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내안에 수다. 39

비와 허기짐에 관하여 ......

​ © sseeker, 출처 Unsplash ​ ​ "사라 맥라클란"의 "에인절"을 듣는다. 6 월부터 허리케인 시즌이긴 하지만 8 월에 들어서면서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내리는 비는, 미처 방어하기도 전에 뒤통수를 얻어맞는 것처럼 참 대책이 없다. 어젯밤에도 창을 두드리던 비는 오늘 아침 이른 외출을 하려는 데도 내렸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아니라, 흡사 나를 비의 감옥에 가두어 두기라도 할 듯 철창만큼이나 굵은 빗줄기들... 빈속에 헤이즐넛 커피에 크림만 넣은 커피를 연거푸 두 잔을 먹고 들어오는 길.... 아........ 허기지다. 아........ 허기지다 ... ​ 비는 생명을 잉태하기도 하고 생명을 키우게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는 사람 속을 허허롭게도 만든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은 정말..

빼기 그리고 더하기.

1. 이. 코로나가 시작되기 직전 치과 진료를 받았다. 몇 개월 전에 싱싱한 오이를 베어 물다가 앞니 위쪽 잇몸을 다쳤다. 그 후로 가끔 그곳이 붓고 피가 나고를 반복했다. 아주 신경 쓰이고 짜증 나곤 했다. 얼마 전부터 이가 흔들렸다. 덜컥 겁이 나서 코로나가 시작될 즈음 치과 진료를 했다. 의사는 발치해야 한다고 했다. 발치하고 브리지를 하던지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정말 충격이었다. 신체발부는 수지 부모라고 엄마 아버지한테 물려받아 오십 년 넘게 썼던 신체 일부분을 없애야 한다니.... 진통제와 항염증약을 처방받아 왔다. 그리곤 코로나가 기승을 떨면서 shout down 오더가 내렸다. 한 달 반 동안 그냥저냥 버텼다. shout down 오더가 서서히 풀리면서 다시 진통이 시작..

미트로프를 구우며...

일주일 전 같이 사는 딸내미가 코로나 확진이 되었다. 토요일에 같이 주방에서 딸내미 생일 축하 음식을 같이 만들며, 먹으며 그랬는데 일요일 새벽에 내 방문을 노크하며 "엄마 나 코비드 양성이야~"라고 말했다. OMG ~~~~`@,@ 일요일 아침에 나도 테스트를 해보니 나는 다행히 음성이었다. 따로 또 같이의 동거를 일주일 했다. 딸은 처음엔 목이 아프고 하룻밤 새 오한이 들어서 추웠고 머리가 기분 나쁘게 좀 아프고 온몸이 몸살처럼 살살 아프고 그렇게 24 시간 정도 아프더니 괜찮아졌다. 딸과 나는 부스터 샷까지 접종을 마쳤다. 일주일 내내 아침마다 나는 계속 테스트를 했고 계속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일주일이 지나고 전염력이 없어진 딸내미가 내게 주문한 저녁 메뉴는 미트로프.... 다진 소고기를 볼에 넣고..

마음 회수.

오랜만에, 오래된 친구와, 오랜 시간 통화를 했다. 오랫동안 마음을 나누었던 사람과의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귀에 땀이 촉촉이 배이도록 들어줬다. ​ 그녀는 오랜 시간 함께 했던 그와의 시간들을 내게 다 끄집어 내어 이야기하는 걸로 그녀의 이별의식을 치르는듯했다. 둘의 시작부터 만남 그리고 함께한 낱낱의 시간들이 전화기를 통해서 멀리 바다 건너 졸린 눈을 비비며 귀를 세우고 있는 내게로 넘어왔다. ​ 그녀가 물었다. "어떻게 그의 전화를 외면하고, 얼마큼 그와의 소통을 참고 견뎌야 잘 떠나보낼 수 있을까? " ​ 내가 말했다. "건너간 마음들이 있는데 ....회수하려면 아마도 함께 했던 그만큼의 시간을 걸리지 않을까요? " . . 함께한 인연을 온전히 떠나보내는데 걸리는 시간은? 아마도 함께한 시간 만큼의..

마르타의 결혼식.

