가는 생일에 엄청난 첫눈이 내리기도 했다. 내가 태어난 날이 작은 눈이 온다는 소설과 겹치면 나는 괜스레 기쁘곤 했다. 지금 사는 곳에서는 간혹 내 생일과 추수감사절이 겹치기도 한다. 그런 해에는 온 세상 사람들이 내 생일을 축하하고 나를 축하해 주러 퍼레이드를 펼치고 노는 거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역시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이 나라와 인연이 있었던 건가..

전지 ( 剪枝 )

출근하면서 언제나 지나치는 타운센터 블루바드의 가로수들... 인도에 접해 오른쪽에 심어져 있는 키가 크고 맨 위에 손바닥 벌린 것처럼 잎을 피고 있는 나무는 팜트리, 왼쪽 중앙분리대를 대신해 도로 중간에 심어져 있는 나무는 라일락과 같은 나무들인 거 같다. 오른쪽에 있는 팜트리는 살도 찌지 않고 잎이라고 해야 맨위에 이름에 어울리게 손바닥을 활짝 펼친 모양의 잎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팜트리는 더운 날씨에도 아주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면서 안으로 안으로 단단한 결을 가지고 있어 몇 년 전 카테고리 4의 허리케인이 지나갈 때도 절대로 넘어지거나 부러진 걸 보지 못했다. 그만큼 특별한 보살핌 없이도 스스로 더운 날씨에 잘 적응하며 조금씩 조금씩 자라며 안으로 단단한 나무다. 반면, 왼쪽에 있는 라일락과의 ..

2017 허리케인 "IRMA" 의 기록.

바람이 많이 불었다. 바람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 속이 울렁거리고 멀미가 났다. 12:30분경 전기가 끊겼다. 한밤중인데 웬일로 밖은 주차된 차들이 보일정로도 환했다. 비는 많이 내리지 않았는데 바람은 무서웠다. 바람소리가 심장을 벅벅 긁어대는 듯이 날카로웠다. 머언 카리브의 바다를 지나온 바람이 내륙에 상륙해서 마지막 용트림을 하듯이 맹렬했다 빗소리는 바람소리에 비하면 잔잔하고 평화로웠다. 바람소리가 잠시 멈추는 순간 들리는 빗소리는 차라리 위로가 됐다. 무서운 밤이었다. 간혹 번개가 하얗게 정전된 도시를 밝혔다. 바람에 버티는 나무들의 사투가 힘에 겨워 보였다. 많이 흔들리지만 아직 쓰러진 나무들은 보이지 않았다 .후레쉬 라이트를 켜고 집안 창문들을 보고 또 보고 밤새 서성였다... 오래전 지났던 허리..

눈물로 세상을 버티려고 하지마라.

오래전 읽었던 책. 한강의 "아기부처"에서.... 그 글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화자인 여자를 키울 때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매우 엄격했다. 그녀가 힘든 일 어려운 일에 마주해 눈물 흘려야 할때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의 어깨며 등을 손바닥으로 세게 내리치며 " 눈물로 세상을 버티려 하지마라 " 하며 그녀에게 따뜻한 위로나 격려보다 매운 아픔으로 그녀의 눈물을 원천봉쇄해 버리곤 했다 . 오래전, 혼자가 되었을 때 하루하루 매 순간마다 주저앉고 싶고 울고 싶었던 적이 참 많았다. 더욱이 남의 나라. 이들의 언어도 완벽하게 할 줄 몰랐고, 엄마도 가족들도 친구들도 의지하고 싶은 그 누구도 가까이에 없었다. 내게는 나만 의지하고 바라보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아이 둘이 있었다. 나는 매일매일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