지난주, 일주일에 한 번씩 사무실 청소를 해주는 마르타가 결혼을 했다. 올해 50세가 된 그녀는 10 년 넘게 미국에서 살아온 멕시코계 불법 체류자다. 10여 년 전 남편과 네 아이들을 데리고 불법 입국한 후남편은 나 몰라라 이혼을 해버리고 그녀는 네 아이들의 엄마로 억척스레 살았다. 그래도 여전히 그녀는 불법 체류자다. ​ 그녀의 새신랑이 된 남자는 올해 딱 91세가 된 미스터 루이스... 그는 남미계 미국인 영주권자다. 아들이 죽고 난 후 미국 며늘에게 갖은 구박과 폭력에 시달리다가 마르타를 알게 되어 너싱홈으로 옮겼다. ​ 독실한 기독교인인 마르타는 루이스의 딱한 처지를 듣고 순수하게 그를 도왔다. 그를 며느리 집에서 데리고 나와 사회복지사와 연결시켰고, 그를 안전한 너싱홈으로 옮겨줬다. 그런 마르..

"홍준표 법" 을 아시나요 ?

어제,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사는 남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누나, 나랑 애들이랑 며칠 전에 대한민국 국적이 완전히 상실됐어. 나 이젠 정말 완전 미국 시민이 되었네. 그게 별거 아니라고 살아가기 위해 아이들 앞날을 위해 종이 나부랭이 정리해 놓는 거라도 생각했는 네, 막상 국적상실이 되었다 하니 기분이 좀 그러네... 이제 돌아갈 조국은 없는 건가? 나 그냥 이 나라에 뼈를 묻어야 하는 건가? 하하하...." 남동생은 시민권자인 올케와 결혼하면서 영주권을 얻었다. 결혼 후 2000년에 남자 조카가 태어나고 2 년 터울로 여자 조카가 태어났다. 남자 조카애는 올해 12월에 만으로 18 살이 된다. 일 년 있으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한다. 그 아이가 어떤 진로를 결정할지 아직 모르는 상황인데,..

풍장 (風葬).

Dust in the Wind 아티스트 Kansas 앨범 Point Of Know Return 발매일 1970.01.01 운전하고 도로를 달리다 보면 차에 치여 죽은 적지 않은 동물들의 사체를 보게 된다. 전혀 의도 되지 않은 과실로 인한 죽음은 누구에게도 배려 받지 못한 채 버려져 있다. ​ 작게는 다람쥐부터 고양이, 개, 너구리, 아주 간혹 밤에 먹이를 찾아 나섰던 노루도 볼 수 있다. 도로를 관리하고 청소하는 곳에서 즉시 즉시 청소는 하지만 외진 도로 같은 데는 며칠 동안 그냥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늘 같은 길을 다니다 보면 나는 매일 죽어 누워있는 그 동물들의 풍장(風葬)을 보게 된다. 뜨거운 태양과 부는 바람, 가끔 퍼붓는 빗줄기, 그런 자연들에게 맡기어진, 자연이 날마다 해주는 자연..

사랑 혹은 거래.

차를 운전하고 다니다 보면, 종이에 " Homeless Please HELP! God bless you "라고 쓴 피켓을 들고 구걸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처음 그들을 봤을 때 나는 꼭 차창을 내리고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쥐어주곤 했다. 밥이라도 사서 먹었음.. 하는 마음이랄까? 그 후, 사람 들로부터 그들이 그렇게 구걸한 돈을 가지고 밥을 사 먹는 게 아니라 약을 산다던가 아니면 술을 사서 먹는다고 그러니 쓸데없이 그들에게 돈을 주는 것은 그들에게 약을 사주는 거와 같다고 술을 사서 주는 거와 같다는 말을 들었다. 그 후로 나는 그들에 대한 호의를 거두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후 나는 가기 싫은데 친구에게 손목 잡혀 억지로 끌려간 예배당에서 내가 가졌던 그 마음들을 와르르 무너트리게 되었다. 그..

Scar into Star.

겨울밤 하늘 보기. ​ 더운 여름밤 하늘 보기를 하는 것보다. 날이 쌀쌀한 겨울, 코끝이 쨍하게 얼어 부을 거 같은 겨울밤 하늘 보기가 좋다. 겨울 밤하늘은 더 맑고 더 환하고 더 깨끗하고 더 푸르고 더 가깝게 느껴진다. 그 푸른 하늘에 총총한 별들. 겨울밤 하늘 보기는 그 맑은 밤하늘에 그 맑은 별들을 만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 살면서 내가 남에게, 남이 나에게 또는 내가 나 자신에게 주는 무수한 상처들.... 상처 하나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한 번도 아프지 않고 그래서 상처 하나 없이 그저 깨끗하고 맑게만 살아온 사람을 보면 사람 냄새가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적당히 부딪치고 깨지고 피를 흘리고 그래서 아픔을 겪으면서 나중에 내 안에 상처가 되어 남아지는 거 ... 그 상처가 사..